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반환점)2년 반 역주행…정치도 경제도 '낙제점'
당정 갈등·극단적 우편향 등 정치 '후퇴'
한미일 편향·남북관계 단절 등 안보 '위험'
세수 결손·내수 부진 등 경제 '휘청'
2024-11-10 06:00:00 2024-11-11 10:34:32
[뉴스토마토 박진아·박주용·차철우·유지웅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임기 반환점을 맞았습니다. 5년 단임 대통령으로서 임기 전반기 성과를 평가받고, 후반기를 끌고 갈 동력을 확인하는 시점인데요. 지난 2년6개월에 대한 평가는 '낙제점'에 그쳤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당정 내홍으로 국정난맥이 빚어진 것은 물론, 국정 비전이 불명확하다 보니 현장에서 정책 혼란 사례가 즐비했습니다. 쇄신은커녕 민심 이반만 가중됐고, 각종 게이트로 몸살을 앓았습니다. 기세 좋게 휘날리던 개혁의 깃발은 동력을 상실했고, 역대 최악의 지지율로 임기 절반을 채웠습니다. 본지는 지난 2년6개월에 대한 국민들의 싸늘한 평가와 함께 정치·경제 등 각 분야별로 윤석열정부 전반기 임기를 돌아봤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임기 반환점을 맞은 가운데, 지난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주의 '퇴행'…잃어버린 '실리 외교' 
 
우선 정치 분야는 '민주주의 퇴행'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지난 2022년 5월10일 0시, 윤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속전속결로 '대통령실 이전' 공약을 이행하며 당차게 출범했습니다. 대통령 취임 다음 날에는 대통령의 출근길 문답, '도어스테핑'이라는 새로운 언론 소통 방식도 선보이면서 소통 의지도 강하게 내비쳤습니다. 하지만 정제되지 않은 대통령의 발언은 오히려 불필요한 논란만 부추겼고 몇 차례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다 출범 반년 만인 11월18일을 마지막으로 중단됐습니다. 소통 의지를 내비치던 윤 대통령은 불통의 이미지로 돌아섰습니다.
 
특히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비롯된 당정 갈등은 한국 민주주의 퇴행을 상징하는 대표적 예로 꼽힙니다. 윤 대통령의 권력자원이 상대적으로 넉넉하던 임기 전반기 당정 관계는 사실상 대통령실의 독주 체제였는데요.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으며 한국 대통령제의 무기력과 퇴행이 드러나는 비극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윤 대통령식 자유 이념의 극단적 우편향은 윤석열정부의 사상적 빈곤과 미래 비전 부재도 낳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잦은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는 입법기관을 무력화했고, 임기 반환점을 목전에 두고 터진 '명태균 게이트' 등은 현 정부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냈습니다. 
 
외교 분야 역시 이념 외교, 진영 외교만 외치다 한반도 안보에 심각한 우려를 낳았습니다. 실제 한·미·일에 편향된 외교 노선은 가치외교에 치우쳐 실리를 추구하지 못하고 북·중·러의 저항만을 불러왔습니다. 또 남북관계 역시 단절의 벽이 높아지며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르렀습니다. 윤 대통령의 치우친 가치외교는 한반도 평화의 안전핀마저 뽑아버렸다는 평가입니다.  
 
경제 '뒷걸음질'…삶의 질 '뚝'
 
경제 분야도 긍정 평가보다 부정 평가가 주를 이룹니다. 윤석열정부의 경제정책 큰 틀은 시장경제와 건전재정 기조로 나눌 수 있는데요.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내걸고 대형 투자 유치 등 세일즈 외교 성과도 보였지만 감세 기조에 따른 2년 연속 세수 결손, 내수 부진 등 국민의 삶은 더 팍팍해졌다는 평가가 대다수입니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 '3고' 위기 속에 출범한 윤석열정부는 지표상으론 물가·수출 등의 성적표는 우수합니다. 실제 임기를 시작한 2022년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5.3%였고, 그해 7월엔 6.3%까지 올랐습니다. 올해 10월 물가는 1%대까지 떨어졌습니다. 수출 또한 지난해 10월부터 증가세로 전환해 올 10월까지 13개월 연속 플러스를 기록, 내세울 만한 경제성적표로 꼽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수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체감물가 수준은 여전히 높은데요. 민간주도 성장을 내세웠지만 경제 역동성도 뚜렷이 살아나지 않으면서 2년 연속 세수 결손 구멍만 커졌습니다. 여기에 국정 핵심과제로 꼽히는 4대(연금·의료·노동·교육) 개혁도 사회적 합의 과정도 건너뛰는 데다, 장기 비전도 없으면서 동력을 상실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주 최대 69시간 근무제' 도입 등 혼란만 남긴 채 철회된 정책도 다수입니다. 경제 분야 역시 '뒷걸음질'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F학점'부터 '0점'까지…"문제는 김건희"
 
보수 원로로 꼽히는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의 임기 전반기 점수에 대해 "0점"이라며 "평가할 가치도 없다"고 혹평했습니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도 "국민 여론조사에서 낙제점이 나와 있다"며 "낙제점이어서 숫자로 점수를 구체화하는 게 의미가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도 "학점으로 치면 F학점"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윤석열정부의 잘한 점과 잘못한 점에 대해서도 냉정한 평가를 이어갔는데요. 정대철 헌정회장은 '소통, 야당과의 협치·인사' 등을 잘하지 못한 분야로 꼽으면서 "정치 경험이 없어서 정치 친화적이지 못한 점이 근본 원인"이라고 꼽았습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한 부분을 거꾸로 해야 한다"면서 "남은 2년여 동안 언론·야당 등과 소통하고 4대 개혁과 연립 내각제, 정치 개혁 등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김건희 여사 문제에 대한 대처를 가장 못했다"고 꼬집으며 "공과 사를 구분 지어 사적인 생활을 통솔하고 제2부속실로는 부족해 보이니 대통령 배우자 관리법 같은 것을 만들어야 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차 교수도 '김 여사 문제'를 가장 잘못한 점으로 지적하며 "인식 전환을 바탕으로 해서 소통하고, 국민을 경청하고, 야당과의 협력을 통해서 무엇인가를 풀어나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 국빈 방한 공식 환영식에서 아가타 코른하우저 두다 여사와 함께 자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박주용·차철우·유지웅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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