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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MB 한마디에 전봇대 뽑고 가로등 끄고..高물가는?
2011-09-02 13:47:30 2011-09-02 13:48:03
[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이명박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정부의 경제 정책이 휘둘렸던 게 하루 이틀 일은 아니다.
 
취임 직후인 지난 2008년 이 대통령은 "의사소통에 지장을 준다"며 청와대 비서실에 칸막이를 없애라고 지시했다. 청와대는 얼마 후 비서관실 사이의 벽을 트고 칸막이를 낮추는 대규모 공사를 진행했다.
 
취임 초기 전봇대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전봇대 때문에 화물차량의 통행이 불편하다는 민원이 지속되고 있다는 이 대통령의 한마디에 이틀만에 전봇대는 뽑혀져 사라졌다. 
 
지난해 "미국에 나가 보면 슈퍼마켓에서 약을 사 먹는데 한국은 어떠냐"는 말에, 부처간 이견으로 논란이 일던 일반 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가 갑자기 추진됐다.
 
"대기업 캐피털사가 높은 이자를 받는 것은 사회 정의상 맞지 않는다"는 이 대통령의 지적이 나온 직후 주요 캐피털사들이 앞다퉈 이자를 끌어 내리기도 했다.
 
올 1월 "기름값이 묘하다"는 대통령의 '묘한' 발언도 눈길을 끌었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회계사 출신인 내가 정유사 이익구조를 들여다보겠다"며 팔을 걷어 붙였고, 지경부와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들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며 '묘한 기름값' 잡기에 몰려들었다. 
 
최근 이 대통령이 "가로등 조명이 너무 밝다"고 언급하자 청와대 경제정책실은 지경부에 '가로등, 보안등의 조명 밝기 개선 방안을 검토하라'는 지시가 하달됐다. 
 
물론 대통령 중심제에서 행정 수반인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큰 의미와 중요성을 갖는다. 하지만 국민의 삶과 국가의 미래가 걸린 정책이 대통령의 '툭 던지는 말 한마디'로 시작되고 추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뿐더러 위험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민주국가와 시장경제에서 정책은 구상, 검토, 수립, 추진, 완성의 단계까지 국민과 시장참여자, 정부부처가 함께 추진하는 게 정상이다. 또 이 과정 또한 우선순위, 파급력, 정책효과, 사후 보완책 등을 꼼꼼히 고려해 '시스템'에 의해 진행되는 게 정상이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정책이 진행되는 일은 과거 국민의 참여가 불가능했던 군사독재 시절에나 있는 일이다. 경제·사회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후진국에서나 가능하다.  
 
대통령과 정부부처가 지금 적극 나서서 풀어가야 할 문제는 고물가, 급증하는 가계빚, 재정악화, 실물경기 침체 등 한 두가지가 아니다.
 
전봇대 간격이나 가로등 밝기 같은 문제를 대통령이 직접 나서 꼭 찝어내듯 지시 내리는 스타일도 문제고, 이런 즉흥적인 언급을 마치 '제왕의 명령 받들어 모시듯'하는 정부부처의 모습도 걱정스럽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면 지금의 고물가나 가계빚, 재정악화 문제 등에 대해서도 부디 대통령이 '한마디'를 던져서 정부부처가 신속히 해결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뉴스토마토 임애신 기자 vamo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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