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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위협)③"기술력이 해답…반도체는 미세공정, 디스플레이는 OLED"
2016-04-18 07:00:00 2016-04-18 07:00:00
삼성전자가 지난 2월부터 양산을 시작한 10나노급 8기가비트 D램. 사진/삼성전자
 
 
[뉴스토마토 박현준기자] “결국 일반 소비재처럼 반도체·디스플레이·전기차배터리도 중저가 시장은 중국이 가져간다. 기술 격차를 유지하면서 고급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한국의 살 길이다.”
 
한국이 각종 전자제품과 스마트카에 필수적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전기차배터리 등의 시장 선도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고급 시장 활성화를 첫손에 꼽았다. 기술력만이 차별화를 이룰 수 있는 해법이었다. 
 
중국 메모리반도체 시작 단계…미세공정으로 격차 벌려야
 
반도체는 미세공정에 힘을 쏟으며 기술 격차를 벌리는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국이 부동의 1위인 메모리반도체(기억장치)는 아직 중국이 기술력이 부족해 생산을 못하고 있지만 시스템반도체(연산·제어장치)는 한국에 대한 추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중국이 메모리 기술력은 아직 없고 시작하려는 단계”라며 “이에 반해 시스템반도체는 제조시설도 갖췄고, 특히 설계 능력만 본다면 한국과 거의 다를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아직 중국이 제대로 시작하지 못한 메모리 분야에서 미세화를 가속화하며 기술 격차를 유지해야 한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안 상무는 “메모리반도체 중 D램은 더 미세화하고, 낸드플래시는 특히 V낸드에 더 힘을 쏟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이 지난해 미국 반도체 기업의 인수를 시도했지만 여의치 않아 직접 나서려고 하는 것 같다”며 “직접 기술력을 구축해 나간다면 한국을 추격하는데 5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의 반도체 생산능력은 아직 미국·대만 등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주요 파운드리(반도체 설계 없이 위탁 생산만 하는 기업) 업계 시장점유율에서 대만의 TSMC가 61%를 차지한 가운데 같은 대만의 UMC가 10%를 기록한 반면 중국 본토의 대표적 파운드리 기업 SMIC는 5%에 그쳤다.
 
배영찬 한국기업평가 전문평가위원은 “미세공정 기술 수준으로 봤을 때 SMIC는 UMC에 2~3년, TSMC에는 4~5년 정도 뒤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이 자본이나 자국 수요를 기반으로 범용제품 위주로 공략하면 막기가 어렵다”며 “삼성전자가 10나노대 D램의 양산을 시작한 것처럼 미세화 공정을 가속화하고 낸드플래시의 고급 기술인 3D 낸드플래시의 양산을 통해 기술을 선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분야 인재 양성을 위해 산학연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종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중국은 SMIC가 만든 소자회로를 북경대·칭화대 등의 대학에 공급해 학생들이 이를 연구활동에 활용하는 등 기업과 대학의 교류가 활발하다”며 “우리나라도 기업과 학교의 기술 교류를 강화하고 과학기술 관련 부처들도 전문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스플레이·전기차배터리, 고급 시장 확대 절실
 
디스플레이 중 액정표시장치(LCD)는 이미 한국과 기술 격차가 무의미해진 터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차별화하는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한 전문가는 “LCD는 중국이 한국과의 격차가 1~2년 정도로 따라온 것 같다”며 “OLED는 아직 파일럿 제품만 나오는 정도로 양산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OLED의 중소형은 삼성디스플레이가, 대형은 LG디스플레이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 전문가는 “OLED의 가격 인하와 시장 확대가 절실하다”며 “특히 기존의 TV와 스마트폰 외에 자동차 등 제품군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시장도 고급 제품의 대량 생산으로 인한 대중성 확보가 절실하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리튬 폴리머 배터리 기술력은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다만 다른 소재의 제품에 비해 가격이 40~50% 높은 것이 단점”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리튬인산철을 소재로 한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지만 무겁고 용량이 커 전기차에 탑재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김 교수는 “리튬 폴리머 배터리의 대량생산으로 가격을 내려야 할 것”이라며 “전기차의 주행거리가 점점 늘어날 것이므로 그동안 기술 개발과 가격 경쟁력을 갖춰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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