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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노동자가 다시 오고 싶은 나라

아리셀 참사는 외국인 노동자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을 바꾸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2024년 6월 경기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로 23명이 숨졌고, 이 가운데 18명이 외국인이었다. 중국동포 노동자도 16명이나 희생됐다. 이들의 죽음을 단순한 산업재해 통계로 남겨서는 안 된다.

외국인 노동자는 필요할 때 불러 쓰고 일이 끝나면 돌아가야 하는 임시 노동력이 아니다. 한국에서 오랫동안 일하고 세금을 내며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도 많다. 장기간 한국 사회에 정착한 이들을 언제까지나 ‘외부인’으로만 바라봐야 하는지도 생각해볼 때가 됐다. 귀화 역시 일정한 요건을 갖춘 사람에게 열려 있는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물론 모든 외국인 노동자가 귀화를 선택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귀화는 개인의 선택이고 법률이 정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이들을 영원한 외부인으로 취급하지 않고, 원한다면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두는 것이다.

그 출발점은 노동자가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빠져나올 수 있는 권리다.

고용허가제의 외국인 노동자는 일정한 사유가 있을 경우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다. 하지만 제도가 있다고 해서 노동자가 실제로 자유롭게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업주와의 관계, 체류자격에 대한 불안, 한국어의 한계 때문에 부당한 대우를 참고 버티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모국어 상담과 통역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임금체불이나 폭행 등 부당한 대우를 신고한 노동자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 외국인 노동자가 직장을 옮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과 실제로 옮길 수 있는 것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임금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외국인 노동자가 한국에서 일하면서 가장 먼저 체감하는 것은 거창한 정책이 아니라 자신이 일한 만큼 임금을 받는가 하는 문제다. 임금명세서를 제대로 교부하고 근로시간과 휴게시간을 점검하며, 임금체불이 반복되는 사업장은 더욱 엄격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안전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아리셀 참사 이후 정부는 외국인 노동자에게 모국어와 그림을 활용한 안전교육을 강화하고 대피시설 개선 등을 추진했다. 하지만 교육을 받았다는 기록만 남아서는 안 된다. 노동자가 실제로 위험을 이해하고 비상구를 찾고 대피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안전교육도 달라져야 한다. 한국어 설명을 듣게 하는 데 그치지 말고 모국어 안내와 그림 표지를 활용하고 실제 대피훈련을 해야 한다. 위험한 기계나 화학물질을 다루는 작업이라면 작업 시작 전에 노동자가 위험요인을 제대로 이해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안전 책임도 분명해야 한다. 파견이나 하청이라는 이유로 책임이 뒤로 밀려서는 안 된다. 국적이나 비자가 아니라 어떤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가를 기준으로 노동자를 보호해야 한다.

주거환경도 중요하다. 일터에서 하루 종일 일하고 돌아간 곳이 제대로 된 휴식공간이 아니라면 안정적인 생활은 어렵다. 외국인 노동자에게 제공되는 기숙사의 시설과 위생 상태를 점검하고, 사업주가 제공하는 숙소 외에도 지역사회에서 이용할 수 있는 주거 지원책을 넓혀야 한다.

결국 외국인 노동자가 한국을 다시 찾게 만드는 것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다.

제때 임금을 받고, 위험하면 보호받고,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도움을 요청하고, 필요하면 직장을 옮길 수 있는 것. 퇴근한 뒤에는 안전하고 쉴 만한 곳에서 잠들 수 있는 것. 어쩌면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이다.

그 당연한 권리를 외국인 노동자에게도 보장해야 한다.

아리셀 참사가 우리에게 던진 질문은 단순하다. 외국인 노동자를 얼마나 많이 받아들일 것인가가 아니다. 이들이 이 나라에서 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게 할 것인가다.

사람을 필요할 때만 찾는 나라는 좋은 일손도 오래 붙잡기 어렵다. 반대로 일한 만큼 존중받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나라는 다시 찾고 싶은 나라가 될 수 있다.

한국에서 일했던 사람이 떠나는 날 “다시는 오지 않겠다”가 아니라 “다시 한국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나라. 외국인 노동자에게도 그런 나라가 되는 것이 아리셀 참사 이후 우리가 만들어야 할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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