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 등 정치적 불안정성으로 인해 경제 전반의 위기감이 증폭되는 가운데 건설업계와 부동산 시장에도 경고등이 켜졌습니다. 타 경제산업분야 보다 단기간에 미칠 영향은 적다는 판단이 우세하지만, 정국 불안 장기화가 사실상 확정되면서 안심할 수 없다는 분위기인데요. 특히 해외건설 수주 분야는 정국 불안에 따른 국가 신인도 감소가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아울러 연말 비수기인데다 탄핵 정국으로 부동산 거래 심리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국내 분양 시장도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입니다.
탄핵 정국, 해외건설수주 악영향 우려…'모니터링 가동'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형건설사들은 국내 정세 불확실성 증가에 따라 환율 상승 추이와 해외 건설 시장 여파 등을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비상계엄 선포부터 계엄령 해제, 탄핵안 발의, 표결 국면에 이르는 정치적 상황에 대해 비상대응 시스템을 상시 가동 중"이라며 "외부 환경의 급변동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 3분기까지 국내 297개 건설사는 해외 90개국에서 211억1000만달러의 수주고를 올렸는데요. 이는 전년 대비 10.3% 감소한 수치입니다.
약 700조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참여에도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공약으로 내건 도널드 트럼프가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은 글로벌 건설기업들의 각축장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국내 건설사들은 국토교통부 주도 아래 지난해 9월 우크라이나 정부와 협의해 발표한 '6대 선도프로젝트'를 위주로 재건 사업 참여를 도모해왔습니다. 다만 이마저도 탄핵 정국 여파에 따른 국가적 이미지 실추, 환율 급등에 따라 변동성이 커진 상황입니다.
서울 시내 한 공사 현장. (사진=뉴스토마토)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환율 상승은 유가 상승으로 이어지는데, 직접 건설용 자재를 수입하는 기업에서는 수입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며 "단순 자재비 상승뿐 아니라 공사현장 전기료 상승, 인건비 상승에 인플레이션 여파까지 고려하면 공사비는 현재보다 더 올라갈 가능성이 커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아직 해외에서 계약 파기나 입찰 불이익 등에 대해 보고 받은 바가 없지만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의 경우 아중동유럽실 담당자가 계속적으로 업체 담당자들과 소통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예측 못한 변수 등장…분양일정 미루는 단지 나올 듯
국내에서는 분양 시장이 정세 불안 장기화를 크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대출규제에 따른 전반적인 시장 심리 악화가 더 강해질 수 있다는 겁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주택사업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12월 아파트분양전망지수는 82.0으로 지난달의 98.2보다 16포인트(p) 가량이 하락했습니다. 수도권(108.8→83.4), 비수도권(95.9→81.7) 모두 전달 대비 큰폭으로 떨어졌습니다. 해당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시장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는 주택사업자가 더 많으며, 100을 밑돌면 부정적 전망이 많다는 의미입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아파트 분양은 대체로 1~2년 가량 준비 후 시기에 맞춰 진행되는데 전혀 예측 못한 변수가 등장하면서 시장이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커졌다"며 "물론 계엄 사태 직후에도 서초의 '아크로 리츠카운티' 같은 아파트는 강남권 입지로 관심을 받기도 했지만 이외에 확실한 입지,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단지는 분양 돌입 시 흥행 부진을 겪을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도 "관망세가 짙어질텐데 관망세라는 건 결국 의사결정을 하기 어려워지는 환경이 조성이 된다는 의미"라며 "분양시장에도 타격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당장 분양을 준비하는 단지에서도 분양 일정을 미뤄야하는 상황까지 올 수도 있습니다. 대출 규제로 인해 부동산 거래심리가 잔뜩 움츠러들었는데, 탄핵 정국 장기화로 분양시장에 대한 관심도 자체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송승현 대표는 "대출규제로 거래심리가 얼어붙은 상황에 정국 불안까지 합세하면서 시장 활성화와 개선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본다"며 "결국 분양시기를 미루는 단지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인만 소장은 "미루더라도 시기가 문제"라며 "정세가 어떻게 흘러갈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업계는 분양
일정을 최대 6개월까지 미루는 것을 고민할텐데 그것도 다 금융비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아예 일정을 미루는 것과 미분양을 애초에 예상하고 미분양 프로모션 등을 진행할 지 업계의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