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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김영란법’ 개정 움직임…“예외둬야, 축소해야”
내년 9월 시행예정, 시행되기도 전에 ‘과잉입법’ 등 우려 목소리 분출
새누리 “좋은 법이긴 하지만 또 다른 피해자 생겨선 안 돼”
새정치 “범위 무작정 넓히니 문제 생겨, 고위 공직자로 제한해야”
2015-08-19 14:45:06 2015-08-19 14:45:06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 척결을 위해 지난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제대로 시행(내년 9월 예정)도 되기 전에 개정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2012년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제안한 ‘김영란’법은 공직자와 언론사 임직원, 사립학교와 유치원 임직원, 사학재단 이사진 등이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본인이나 배우자가 1회에 100만원 또는 연간 300만원을 넘는 금품 또는 향응을 받으면 형사 처벌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다만 단순한 사교·의례·부조 목적의 선물은 주고받아도 처벌하지 않되 그 기준 가액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했다. 이에 따라 국민권익위원회는 화훼류·음식은 5만원, 과일·한우세트 등은 10만원으로 기준 금액을 제안했지만, 관련업계에서는 현실과 맞지 않는 액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새누리당 김종태 의원은 18일 김영란법이 규정한 수수 금지 대상에서 ‘농수축산물과 그 가공품을 제외’하는 내용의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 의원은 “국내산 농수축산물의 40%가 설·추석 명절에 소비되지만 법률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사회 상규상 허용되는 선물 가액(5만~7만원)을 지나치게 낮게 책정해 농어민들이 소비처를 확보하지 못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명절 선물용 농수축산물의 상당수가 5만원 이상인데 김영란법이 이대로 시행되면 우리 농민들은 명절 때 과일 한 상자도 판매할 수 없게 된다”고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앞서 김무성 대표도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김영란법 시행령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김영란법이 좋은 법이긴 하지만 또 다른 피해자가 생겨선 안 된다”며 “법 시행이 농축산 농가에 가할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김영란법 개정 움직임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 측에서는 ‘예외조항을 허용하기 시작하면 결과적으로 법이 무력화 될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기식 의원은 19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예외조항은) 한 마디로 법의 취지를 무력화시키는 것”이라며 “농축수산물 중에는 수십만원이 넘는 한우나 전복, 굴비 등 선물들이 있는데 그런 농축수산물을 예외로 할 경우 다른 분야들은 가만히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10만원짜리 상품권은 뇌물이고 50만원짜리 한우세트는 아니다고 하면 이걸 어느 국민들이 이해를 하겠느냐”면서 “한 번 예외가 만들어지기 시작하면 결국은 선물에 대해 제한이 없어지는 형태로 갈 수밖에 없게 된다”고 주장했다.
 
대신 새정치연합 일각에선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을 축소·조정하는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당초 김영란법 원안은 공무원 및 공공기관 임직원 등이 대상이었지만 국회논의 과정에서 ‘직무의 공공성’을 이유로 언론인, 사립학교 교직원과 그 가족들까지 범위가 확대돼 적용인원이 300여 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과잉입법’ 논란이 발생해 위헌시비에 휘말려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인 새정치연합 이상민 의원은 대상과 범위를 줄이는 김영란법 개정안을 이르면 다음 주 월요일에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위원장은 “김영란법의 애초 목적은 좋았으나 대상과 범위를 정하는 데 있어 너무 졸렬하게 부실입법을 함으로써 이런 문제가 생겼다”며 “사립학교 교사나 언론인까지 범위를 무한정 넓히다 보니까 이렇게 복잡한 문제가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영란법의 원래 목표는 우리나라 고위직에 대한 부정부패를 일소하는 것”이라며 “고위직들만 대상으로 해서 법을 제정하고 시행하면 오히려 그 효과가 더 많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김재원 의원이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합리적 김영란법 시행령 제정을 위한 국내 농축산업 대토론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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