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일본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EV) 투자 속도를 잇달아 늦추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에도 긴장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일본 주요 3대 완성차 업체인 혼다와 닛산 등이 북미 지역 전기차 생산 계획을 재검토하거나 보류하면서, 이들과 공급망으로 연결된 국내 배터리·소재 기업들의 수주 불확실성도 확대되는 분위기입니다.
도쿄 긴자 쇼핑가의 닛산자동차 쇼룸에 닛산 로고가 보인다. (사진=뉴시스
8일 업계에 따르면 혼다는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 추진해 온 전기차 및 배터리 공장 건설 계획을 무기한 보류하고, 현지 정부와 관련 협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당초 혼다는 약 150억캐나다달러(약 16조원)를 투입해 2028년 가동을 목표로 생산 거점을 구축할 계획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포스코퓨처엠(003670)의 사업 구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혼다가 캐나다 배터리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한 2024년 4월, 포스코퓨처엠은 혼다와 양극재 합작법인 설립 계획을 공개한 바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혼다의 투자 일정이 불확실해지면서 향후 수익성 전망에도 변수가 생겼습니다.
혼다에 이어 일본 완성차 업체인 닛산도 전기차 생산 속도 조절에 나섰습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7일(현지시각) 닛산이 미국 미시시피주 캔턴 공장의 전기차 생산 계획을 철회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신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 등으로 “(전기차)시장 환경이 악화되면서 생산 재검토 압박이 커졌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따라 닛산과 공급 계약을 맺은 SK온의 배터리 공급 계획도 재조정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특히 누적 적자 규모가 ‘조’ 단위에 달하는 SK온의 수익성 전망에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양사는 2028년부터 약 99.4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지만, 닛산이 캔턴 공장 전기차 생산 계획을 철회하면서 계약 이행 여부도 불투명해졌습니다. SK온 관계자는 “닛산과 배터리 공급 계약과 관련해 재논의를 진행 중이지만 아직 확정된 내용은 없다”며 “수주 취소 등이 결정될 경우 관련 내용을 공시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변화의 배경으로 미국의 정책 환경 변화를 꼽고 있습니다. 전기차 세액공제 축소와 북미 지역 통상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완성차 업체들이 투자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역시 혼다의 투자 보류 배경으로 미국의 보조금 정책 변화와 북미 무역 협상 지연 등을 지목했습니다.
다만 배터리 업계는 이를 ‘수요 둔화’보다는 ‘속도 조절’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전환 흐름 자체는 유지되고 있는 만큼 중장기 수요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판단입니다. 고객사들의 투자 일정이 변동되면서 생산 계획과 투자 집행 시점을 재조정하는 등 전략 수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들이 시장 상황과 정책 변화에 맞춰 투자 속도를 조절하는 과정”이라며 “배터리 업체들도 고객사 다변화와 투자 유연성 확보를 통해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했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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