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기술수출의 명암)②임상·플랫폼 쏠림…리스크 낮추고 효율 높인다
임상 단계 계약건 증가세…리스크 최소화 전략
플랫폼이 이끈 2025년 국내 계약규모 Top 3
2026-03-17 06:00:00 2026-03-17 06:00:00
이 기사는 2026년 03월 13일 17:0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기술수출 규모를 늘리며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라이선스 아웃(L/O)이 실질적인 수익 모델로 자리잡는 모양새다. 다만 화려한 계약으로 이목을 끈 뒤에 실패한 사례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IB토마토>는 하나의 수익 모델로 자리잡기까지 기술이전 트렌드의 변화를 짚어보고 성공과 실패 사례를 통해 기술이전이 성배인지 독배인지를 따져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재혁 기자] 제약바이오 라이선스 계약 시장에서 글로벌 빅파마들의 눈길이 전임상에서 임상 단계로, 단일 파이프라인보단 플랫폼 기술로 옮겨가고 있다. 이는 단순히 유망한 후보물질을 선점하던 방식에서 더 나아가 실패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투자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적인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알지노믹스의 'RNA 치환효소 기반 RNA 편집·교정 기술' 관련 이미지 (사진=뉴시스)
 
후기 단계 자산에 집중…임상 단계 계약 비중 50% 육박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IQVIA)가 최근 발간한 '2025 Pharma Deals Annual Review'에 따르면 지난해 생명과학 분야의 라이선스 활동은 대형 제약사들이 임상 및 상업적 경로가 확실한 후기 단계의 자산에 주로 집중하면서 전반적으로 침체된 양상을 보였다.
 
글로벌 빅파마들이 임상 단계의 자산을 선호하는 경향은 전임상 단계에서 비교적 높은 실패율을 회피하고, 효능과 안전성이 어느 정도 데이터로 입증된 자산을 도입해 개발 성공 확률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경향은 국가신약개발사업단(KDDF) 연구·개발(R&D) 기획팀의 '글로벌 기술이전 동향 분석' 자료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기획팀이 지난 2021년부터 2025년 5월까지 글로벌 기술이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총 3913건의 계약 중 개발단계별로 △비임상 920건(23.5%) △임상2상 787건(20.1%) △임상1상 745건(19.0%) 순으로 거래가 활발했다.
 
과거 데이터와 비교하면 분명한 변화가 감지된다. 2012~2016년 당시에는 후보물질 발굴(Discovery)과 비임상 단계가 각각 16.2%, 40.1%로, 전임상 단계의 비중이 56%를 넘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그러나 2021~2025년 기준으로는 이 비중이 약 35%로 줄어든 반면, 임상 1~3상 계약 건 비중이 57.3%를 기록하면서 전세가 역전됐다.
 
비교적 최근인 지난해 5월까지의 수치만 놓고 봐도 총합계 183건 중 1상 31건, 2상 30건, 3상 28건 등 임상 단계의 계약 건수가 총 89건으로 전체의 48.63%를 차지해 후기 개발 단계의 자산 선호가 일시적 현상이 아님을 보여준다.
 
 
 
투자 효율 극대화하는 '플랫폼'…연속적인 수출 성과 도출 가능
 
빅파마의 눈길을 끄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플랫폼'이다. 앞서 살펴본 임상 자산 선호가 리스크 완화 전략이라면, 플랫폼 선호는 투자 효율 강화를 위한 선택으로 볼 수 있다. 하나의 플랫폼 기술로 여러 질환에 대한 파이프라인을 동시에, 혹은 연속적으로 도출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기업들이 거둔 굵직한 성과도 대부분 플랫폼에서 나왔다. 계약 규모 1위를 차지한 에이비엘바이오(298380)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4조 1000억원 규모의 뇌혈관장벽(BBB) 셔틀 플랫폼 '그랩바디-B(Grabody-B)'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으며, 같은 해 연말 일라이 릴리와도 약 3조 7487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및 공동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그랩바디-B는 인슐린 유사성장 인자 1 수용체(IGF1R)를 통해 약물이 BBB를 효과적으로 통과하고 뇌로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이물질 유입을 막아 뇌를 보호하는 BBB가 그간 퇴행성뇌질환 치료제 개발의 장애물로 여겨져 왔던 만큼, 해당 기술은 퇴행성뇌질환 치료의 난제를 해결할 열쇠로 꼽힌다.
 
알테오젠(196170) 역시 정맥주사(IV) 제형의 의약품을 피하주사(SC) 제형으로 전환하는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원천기술 'ALT-B4'를 메드이뮨에 약 1조 9553억원 규모로 수출했다. ALT-B4는 환자의 투약 편의성과 약물전달 효율을 증대시킬 수 있다.
 
알지노믹스(476830) 또한 RNA 치환효소 플랫폼을 일라이 릴리에 약 1조 9000억 원 규모로 라이선스 아웃하며 플랫폼 수출 대열에 합류했다. RNA 치환효소는 질환의 원인 또는 연관 표적 RNA를 특이적으로 인지하고 절단해 유전자 발현을 낮춤과 동시에, 치료용 RNA로의 치환을 통해 치료용 유전자 발현을 유도하는 RNA 편집 및 교정 모달리티 기술이다.
 
한편 플랫폼 기술은 수출하는 입장에서도 매력적이다. 에이비엘바이오가 그랩바디-B를 활용해 연내 2건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모습과, 리가켐바이오(141080)가 독자적인 ADC 플랫폼 기술을 바탕으로 5건 이상의 기술이전을 성사시켜 매출 기반을 마련한 모습은 플랫폼 기술의 연쇄 계약 능력을 보여준다.
 
이와 관련해 이동기 올릭스(226950) 대표이사는 KPBMA 브리프 기고문을 통해 "빅파마 기술이전에 성공한 신약 바이오텍들은 개별 신약물질에 의존하는 대신 플랫폼 기술을 바탕으로 단기간에 다수의 신약 후보를 도출할 수 있는 비즈니스 구조를 갖추고 있다"며 "이는 기술 기반 바이오텍들이 단일 파이프라인 중심 모델을 넘어, 지속적인 신약 창출 역량을 보유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재혁 기자 gur9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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