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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권영지 기자] 열관리 솔루션 기업인
한온시스템(018880)이 전기차 캐즘(수요 둔화)으로 제품 공급 시기가 지연되면서 막심한 손해를 입고 있다. 지난해 주요 고객사 가운데 하나인 포드가 전기차 사업 속도 조절에 들어가면서 수천억대의 손상차손을 기록한 데 이어, 현재 장부에 기록된 2조원대의 무형자산 역시 향후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한온시스템)
무형자산 2.2조원, 손상차손 위험 상존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온시스템의 영업권 및 개발비 등 무형자산 규모는 약 2조2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전체 자산의 20.8%를 차지하는 상당한 비중이다. 문제는 이러한 무형자산이 사업 환경 변화에 따라 언제든 손실로 바뀔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한온시스템은 지난해 뼈아픈 실적을 기록했다. 주요 고객사인 포드가 전기차 사업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개발비 손상차손으로만 1226억원을 인식했다. 이를 포함해 총 2237억원의 무형자산 손상차손을 기록하며, 결과적으로 197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포드는 지난해 말 기준 한온시스템 전체 매출의 12.48%를 차지하는 핵심 고객사다.
더 큰 문제는 포드뿐만 아니라 다른 대형 고객사들도 전기차 전략을 전면 수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온시스템 매출의 21.39%를 책임지는 최대 고객사 현대자동차 역시 최근 전기차 전략을 수정 중이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 대부분이 전기차 전환 속도 조절에 들어가면서 한온시스템이 그동안 투자해 온 개발비들이 무용지물이 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005380)그룹은 지난해 전기차 85만대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2019년 제시했지만, 실제 판매량이 60만대가 채 안 되면서 하이브리드차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보조금 폐지 등으로 미국 등의 전기차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글로벌 완성차업체(OEM)들 역시 기존의 전기차 전략을 전면 수정하고 있다. 지난해 제너럴모터스(GM)와 스텔란티스, 포드, 혼다 등 글로벌 OEM 네 곳이 발표한 전기차 관련 손실만 100조원을 돌파했다.
실제로 혼다는 2040년까지 모든 차량을 전기·수소차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수정하고, 북미용 중저가 전기차 3종 개발을 취소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 157억달러(약 23조원)를 손실로 처리했다. GM 또한 전기차 사업에서 60억달러(약 9조원)의 추가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으며, 스텔란티스 역시 전기차 수요 둔화 여파로 220억유로(약 38조원) 규모의 비용을 손실로 반영하기로 했다.
손상차손 반복될 경우 자본완충력 '잠식' 우려
신용평가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무형자산 손상차손이 반복될 경우 기업의 기초체력이 급격히 약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신용평가업계 A연구원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개발비는 향후 수익이 발생할 것을 전제로 자산화하는 것인데, 이번 포드 건처럼 이례적으로 큰 손상이 발생했다는 것은 향후 수익 창출 가능성이 사라졌음을 의미한다"며 "정확한 추가 손상 규모를 단정할 순 없지만, 자산이 수익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비용화되는 과정은 기업가치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연구원 B씨도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포드 외에도 GM 등 전기차 출시를 지연한 웬만한 업체들에서 조금씩 손상차손 처리가 이뤄진 것으로 안다"며 "손상차손은 현금 유출이 없는 회계상 비용이지만, 반복될 경우 연이은 유상증자로 쌓아 올린 자본완충력을 빠르게 잠식하고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요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향후 실제 생산에 들어가게 된다면 손상 처리했던 부분을 다시 환입할 가능성도 있어, 고객사들의 전기차 전략 추이를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온시스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재로서는 대규모 손상차손이 또다시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은 상태"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다만, 한온시스템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이란 전쟁 등 중동 정세 불안으로 기름값이 치솟으면서 소비자들이 다시 전기차로 눈을 돌리는 현상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 2월 국내 전기차 신규 등록 대수는 3만5693대로 월별 기준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9% 증가한 수치다. 휘발유와 경유차의 신규 등록이 각각 27.8%, 57.1%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휘발유 가격은 2023년 1643원에서 올해 초 1695.9원까지 꾸준히 상승하며 소비자들의 유류비 부담을 키우고 있다.
이러한 유가 변동성과 업체 간의 가격 인하 경쟁, 보조금 조기 확정 등이 맞물리며 전기차 수요가 다시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000270)의 올해 친환경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하며 강세를 보이고 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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