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피플)김용익 “김종인, 불출마 선언하고 대표직 사퇴해야”
“아무리 못난 사람 공천해도 정당을 보고 투표하는 것이 맞다”
“필리버스터 망설여…소 뒷걸음 치다 쥐 잡은 격”
2016-03-16 12:29:12 2016-03-16 12:29:12
더불어민주당 김용익 의원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손꼽히는 ‘복지 전문가’다. 의사 출신으로 보건 분야에만 전문성이 있을 것으로 여길 수 있지만, 김 의원은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을 역임하면서 복지정책 전반에 대한 시야를 갖게 됐다.
 
김 의원은 일찌감치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따라서 다른 비례대표 출신 의원들처럼 총선 1~2년전부터 지역구 활동에 매달리는 방식의 활동을 하지 않았다. 대신 상임위 활동에 충실하려 했다.
 
김 의원은 ‘정쟁’보다는 ‘정책’에 집중하는 국회의원이 되려 했지만, 최근 더민주 공천 논란 등 당내 현안에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 김 의원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체제에 대해 비판의 강도를 점점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문재인 전 대표의 취임 이후 계파 갈등이 첨예하게 벌어졌을 때도 말을 아꼈던 김 의원이었다. 하지만 “김종인 대표는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대표직에서 사퇴해야 된다”는 그의 발언은 거침이 없었다.
 
김 의원은 최근 당 상황에 대해 지지자들에게 미안하다면서도 “아무리 못난 사람을 공천해도 정당을 보고 투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당의 영구집권을 막아달라는 간절한 요청이었다. 다음은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인터뷰의 주요 내용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용익 의원. 사진/뉴스토마토
 
-더민주가 공천 문제로 시끄럽다. 정청래 의원을 공천 배제한데 이어 이해찬 의원도 공천 탈락시켰다. 당 지도부와 공천관리위원회의 결정에 상당히 비판적인데
 
김종인 대표가 다른 이유는 없이 그야말로 정무적인 판단을 했다고 하는데 저는 그 판단에 동의하지 않는다. 김 대표는 정청래, 이해찬 의원이 총선에 출마하게 될 경우 당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판단했고, 또 이들을 낙천시키면 표를 잃는 것 보다 얻는 게 더 많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 그렇지 않다. 두 분의 낙천은 상징적으로 민주당의 전통적인 지지층과 열성 지지층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됐다. 잃는 부분이 훨씬 더 많다.
 
이 때문에 지금 김 대표가 더민주 지지자와 국민들에게 할 수 있는 일은 김 대표 본인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대표직에서 사퇴하는 것이다. 김 대표가 정말 진정성을 가지고 본인이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국민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 두 사람을 낙천시켜놓고, 김 대표 본인이 비례대표 후보로 나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또 누구라고 거론은 못하겠지만 비대위에 있는 의원들도 다른 후보들을 위해서 자신들이 총선에 불출마함으로써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김종인 대표가 '친노(노무현) 패권주의 청산 공천'을 했다고 보나
 
저는 김 대표에게 반문하고 싶다. 친노 패권이 문제인 것인가, 아니면 계파 갈등이 문제인가? 친노 패권은 문제고, 비노 패권은 문제가 아닌가? 계파 갈등이 문제라면 친노 패권이든 비노 패권이든 둘 다 문제 삼아야지 왜 친노 패권만 문제 삼나? 비노가 패권을 휘두르는 것은 상관이 없나? 비노 패권을 휘둘렀다고 하는 의원들이 박지원, 김한길 의원 등 이런 사람들 아닌가. 게다가 이들은 탈당까지 했다. 당을 배신하고 나갔다. 그러면 그 사람들에 대해서 엄중하게 조치해야 되는데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 사람들 오면 받아주겠다고 자리까지 비워두지 않았나. 그러다가 막판에 (야권연대) 할 수 없으니까 그 사람들 지역에 우리 당 후보들을 공천했다. 친노 패권을 청산하기 위해 정무적 판단을 했다는 김 대표의 말을 신뢰할 수 없다.
 
-비례대표 의원으로서 현재 당에서 비례대표를 선정하는 기준이나 방법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비례대표 후보는 지역구 후보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당 지도부의 결정권이 강하게 미친다. 이런 경우일수록 비례대표 후보 선정 과정에서 공정성에 신경을 써야 한다. 국민의 개입없이 당 지도부의 극소수 사람들이 후보를 결정하려면 객관적으로 해야 된다. 최근 당내 청년 비례대표 후보 선정 과정에서도 문제가 터지지 않았나. 비례대표는 어떤 사람을 추천했느냐에 따라 총선 전체 판도에 영향을 준다. 지난번 우리 당은 전태일 열사의 여동생인 전순옥 의원을 비례대표 후보 1번으로 선택했다. 비례대표 후보를 뽑는 과정에서 당 지도부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해 선정이 된다면 오히려 다른 후보들에게 부담을 주는 일이 될 수 있다.
 
-문재인 전 대표의 총선 역할에 대해선 어떻게 전망하나
 
문재인 전 대표는 이제 전국을 다니면서 후보들을 지원해줘야 한다. 어차피 본인의 행보가 향후 대권 도전과 연관돼 있고, 그런 측면에서 전국적으로 선거 지원 유세를 다녀야 한다. 더민주 후보들 입장에서도 문 전 대표 말고 도와줄 사람이 없다. 박지원 의원과 김한길 의원은 국민의당에 가 있고, 손학규 전 대표는 강진에 있다. 정동영 전 의원은 국민의당 소속으로 전북 지역에 출마했다. 결국 선거를 지원해 줄 사람은 문 전 대표 밖에 없다. 특히 문 전 대표 본인이 부산에 대해 부담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부산을 포함해 수도권에 있는 후보들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틈틈이 호남에도 선거 지원에 나서야 한다.
 
-최근 필리버스터 정국에서 야권에 호평이 쏟아지기도 했다.
 
처음 필리버스터를 시작할 때는 의원총회에서 꽤 망설였다. 망설인 이유가 2~3가지 정도 있었다. 첫째는 필리버스터를 해도 당시 테러방지법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필리버스터를 시작하면 끝날 때 곧바로 표결에 들어가기 때문에 필리버스터를 시작한다는 것은 곧 테러방지법의 통과를 의미했다. 두 번째는 필리버스터를 한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오히려 잘못 이야기해서 말실수로 인해 언론에서 공격이 들어오지 않을까 염려했다. 마지막으로 필리버스터를 한다고 해서 정말 잘 할 수 있을까에 대해 자신감도 없었다.
 
그런데 다행히 김광진 의원이 첫 주자의 역할을 잘 했다. 그 다음에 은수미 의원이 후속 타자로서 잘해줬다. 그 다음 의원들에게 준비할 시간도 생겨서 원만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필리버스터를 통해 테러방지법에 대해 많이 알게 됐고, 여론도 자리가 잡히게 되면서 국민들이 정치인에 대해 평가를 달리하게 되는 좋은 기회가 됐다. 필리버스터는 정말 속담으로 말하면 ‘소가 뒷걸음 치다가 쥐를 잡은 격’이다.
 
-총선 불출마를 결정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저는 개인적으로 의원 생활을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을 일찌감치 했다. 솔직히 말하면 더 이상 할 엄두도 안 나고, 그렇게까지 국회의원을 해야 되나 싶어서 (지역구 도전을) 안 하기로 했다. 특히 제가 지역구 선거에 나가는 것이 성격에 맞지 않았다.
 
국회의원을 그만두면 이제 정치 못하지 않느냐고 하는데 국회의원이 아니면 정치를 못하는 것은 아니다. 정치는 사실 국민이 하는 것이지 정치인이 하는 게 아니다. 나도 해야 할 일이 많다. 정치적인 욕심을 내면 끝이 없다. 국회의원 임기를 마친 후에는 이제 교수로서 다른 학교에서 와달라고 하면 그쪽으로 갈까 생각 중이다. 일단 내년 대선까지는 당을 당연히 도와야 한다. 대선에서 이기면 모른다. 장관을 할지 무엇을 할지 모른다.(웃음)
 
-공천 문제로 실망하는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공천이 이렇게 돼서 우리 당 지지자들이 많이 실망하고 탈당하겠다는 사람도 굉장히 많아졌다. 그런 분들에게 제가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투표를 할 때는 정당을 보고 투표해야 한다. 인물을 보고 투표하는 게 아니다. 미국 대선의 예를 들면, 민주당의 샌더스냐 힐러리냐는 민주당 안에서 진보파냐 온건파냐의 차이지 결국 선택은 공화당이나 민주당 중 하나다. 아무리 못난 사람을 공천해도 정당을 보고 투표하는 것이 맞다. 마지막으로 이번 총선에서 투표는 꼭 해야 한다. 안 그러면 여당인 새누리당이 영구 집권하게 될 것이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더불어민주당 김용익 의원이 지난달 26일 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한 필리버스터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