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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공공입찰 담합 '입찰제한' 완화…제도 현실화? 업계 편의?
정부여당, 국가계약법 개정 시도…제척기간 도입 등
건설업계 "입찰제한, '3중 처벌'" 관련 법 개정 호소
2015-08-03 16:15:14 2015-08-04 08:26:37
정부여당이 공공입찰 과정에서 담합행위를 한 건설사에 대해 입찰참가자격제한 처분을 완화하는 내용의 국가계약법(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개정을 추진하면서 제도의 현실화인지 업계에 대한 편의 제공인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9일 '규제개선 추진실적 점검결과' 발표에서 건설사 입찰담합 제재 완화 과제에 대해 "입찰제한 같은 처벌적 제재 대신 과징금 등 경제적 제재 중심으로 전환하며, 제척기간 설정 등 국가계약법 개정을 올해 12월까지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올해 1월 기재부와 국토교통부, 공정거래위원회가 관계부처 합동대책으로 내놓은 '입찰담합 부정행위에 대한 임·직원 등 인적처벌 강화', '입찰참가제한 제도 제척기간(5년) 도입' 대책의 연장선상으로 공공입찰 담합업체에 대한 입찰참가자격제한 완화가 목적이다.
 
현행 국가계약법은 공공입찰에서 담합행위를 한 업체에 대해 부정당업자로 지정하고 최대 2년 동안 관급 공사 입찰을 제한하고 있다.업계에서는 과징금 등 경제적 제재와 임·직원 등 책임자 처벌에 이어 회사의 존립 자체를 위협할 수 있는 '3중 제재'라며 개정의 필요성을 꾸준히 지적해왔다.
 
이와 관련 현재 국회에는 새누리당 함진규, 김태원 의원이 각각 '입찰제한 제재의 원인이 된 기관 외의 공공입찰에는 참가할 수 있도록 하는 안', '입찰제한 행정처분에 제척기간(5년)을 도입하는 안' 등의 내용으로 발의한 국가계약법 개정안이 제출돼있는 상황이다.
 
한 국토위 관계자는 "현행 규정이 과도하다는 것은 다수설이다. 업계도 과실을 인정하고 과징금이나 인적 처벌은 강화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어느 한 사업장에서 담합을 했다고 국가 계약 전체를 제한하는 것은 적정한 처벌을 넘어 기업의 영업 전반을 중단시키는 과도한 제재"라며 "특히 해외시장에서 경쟁 업체가 우리 기업에 대해 자국에서 입찰참가자격이 제한된 업체라고 이의 제기를 하는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해 발간한 '부정당업자 입찰참가자격제한제도의 주요쟁점과 과제'에서 "부정당업자 제제처분 관련 프랑스의 경우 형법으로 제재를 하기 때문에 징벌적 성격이 다소 강하나 제재사유가 매우 제한적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징벌적 수단으로 운영하고 있는 국가는 많지 않다"며 "중복 제재가 이뤄질 경우 일정부분 감경하는 등 과도한 제재에 대한 합리적 고려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같은 정부여당의 법 개정 추진 움직임에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새정치민주연합 4대강 불법비리진상조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미경 의원은 통화에서 "정부가 입찰담합을 하지 못 하게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는커녕 오히려 완화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정부여당이 정의와 법질서를 세우는 데 있어서 너무 무감각한 것 같다고 생각한다"며 "법 위반에 대해 반성도 없이 처벌 규정이 완화된다면 우리 건설업계의 부당하고 편법적 관행은 계속될 것이며 이런 것들이 오히려 우리 경제를 망치게 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의원은 입찰제한 완화와 업계의 담합 관행에 대해 “다시 한번 명확한 입장을 내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한 야당 소속 국토위 관계자는 "사실 공정위의 적발과 과징금 확정에 소요되는 시간과 업체들의 효력정지신청으로 인한 시간끌기로 최종 처분이 지연될 개연성이 상당히 높고, 5년이 되기 전에 사면 등을 통해 제재를 감해주는 등 입찰제한 규정은 이미 사문화 된지 오래"라며 정부여당의 대책 방향 자체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
 
지난 2011년 인천 서구 검암동 시천교와 목상교 사이에서 경인아라뱃길 관련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 2009년 4~5월 발주된 경인운하사업에 참여했던 건설사 12개사가 지난해 공공공사 입찰담합으로 적발돼 시정명령과 과징금 991억원, 부정당제재 24개월 처분 등을 받았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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