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잔쯤 괜찮겠지' 설 기분 내다 쇠고랑"
법원, "이유·거리 불문..음주운전 엄벌"
2013-02-10 14:43:39 2013-02-10 14:45:32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즐거운 설 명절이다. 이번 설 연휴는 3일로 다른 해보다 짧은 편이어서 아쉽다. 그러나 그런 만큼 각종 사건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차례 음복 후 잠깐 운전하는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귀경길 장시간 정체로 전방주시의무 등을 소홀히 한다면 쇠고랑을 찰 수도 있다. 
 
이모씨(42)는 2006년 1월 설 연휴기간 중 고향인 대전에 내려가 차례를 지낸 후 성묘를 가기 위해 운전대를 잡았다. 술을 마시긴 했지만 간단히 음복을 한 정도여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나 차를 몰다가 신호대기 중인 차량을 추돌해 사고를 일으켰다. 출동한 경찰관이 음주측정을 요구했지만 음복을 조금 했을 뿐이라며 거부했다. 결국 이씨는 음주측정거부 혐의 등으로 기소돼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월급 130만원으로 외국인 처와 딸, 조카, 노모를 모셔야 한다며 선처를 구했지만 판결은 확정됐다.
 
영월에서 사업을 하는 정모씨(39)는 2007년 설 속이 매우 상했다. 바로 전 해에 어머니가 위암으로 돌아가셨는데도 동생들이 아무도 내려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홀로 계신 아버지는 심장마저 좋지 않았다. 내년에는 결혼도 해야 했다. 이래저래 심란한 정씨는 술을 몇잔 마시고 잠시 볼일을 보기 위해 차에 올랐다. 그러나 20m 전진 후 음주단속에 걸렸다. 혈중알콜농도 0.111%. 무면허운전으로 징역 5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유예기간 중이었던 정씨는 음주운전까지 가중처벌돼 징역 6월을 선고받았다. 여러 이유를 대 항소했으나 결국 판결은 확정됐다.
 
법원은 음주운전에 대해 매우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운전한 거리나 경위 등은 중요한 고려사항이 아니다.
 
◇"술 먹고 주차위해 10m 차량 후진..음주운전"
 
판례 중에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차량을 10m가량 후진한 것도 음주운전으로 보고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예가 있다. 또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이유로 음주운전을 했더라도 운전면허를 취소한 것은 정당하다는 판결도 있다.
 
법원 관계자도 "운전을 하지 못해 입게 되는 개인적인 불이익보다는 음주운전 교통사고를 방지해야 할 공익상의 필요가 크기 때문에 아주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처분이 취소되기는 어렵다"며 음주운전에 대한 엄격한 법원의 입장을 설명했다.
 
귀경행진이 시작되는 설 연휴 당일이나 마지막 날도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 위험은 도사리고 있다. 술을 한잔 했지만 시내를 벗어나면 긴장이 풀리기 마련이다. 국도 한가운데나 고속도로에서 귀경차량을 세워놓고 음주측정을 하는 예는 드문 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심리적 완화와 전방주시의무 소홀은 반드시 사고로 연결된다는 것이 경찰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류모씨(38)는 고향 대전에서 설을 지낸 뒤 서울로 돌아오기 위해 자신의 싼타모 승용차를 몰고 경부고속도로를 탔다. 오후 3시쯤 귀경길에 오른 차량들로 설 정체가 이어지다가 모처럼 차가 빠지기 시작했다. 속력을 내 앞차를 쫓아가던 류씨는 그러나 안전거리를 유지하지 않은 탓에 앞차인 엑센트를 들이받았다. 이 충격으로 엑센트는 그 앞에 있던 스타렉스를 추돌했다. 이 사고로 운전자 4명이 부상을 입었고 600여만원의 재산피해를 냈다. 류씨는 술을 마시지도 않았다. 재판부는 류씨에게 금고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법원, "명절 등 차량 정체시 사고방지 의무 더 있어"
 
법원은 "설날 귀성객으로 차량 정체가 심하였으므로 전방좌우를 잘 살피고 제동 및 조향 장치를 정확히 조작하여 사고를 방지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명절 귀경길에서는 전방주시의무 등 사고방지 의무가 더욱 강력히 요구된다는 것이다.
 
인천에 사는 이모씨(39)도 귀경길 전방주시의무를 소홀히 했다가 사고를 내 전과자가 됐다.
 
이씨는 지난해 1월22일 오전 11시쯤 자신의 로체 승용차를 몰고 고양방면에서 의정부방면으로 이어지는 국도를 지나고 있었다. 당시 설 연휴로 차량이 정체되고 있어서 가다서다를 반복했다. 그러나 이씨는 전방주시의무와 앞차와의 안전거리를 충분히 두지 않고 차를 몰다가 앞에서 신호대기를 하고 있는 I30 승용차의 뒷범퍼를 들이받았고 그 충격으로 I30 승용차가 앞에 있던 SM5 승용차를 들이받는 연쇄추돌 사고를 냈다. 이씨는 그러나 구호조치를 하지 않고 사건현장을 바로 이탈해 도주했다가 붙잡혀 뺑소니로 기소됐다. 이씨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60시간을 명령받았다.
 
법원은 설날 추돌사고시 과실책임을 처음 사고를 낸 사람에게 인정하고 있다. 민사재판에서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최초 추돌을 한 운전자에게 모든 책임이 있다고 보고, 추돌사고로 발생한 인명피해나 재산상 피해에 대한 배상책임을 최초 추돌자에게 묻고 있다.
 
한 법원 관계자는 "과거에는 차량 추돌사고시 배상책임의 분배 등에 어려운 부분이 없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블랙박스가 일반적으로 보급되면서 책임 소재가 명확해졌다"며 "특히 명절 교통사고는 대형사고로 번질 수 있고 그 민형사 책임을 혼자 다 떠안을 수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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