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차철우 기자] 윤석열씨가 이례적으로 직접 브리핑까지 한 '대왕고래(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 프로젝트'가 끝내 무산됐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는 시추 과정에서 가스 징후를 일부 발견했지만 유의미한 수준의 '경제성'은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프로젝트의 실패를 자인한 셈입니다. 이와 관련해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추적해 온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곽상언 민주당 의원은 "처음부터 정치적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습니다. 정부 실정을 덮기 위한 수단이었다는 겁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삼성전자 시가총액 5배?…근거는 뭔가"
곽 의원은 7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왜 많은 이름 중에 대왕고래냐 물은 적이 있는데, '지구에 있는 동물 중 가장 큰 동물이 고래고 이왕이면 '대왕'으로 하기로 결정했다'는 답을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이때부터 곽 의원은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이름에 정치적 의도가 들어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곽 의원은 "산업부 공무원들이 더는 책임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산업부가) 지금이라도 정무적인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성급하고 허황된 발표를 한 것인지를 밝혀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경제성이 보장되기 어려운 사업을 산업부가 진행할 수밖에 없었던 건 '정무적 영향' 때문이라는 겁니다.
산업부가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자료 미공개에 대한 비판은 반복됐습니다. 때문에 국민 신뢰도 받기 어려웠습니다. 곽 의원은 "(정부에서) 경제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한 근거 자료를 내야 한다"며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의 산정 근거가 되는 자료도 당연히 밝혀져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경북 포항 앞바다 심해에 매장된 약 140억 배럴 규모의 석유와 천연가스를 채취하기 위해 웨스트 카펠라호가 시추 작업을 하고 있다. 대왕고래 유망구조에서 진행되는 이번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경북을 대한민국 에너지 산업의 핵심 지역으로 성장시키는 중요한 발판이 되기를 기원한다. 지난해 12월 경북 포항시 남동쪽 대왕고래 유망구조에서.(사진=뉴시스)
"국부 유출만 1000억원…추가 시추 안돼"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본격화한 건 국민의힘이 22대 총선에서 패배한 직후입니다. 지난해 6월 윤석열씨는 '국정 브리핑 1호 안건'이라는 이름의 브리핑을 열고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직접 발표했습니다. 당시에도 '국면 전환용'이라는 지적은 잇따랐습니다.
당시 윤씨는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습니다. 함께 브리핑에 나선 인덕근 산업부 장관도 "최대 매장 가능성 140억배럴"이라며 분위기를 달궜습니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심층 분석을 담당한 업체는 1인 기업인 '액트지오'입니다. 대규모 프로젝트를 1인 기업이 담당한 것이 알려지면서 언론과 시민사회는 액트지오를 향한 의문점을 제기했습니다. 소규모 업체인 점과 예측의 신뢰성에 관한 부분 때문입니다. 액트지오의 비토르 아브레우 박사는 한국까지 찾아 의심을 종식시키려 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7월 영일만 인근 해안에 첫 시추 지점을 정했고, 올해 1월부터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산업부에서 '실패'를 인정한 건 첫 시추 이후 47일 만입니다.
시추를 맡았던 '웨스트 카펠라'는 작업을 마친 뒤 뚫은 구멍을 모두 복구하고 지난 5일 떠났는데요. 1000억원의 수익을 챙겼습니다. 곽 의원은 "1000억원의 국부 유출이 발생한 상황" 이라며 "나머지 6개 유망구조가 있다면 더욱 해서는 안 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소명과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곽상언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14일 오후 전남 나주시 한국전력공사 본사에서 열린 산업통산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는 아직 시추를 시도하지 않은 6개 유망 구조(△오징어 △명태 등) 시추 의지를 드러냈는데요. 앞서 총 7개 유망 구조 중 대왕고래는 성공 가능성이 20%라는 이유로 가장 먼저 시추 작업을 했습니다. 구조상 나머지 6개 유망 구조보다 더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본 겁니다. 6개 유망 구조의 성공 가능성은 더욱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정부와 석유공사는 추가 시추를 위한 해외 기업 대상 투자 유치 절차를 오는 3월부터 시작할 계획입니다.
곽 의원은 "지금 정부 발표는 나머지 6개 유망 구조에 여전히 기대를 걸고 있는 듯한 뉘앙스를 보이는데 근거를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결정적으로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실패한 원인은 처음 발표한 내용부터 종결되는 시점까지 모순된 얘기가 많다"며 "경제성이 없다고 하면서 다시 다른 구조에 대해서 재평가할 수 있다고 하는 허황된 얘기를 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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