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 '1조 달러' 시대…"시장 다변화 시급"
중동 의존도 탈피 필요…최대 시장인 EU·북미 관심 가져야
국내외 불안요소 증가에 "올 해외수주 환경 녹록치 않다"
2025-01-08 16:21:04 2025-01-08 17:32:28
 
[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국내 건설기업의 해외건설 누적 수주액이 1조달러를 돌파했습니다. 1965년 첫 해외수주 이후 59년만에 이룬 쾌거지만 업계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습니다. 무엇보다 정치·종교적 변수가 많은 중동 시장 의존도가 여전히 높습니다. 오래 전부터 EU와 북미 시장 진출 등 시장 다각화를 모색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는 녹록치 않습니다. 장기적인 사업 비전이 필요한 해외건설 업황 특성 때문입니다. 정부는 부가가치가 높은 투자개발형 수주를 확대하는 등 'K-건설' 위상 회복을 위한 다양한 목표를 제시했지만, 탄핵 정국에 따른 정세 불안으로 인해 올해 해외건설 수주 환경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해외진출 59년만 '1조시대'…중동 의존도 여전히 높아
 
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해외건설 누적 수주액은 지난해 12월 1조 달러, 우리 돈 약 1468조원을 넘겼습니다. 당초 목표치로 잡았던 지난해 연간 수주액 400억 달러 달성에는 실패했습니다. 다만 2015년 461억 달러 수주 이후 9년만에 가장 높은 연간 수주액을 달성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중동 지역 수주 비중이 높았습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중동지역 건설 수주는 2023년 해외수주액의 34% 비중이었는데요. 지난해 46%까지 올랐습니다. 이용광 해외건설협회 글로벌사업지원실장은 "작년에는 유가가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유지돼 중동 국가들이 발주를 이어간 점이 긍정적 요소가 됐다"며 "이와 함께 우리 기업의 투자개발형사업 수주도 늘었다"고 말했습니다.
 
(사진=해외건설협회)
 
EU·북미 진출 필요성↑…성공 진출을 위한 장기적 비전 요구돼
 
다만 중동 지역 의존도를 줄이고 다양한 지역 진출 등 시장 다각화를 모색해야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습니다.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실장은 "시장 다각화가 반드시 신흥국이나 개발도상국 진출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전 세계 건설시장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EU나 북미 시장 진출을 꾀할 필요가 있는데, 이미 경쟁력있는 해외 플레이어들이 많아 진입 장벽이 높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우리 건설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해당 시장 진출은 꼭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해외 수주 시장 다각화를 위한 지적은 오래 전부터 제기돼왔습니다. 그럼에도 중동 지역 의존도가 높은 것은 새로운 시장 진출에 드는 비용과 시간이 크기 때문입니다. 
 
대형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새로운 해외 시장 진출 시 법무부터 세무, 노무, 상법, 통관 등에 대한 다양한 노하우가 필요하다. 또 해당 지역의 언어와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며  "실패를 통해 배우는 '레슨 앤 런(Lesson and Learn)', 기존 진출 시 사용했던 장비의 재사용을 통한 경비 절감 등 새로운 시장 정착을 위한 많은 노하우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사회공헌 활동, 해당 지역 인력 기술력 향상 등 복합적인 요소를 고려한 재투자도 필수적"이라고 부연했습니다. 
 
한편 정부는 해외 건설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단순 도급 공사 위주의 해외건설 수주에서 벗어나 부가가치가 높은 투자개발형 수주를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마저도 12·3 비상계엄사태 이후 정국 혼란으로 동력을 잃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집니다. 해외건설협회 한 관계자는 "탄핵정국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등 급변하는 국내외 정세로 올해 해외 건설 수주 시장이 녹록치 않을 것으로 본다"며 "환율 급등 등 금융환경도 꼼꼼히 모니터링해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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