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보틱스 집중하는 두산…속 타는 실트론 인수전
젠슨 황 방한 계기 ‘전방위 협력’ 기대
공급망·로보틱스 등 주요 협력 의제로
‘협상 장기화’ 실트론 인수 시점 주목
2026-06-05 17:11:23 2026-06-05 17:11:23
[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인공지능(AI)과 로보틱스 사업에 집중하는 두산그룹의 보폭이 빨라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AI 열풍을 이끄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방한을 계기로 로보틱스와 피지컬 AI, 그리고 AI 인프라 등의 추가 협력 확대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룹 반도체 사업의 핵심 퍼즐로 꼽히는 SK실트론 인수 협상이 장기화하고 있는 점은 뼈 아픈 대목으로 실제 성사 여부와 시점에 이목이 쏠립니다.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날 방한한 황 CEO는 오는 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와의 프로야구 경기에서 시구를 마친 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과 주요 계열사 경영진들과 별도의 회동을 갖습니다. 박 회장이 황 CEO와 공식 석상에서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양측은 반도체·로보틱스·피지컬 AI 등 폭넓은 주제의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동안 두산그룹은 엔비디아와 협력 관계를 이어왔습니다. 대표적인 분야가 반도체입니다. ㈜두산의 전자BG(비즈니스그룹)는 엔비디아에 AI 가속기의 핵심 소재인 동박적층판(CCL)을 공급해 오고 있습니다. 두산이 글로벌 인쇄회로기판(PCB) 업체들에 CCL을 공급하면, 이들 업체가 엔비디아에 PCB를 납품하는 구조입니다. 특히 엔비디아가 차세대 AI 가속기인 베라 루빈의 본격 양산을 앞두고 있어 안정적인 CCL 물량 확보가 중요해진 만큼, 이번 회동에서 공급망 협력이 주요 의제로 오를 것으로 점쳐집니다.
 
또한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늘어나면서 전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두산에너빌리티와의 협력을 타진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발전 설비에 쓰이는 가스터빈의 미국 수주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로보틱스 분야 협력도 핵심 의제로 거론됩니다. 앞서 지난 4월 황 CEO의 장녀인 매디슨 황 옴니버스 및 로보틱스 제품 마케팅 수석이사는 두산로보틱스 이노베이션센터를 방문해 김민표 두산로보틱스 대표와 피지컬 AI 기술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습니다. 양사는 두산로보틱스가 개발 중인 로봇 운영체제와 엔비디아의 AI·로보틱스 시뮬레이션·학습 인프라를 연계해 산업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로봇 실행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으로, 오는 2028년 산업용 휴머노이드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특히 황 CEO가 한국 로보틱스 사업 투자에 연신 관심을 내비치고 있는 만큼, 협력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옵니다. 업계 관계자는 피지컬 AI 생태계 확장에 집중하고 있는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로보틱스, 에너지, AI 인프라 등에서도 강점을 가진 두산그룹은 매력적인 파트너일 것이라고 했습니다.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5일 전용기편으로 서울 강서구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에 도착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처럼 엔비디아와의 협력 확대로 AI·로보틱스 사업에 속도가 붙고 있지만, 반도체 사업의 마지막 퍼즐로 여겨졌던 ‘SK실트론인수 협상이 장기화하고 있다는 점은 두산으로서는 뼈 아픈 대목입니다. 당초 두산그룹은 실트론 인수를 통해 웨이퍼(실트론), 웨이퍼 테스트(테스나), 기판(전자BG)으로 이어지는 반도체 수직계열화를 완성하겠다는 계획이었으나, 예상보다 협상이 길어지면서 이 같은 구상에도 일정 부분 차질이 불가피해졌습니다.
 
업계에서는 협상 장기화 배경으로 가격에 대한 인식 차이를 꼽고 있습니다. 5조원에 달하는 빅딜인 만큼 기업 가치 산정과 미래 가치 평가, 몸값에 대한 양측의 시각차가 쉽게 좁혀지지 않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다만, 이는 일부 조율 과정으로 협상이 최종 결렬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그룹이 실트론 인수를 위한 실탄 확보 차원에서 조단위 대출을 받는 등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협상이 실제 결렬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