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은행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실천하는 기업에 대출을 늘린다. 은행도 관련 경영 성과를 쌓을 수 있는 데다 자금 조달이 용이하다는 판단에서 새 시장 진출을 서두르는 양상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최근 대한상공회의소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중소기업의 ESG 경영 확산을 위한 'ESG경영 성공지원 대출'을 출시했다. 국내 최초로 정부의 K-ESG 가이드라인을 접목한 지속가능성 연계대출(SLL:Sustainability Linked Loan) 상품으로 기업이 ESG항목 중 필요한 분야를 선택해 목표와 평가기준을 결정하고 이를 이행하면 금융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개선 의지가 있는 기업이라면 별도의 비용 없이 신청 가능하며 ESG경영 목표 설정 후 목표 수준에 따라 최대 1%p 범위 내에서 금리인하 혜택도 받을 수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이번 프로그램은 'ESG 종합지원 프로그램' 의 성격을 띠고 있어 기업 눈높이에 맞춘 ESG 지원모델로 꼽힌다"고 했다.
농협은행이 지난해 선보인 'NH친환경기업우대론' 잔액은 출시 8개월 만에 2조원(지난해 12월 기준)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 상품은 환경성평가 우수등급이나 녹색인증(표지인증)기업 등 환경경영 수준이 우수한 기업에 금리우대와 대출한도 우대를 지원하는 ESG 여신특화상품이다. 대출한도 우대를 받은 기업체의 80%는 지방소재 ESG 경영 우수기업으로 나타났다.
앞서 신한은행도 지난해 3월 ESG 경영 우수기업 및 그 협력사를 대상으로 금리우대 혜택을 제공하는 '신한 ESG 우수 상생지원대출'을 선보인 바 있다. 같은 해 국민은행 'KB Green Wave ESG 우수기업대출', 하나은행 '그린론', 우리은행 '우리 ESG 혁신기업대출' 등 주요 은행들도 잇따라 ESG 대출 상품 라인업을 확대했다.
은행들이 ESG 대출 상품에 대해 공격적으로 영업에 나서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작년부터 ESG 경영이 투자 업계의 주요 화두로 떠오르면서 관련한 경영 성과가 미흡한 은행에는 자금조달 등 투자 유치가 어려워졌다. 또 ESG 관련 대출과 투자 등에 사용되는 자금은 조달비용이 일반적인 채권보다 낫다. 용처 구분이 명확해진 지난해부터 은행권의 ESG 채권 발행(원화 기준)은 11조2350억원으로 1년 전 4조2000억원 대비 2.7배 늘기도 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친환경을 위해 조달된 자금이 목적과 다르게 사용되는 '그린워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면서 "은행들이 자금조달에 더해 ESG 기준을 충족할 비재무적 지원도 확대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서울에 한 시중은행 본점의 기업여신(대출) 상담 창구의 모습. 사진/뉴시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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