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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사병 구타사망사고' 긴급현안질의서 軍 질타
안규백 "상해치사죄 아닌 살인죄 적용해야"..軍 "검토하겠다"
윤후덕 "휴대폰 반입해야" 요구에도 軍 "긍정 검토"
2014-08-04 15:54:17 2014-08-04 15:58:55
[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육군 28사단 윤 일병 폭행 사건과 관련한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방부에 대한 긴급 현안질의가 4일 국회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 여야 의원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천인공노할 일'이라는 데에 인식을 같이 하고, 군 지휘부의 안이한 인식과 후진적인 사병 관리 시스템을 한목소리로 질타했다.
 
여야 의원들은 특히 이번 사고 발생 후 군의 대응 자세도 문제 삼았다.
 
윤후덕 새정치연합 의원은 군이 사고 발생 직후 '회식 중 구타 사망사고'라는 보도자료를 낸 것에 대해 "민주화 운동 당시의 '턱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박종철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며 군의 은폐의혹을 제기했다.
 
윤 의원은 권오성 육군참모총장이 '그때까지 확인된 내용을 배포한 것'이라고 반박하자, "사전에 잘못된 보도 자료를 냈으면 추가 보도 자료를 냈어야한다"며 민간 인권단체의 폭로 이후에야 관련 사실을 공개한 군의 대처방식을 비판했다. 권 총장은 결국 이에 대해 사과했다.
 
같은 당 안규백 의원은 군 수사당국이 살인죄 대신 상해치사죄를 적용한 것을 지적하며 "우리 군 수사능력의 한계를 보여줬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가 성립된다고 94년도 판례가 이미 있다"고 주장했다.
 
진성준 의원은 지휘계통에 대한 징계가 너무 약하다며 직무유기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 부대에서는 폭행이 대물림됐다"며 "부대관리가 그동안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지휘관들이 직무유기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4일 오전 여의도 국회에서 28사단 윤일병 사망사고 관련 현안보고를 위해 열린 국방위 전체회의에 해당 부대인 28사 본부대대장(오른쪽)과 본부포대장(왼쪽)이 출석해 자리하고 있다.ⓒNews1
 
계속되는 사고에 대한 군의 안이한 인식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손인춘 새누리당 의원은 "간부들 중에 본인들의 진급만 생각하는 정치성향 군인들만 남아있다"며 "그런 사람들이 요직에 있는 한 이런 사고가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송영근 의원은 "군에서 위기로 받아들이지 않고 또 한 번 '지나가는 일'로 받아들이는 것 아닌가하는 우려를 갖고 있다"며 "장군단이 보신주의에 빠져있기 때문에 아래 부하들이그대로 보고 배우고 있다. 국방장관까지도 이런 보신주의 뒤에 있지 않나 생각해보게 된다"고 질타했다.
 
의원들의 계속되는 질타에 국방부도 한껏 고개를 숙였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사건 사고가 있을 때마다 여러 가지 대책을 강구하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대책이 구체적으로 뿌리내리지 못한 점은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 총장도 "책임을 통감하고 국민 앞에 머리를 숙여 사과한다"며 "저는 책임질 준비하고 군 생활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 장관은 지휘관 직무유기 혐의 적용 요구에 대해서도 "장관으로서 다시 한 번 개입해 확인해 볼 생각"이라고 답했다.
 
김흥석 국방부 법무실장도 가해 사병들의 살인죄 적용 요구에 대해 "국민들이 그런 여론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에 다시 한 번 검토하겠다"며 "검찰에서 공판 연기를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4일 오전 여의도 국회에서 28사단 윤일병 사망사고 관련 현안보고를 위해 열린 국방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보고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권오성 육참총장.ⓒNews1
 
여야 의원들은 아울러 군대 내 사고방지를 위한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윤후덕 의원은 외부와 단절된 상황에서 군 사고가 발생하는 점을 지적하며 영내 휴대폰 반입을 허용하라고 촉구했다. 권 총장은 이에 "긍정적인 검토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진성준 의원은 군 사고를 군이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며 국회 내부에 국방 옴부즈맨을 두도록 하는 '군인지휘향상 기본권'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광진 새정치연합 의원은 현 시스템에서는 사망사고에 대한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며 규정 변경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사망자 처리 규정에 '본인 귀책사유로 사망한 경우에만 지휘관의 책임을 안 묻는다'고 돼 있다"며 "이 규정으로 지휘관들이 진상규명 대신 사망자에 귀책사유를 떠넘기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진상규명을 제대로 하지 않는 지휘관들의 책임을 묻는 게 급하다. 진상규명을 제대로 잘하면 책임의 일정 부분을 면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그래야 진급이 남아있는 사람들이 사망자에게 최소한 예우를 지켜준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군 사고의 투명한 조사를 위해선 민간인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유족이나 국회가 수사결과 내용을 알려달라고 하면 '수사 중이라 답변 못한다'는 답변서를 한 줄 보낸다"고 군의 수사 행태를 비판했다.
 
김 의원은 또 의문사진상조사위원회의 해체 후 군 사고를 독립적으로 재조사할 기구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제도 개선으로 재심 제도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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