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금주 수습기자] 미·이란 분쟁이 조기 종결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하락했던 유가와 환율이 하루 만에 다시 반등했습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유조선을 공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분쟁 장기화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장의 불안 심리로 인해 유가·환율의 동시에 오르는 더블 쇼크가 지속될 경우 국내 경제에도 수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유가 '1년8개월만' 최고치…20원씩 널뛴 '환율'
<로이터통신>은 5일(현지시간) 이라크 바스라주 호르 알주바이르 항구 인근에 정박한 유조선 1척이 폭발로 파손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는 같은 날 걸프해역 북부에서 미국 유조선을 타격해 화재가 발생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앞서 미국 업체 소난골마린서비스가 바하마 선적 유조선의 폭발 피해 성명을 낸 직후 나온 주장이지만, 동일 선박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전날 이란 정보당국이 제3국을 통해 미 중앙정보국(CIA)에 협상을 제안했으나, 미국 정부가 이를 수용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이란 측이 압박 전략으로 선회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외곽까지 공격하며 분쟁 확대 조짐을 보이자, 전날 보합권에 머물던 유가는 다시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전일보다 6.35달러(8.51%) 오른 배럴당 81.01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WTI 종가가 80달러를 돌파한 것은 2024년 7월 이후 1년8개월 만입니다. 국제 기준물인 5월물 브렌트유 선물 종가 역시 전일 대비 4.93% 오른 85.41달러를 기록하며 상승세로 돌아섰습니다.
국내 원·달러 환율도 다시 요동치고 있습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전날보다 10.9원 오른 1479.0원으로 출발한 뒤 장 초반 1480.8원까지 치솟은 뒤 8.3원 상승한 1476.4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앞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4일 1500선을 돌파한 뒤 중동발 변수에 20원 안팎의 높은 변동 폭을 보이고 있습니다.
오일 쇼크 땐 '경제성장률 하락' 현실화
문제는 중동 분쟁이 길어질수록 국내 경제의 타격도 불가피하다는 점입니다. 시장에서는 국내 경제성장률이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한국 경제의 구조상 원유의 7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는 등 석유 수입 의존도와 글로벌 무역 노출도가 높아 유가 상승이 성장률과 경상수지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반도체 수출 호황에 힘입어 33개월 연속 흑자 행진입니다. 실제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1월 국제수지(잠정)'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 경상수지는 132억6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역대 최대 실적을 찍었던 전월(187억달러)보다는 29.1% 줄었지만, 1년 전(26억8000만달러)과 비교하면 394.8% 늘었습니다.
그러나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중동 분쟁으로 연평균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오를 경우, 한국의 경상수지는 767억달러 감소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국내 경제는 반도체 등 수출이 주도하는데, 수출 경기가 하락해 타격이 크다는 설명입니다.
아울러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구조상 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직결된다는 우려도 제기됐습니다. 2024년 기준 한국은 경제 규모가 세계 12위인 반면 원유 소비량은 세계 7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원유 수입 의존도가 가장 높습니다. 특히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 인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 상방 압력이 금리 인상 사이클을 자극할 경우, 내수 회복을 위한 통화정책 운용마저 제약받게 됩니다. 이럴 경우 경제성장률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게 시장의 관측입니다.
유성욱 한국은행 경제통계1국 금융통계부장은 "중동 분쟁이 장기화되면 원유 수급 불안으로 국제 유가나 에너지 가격이 상승해서 직접적으로는 상품 수입액을 높인다"며 "(간접적으로는) 글로벌 경제 여건을 악화시켜서 수출 둔화 등의 상품 수지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부산항 신선대부두, 감만부두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윤금주 수습기자 nodrin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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