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버’로 60조 잠수함 잡는다…현대차가 꺼낸 ‘비밀병기’
현대차, 완성차 공장 설립 ‘난색’
수소 기술 생태계 캐나다에 이식
2026-06-05 15:00:38 2026-06-05 15:00:38
[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한국 정부가 약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 수주를 위한 승부수로 현대차의 수소 생태계 기술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완성차 공장 대신 신성장 동력으로 키우고 있는 수소 산업을 패키지로 제안한 것입니다. 현대차는 북미에서 검증된 수소 트럭 엑시언트를 앞세워 캐나다 수소 상용차 시장을 본격 공략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사진=현대차)
 
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캐나다 측에 잠수함 수주와 연계한 수소 인프라 구축 계획인 ‘프로젝트 비버(Project Beaver)’를 비공개로 제안했습니다. 캐나다를 상징하는 동물 비버에서 이름을 따온 이 프로젝트는 현대차의 수소 기술을 캐나다에 이식하는 것이 핵심으로, 수소 액화 플랜트부터 충전 인프라, 수소 트럭 생산 공장까지 아우르는 대형 사업입니다.
 
수소 카드를 꺼낸 배경에는 현실적 판단이 깔려 있습니다. 캐나다 정부는 당초 잠수함 입찰 조건으로 현대차의 현지 완성차 공장 설립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현대차는 이미 미국 3곳, 멕시코 1곳 등 북미 지역에 총 4개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어 추가 투자 여력이 제한적인 상황이었습니다. 이에 완성차 공장 대신 수소 생태계 구축 지원을 제안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입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3일(현지시각) 캐나다 방송 CTV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선점한 전기차 분야보다 한국이 기술 우위를 가진 수소차를 성장 엔진으로 제시했다”며 수소 제안의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이어 강 실장은 프로젝트 비버의 구체적 내용을 공개하며 “잠수함 계약 입찰을 따내면 현대자동차가 캐나다의 수소 생태계 구축을 돕겠다”며 “프로젝트 비버로 생산될 수소 트럭은 한국 브랜드이지만 캐나다산 원자재로 캐나다에서 만든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해 열린 ‘월드 하이드로젠 엑스포 2025( WHE 2025)’에서 관람객들이 PEM 수전해 수소 생산 시스템 관련 전시물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사진=현대차)
 
프로젝트 비버의 골자는 한화오션이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를 수주할 경우 한국 정부가 31억 캐나다달러(약 4조4000억원)를 투입해 2030년까지 BC주에 수소 액화 공장을 건설하는 것입니다. BC주와 앨버타주 일대에 수소 충전소 32곳을 구축하고, 온타리오주에는 수소 화물트럭 생산 공장을 조성할 계획입니다.
 
2035년 이후에는 전국 충전소를 160곳 이상으로 확대하고, 수소 열차 분야 협력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강 실장은 이를 통해 9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도 밝혔습니다. 한국 측은 이번 잠수함 협력이 캐나다에 963억 캐나다달러(약 106조원) 규모의 GDP 효과와 43만개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이라는 청사진도 함께 제시했습니다.
 
현대차는 이미 캐나다 현지에서 수소 사업 확장의 발판을 다지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 북미 트레일러 계열사 현대트랜스리드는 최근 캐나다 딜러사 브레드너 트레일러와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딜러십 계약을 맺고 캐나다 전역을 대상으로 한 수소 상용차 공급에 나섰습니다. 엑시언트는 북미에서 누적 주행거리 100만 마일(약 161만km)을 기록하며 상용 운행 능력을 검증받은 모델로, 현대차는 이를 캐나다 전역에 투입해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서겠다는 방침입니다. 현대차 수소트럭은 앞서 BC주가 진행하는 밴쿠버항 수소 물류 프로젝트에도 투입된 바 있습니다.
 
박철연 현대차 글로벌 상용·LCV 사업본부장은 “캐나다는 현대차 수소트럭의 글로벌 상용화를 위한 핵심 시장”이라며 “캐나다 정부 정책과 변화하는 고객 수요에 맞춰 선진 시장에서 물류 분야 탈탄소화를 선도해나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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