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흔들리는 국책은행 탓 '전전긍긍'
이란 수주액 절반 이상은 국책은행 지원 필수
투자 실패 책임론으로 국책은행 투자 위축 우려
2016-05-09 15:37:38 2016-05-09 15:37:38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최근 이란에서 대규모 인프라 수주 보따리를 안고 돌아온 건설업계가 국책은행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현지에서 체결한 MOU가 최종 수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국책은행의 자금지원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산업은행을 비롯한 국책은행들의 투자 실패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고, 조선·해운 등 기업구조조정과 맞물려 자본 확충의 필요성이 논의되고 있어 향후 국책은행의 투자기조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건설업계는 이달 초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국빈 방문과 맞물려 총 371억달러 규모의 이란 인프라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석유화학플랜트와 도로, 수처리, 신도시 개발 등 분야도 다양하다. 국제 유가 하락으로 중동 발주가 급격히 감소한 상황에서 이란 수주는 건설업계의 위기를 뛰어넘을 새로운 돌파구로 급부상했다.
 
다만 이번에 체결한 계약의 대부분이 양해각서(MOU)와 합의각서(MOA), 기본계약(HOA) 등으로 최종 수주까지 가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 체결한 계약이 본계약까지 이어지기 위해서는 국책은행의 자금지원이 필수적이다. 건설 분야를 비롯해 국내 기업들이 참여하기로 한 456억달러 규모의 사업 중 절반 이상은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등 국책은행이 프로젝트파이낸스 형태로 자금을 부담하기로 했다. 때문에 국책은행의 투자 방향이 변경될 경우 이번 수주 가능 실적의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더구나 최근 국책은행의 자본확충 여부를 두고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건설업계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주도하는 기업 구조조정을 조속히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산업은행을 비롯한 국책은행의 자본확충이 진행돼야 하지만 국책은행의 투자실패 사례가 속속 드러나면서 이에 대한 책임론이 확산되고 있어서다.
 
아울러 조선·해운 등 자금지원이 시급한 업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우선 순위에서 밀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대형사 관계자는 "이란에서 체결한 계약 대부분이 MOU 수준에 불과해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며 "국책은행들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도 최종 수주를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국책은행들이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어 끝까지 완주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이와 함께 정부가 이란 인프라 사업을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의 모멘텀으로 활용하겠다고 천명한 만큼 마지막까지 지원의 고삐를 늦춰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근혜 정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 논리로 기업들이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대통령의 레임덕을 늦추기 위한 보여주기식 수주 활동이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도 기업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MOU가 모두 본계약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은 많지 않다"면서도 "최소한 정치 논리로 인해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하는 기업들이 피해는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 국책은행의 투자 실패론이 불거지면서 건설업계가 이란 수주 활동에 제동이 걸릴까 우려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박영식 대우건설 사장(오른쪽)과 에티마디 테헤란 쇼말 고속도로 사장이 업무협약을 체결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대우건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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