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경 기자] 세제 개편 이후 고배당 기업을 중심으로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공시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170개 수준이던 공시 기업은 올해 들어 700개를 넘어서며 단기간 급증했습니다. 다만 전체 상장사 2500여곳 중 미참여사는 1800곳이 넘어 중소형·비고배당 기업으로의 확산은 여전히 과제입니다.
8일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월간 기업가치 제고 현황(4월)'에 따르면 지난달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신규 공시한 기업은 130곳으로, 이 중 124곳이 고배당 기업이었습니다. 누적 공시 기업은 718곳으로 늘었습니다. 코스피 342곳, 코스닥 376곳입니다. 앞서 3월에도 409개사가 신규 공시를 제출했는데 이 중 405곳이 고배당 기업이었습니다. 3~4월 두 달 새 고배당 기업을 중심으로 500곳 넘게 한꺼번에 합류한 셈입니다.
이 같은 급증의 배경에는 세제 혜택이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으로 주식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도입,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고배당 기업은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익배당을 결의한 다음 날까지 배당소득·배당성향 등을 포함한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공시해야 합니다. 혜택을 받으려면 공시를 내야 하는 셈입니다. 고배당 기업 여부는 별도 공시가 아닌 밸류업 공시 서식 내 체크 항목으로 확인하는 방식입니다.
밸류업 제도는 2024년 5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자율공시 형태로 출범했습니다. 출범 첫 분기인 2024년 2분기 3개사에 불과했던 공시 기업은 연말 92개사로 늘었지만 이듬해까지도 170개사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삼성전자(005930) 등 대형사가 참여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정부가 고배당 관련 분리과세 혜택을 밸류업 공시와 연계하면서 3월부터 참여사가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이 때문에 최근의 급증세는 자발적 참여보다 세제 혜택에 따른 의무 이행 성격이 강하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고배당 기업의 공시는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세제 혜택 대상 고배당 기업 617곳이며, 공시를 내지 않은 곳은 15곳 안팎입니다. 조진우 한국거래소 경영지원본부 기업밸류업지원부 부장은 통화에서 "미공시 기업들도 조만간 제출할 예정이거나 내부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었다"고 했습니다.
관건은 앞으로입니다. 전체 상장사 약 2600곳 가운데 세제 혜택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나머지 1800여 개 상장사를 어떻게 끌어들이느냐가 숙제로 남습니다. 공시 기업 718곳의 시가총액은 전체 시장의 77.4%에 달하지만 기업 수 기준으로는 전체의 30% 미만에 불과합니다. 대형사 위주로 참여가 쏠린 반면 중소형사는 아직 상당수 빠져 있다는 의미입니다. 코스피 공시 기업의 시총 비중이 83.4%에 달하는 반면 코스닥은 28.5%에 그치는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조 부장은 "시총이 큰 대기업은 인적·물적 인프라가 갖춰져 있어 공시 여력이 있지만 중소형사는 당장의 경영 현안에 치여 참여가 저조한 측면이 있다"며 "공시가 저조할 경우 지방 설명회나 공문 발송도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고배당 기업이 아닌 곳에서도 자발적 참여도 나오고 있습니다. 농기계 전문기업
대동(000490)을 비롯해
대동기어(008830)·
대동금속(020400) 대동그룹 상장 3사는 고배당 기업에 해당하지 않지만 전날 밸류업 공시를 제출했습니다.
한편 상장기업들의 주주환원 움직임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KT&G(033780)는 1조9000억원 규모 자기주식 전량 소각을 결정했고,
KB금융(105560)도 1조4000억원 규모 자기주식 소각과 60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취득·소각을 추가로 결정했습니다. 최근 3년간 상장기업의 자기주식 소각 금액은 2023년 4조8000억원에서 2025년 21조4000억원으로 가파르게 늘었습니다.
시장 성과도 뒷받침되고 있습니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지난달 29일 3017.50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지수 산출 개시 이후 누적 수익률은 200.4%로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 154.5%를 45.9%포인트 웃돌았습니다. 올해 들어서도 65.8% 올라 코스피 상승률 56.6%를 9.2%포인트 앞섰습니다. 밸류업 ETF 13종의 순자산총액도 4월 말 기준 3조1000억원으로 최초 설정 대비 547.8% 증가했습니다.
한국거래소 서울사옥 전경. (사진=한국거래소)
김현경 기자 kh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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