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재판소원 사례 보니…‘불통’ 판결 줄어들까
독일 재판소원 대다수 ‘재판받을 권리’ 침해 사건
‘심리불속행’ ‘판결이유 누락’ 불통 관행 개선되나
“절차적 문제는 법원 내 해결해야” 우려도 나와
2026-03-12 17:52:37 2026-03-12 18:14:27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12일 재판소원 제도가 시행되면서 그동안 ‘불통’ 지적을 받았던 법원 판결이 한층 충실해질 것이란 기대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최초로 재판소원을 도입한 독일 사례로 볼 때, 심리불속행 기각과 판결 이유 누락 등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던 사법부 관행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입니다. 
 
재판소원 제도가 공포·시행된 12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민원실에 관련 재판소원 청구서가 비치돼 있다. (사진=뉴시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심리하는 재판소원 사건 중 절반 가량이 독일 기본법상 ‘법적 청문권 침해’입니다. 법적 청문권은 법원이 재판 당사자의 주장을 충분히 듣고, 이를 판결에 반영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우리나라 헌법 중 재판 받을 권리를 명시한 27조 재판청구권과 유사합니다.  
 
대표적 사례는 지난해 7월 독일 헌재에서 인용된 ‘발관리업소 위약금’ 사건입니다. 마리아(가명)는 폭풍우로 발관리업체 예약을 당일 취소했습니다. 업체는 위약금은 물론 추심 비용까지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심 법원은 업체 손을 들어줬습니다. 마리아에게 60유로(약 10만원) 상당의 위로금과 추심 비용을 지급하라고 선고했습니다. 그러면서 판결문에 구체적인 판단 이유를 적시하지 않았습니다. 독일 민사소송법상 600유로 이하 소액 사건은 판결 이유를 생략할 수 있습니다. 
 
마리아는 1심 법원이 자신의 청문권을 침해했다며 재판소원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이 자신의 주장을 전혀 다루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독일 헌재는 마리아 주장이 옳다고 판단했습니다. 독일 헌재는 “법원이 당사자의 모든 주장에 답변할 의무는 없지만, 재판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핵심 진술은 반드시 검토해야 한다”며 1심 법원 재판을 취소했습니다. 
 
독일 사례는 우리 사법부에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형사사건을 제외한 상고사건을 별도 심리 없이 기각하는 심리불속행 기각이 70%에 달하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이 별도 판단 이유를 적시하지 않고 상고 기각하면서 사실상 2심제와 다름 없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하급심에서 핵심 주장에 대한 판단이 누락되는 경우가 많다”며 “대법원 판결문을 받아본 변호사가 별로 없을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따라 법조계에서 재판소원 시행으로 법원이 당사자 주장을 경청하는 경향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옵니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재판부가 당사자 주장을 함부로 기각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법원이 국민 눈치를 보면서 국민을 위한 재판을 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김진한 법무법인 클라스한결 변호사도 “심리불속행 사건은 재판소원 심리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든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반대로 헌재가 법원의 절차적 판단을 따지다 정작 자신들의 중요한 임무인 기본권 침해 사건 심리가 소홀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정광현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단순 절차 위반까지 헌재가 다루기엔 인력과 조직이 중과부적”이라며 “독일처럼 법관을 1만2000명, 대법관을 200명(인구 비례 고려)으로 늘려야 재판소원도 제대로 운영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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