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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170억대 횡령·배임 혐의 이창하씨 구속 기소
대우조선해양 등기이사 겸 디에스온 대주주로 이득 취득
2016-08-04 16:39:17 2016-08-04 16:39:17
[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대우조선해양(042660)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4일 건축가 이창하(60)씨를 재판에 넘겼다.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이날 이씨를 총 170억원대 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대우조선해양건설 관리총괄전무로 근무하던 지난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사옥을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디에스온 소유 빌딩에 입주시켜 시세의 2배 이상의 임차료를 지급하는 등 97억원의 이득을 취하게 한 혐의다. 
 
당시 대우조선해양건설은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해당 빌딩의 4층~8층을 사옥으로 임대해 사용하면서 평당 20만원의 임대료를 지급했지만, 제3자가 임대한 3층의 임대료는 평당 8만원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영등포구 당산동에 사옥을 짓던 2008년 대출 400억원, 사옥 분양 대금을 포함한 110억원 등 총 510억원에 이 빌딩을 매수했지만, 대출 이자를 감당할 수 없게 되자 고액의 임대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씨는 대우조선해양건설 오만법인의 고문이던 2011년 남상태(66·구속 기소) 대우조선해양 전 사장과 공모해 허위 공사 계약서 등을 이용해 선상호텔 프로젝트 자금 316만달러(36억원)를 지급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남 전 사장과 이씨는 추가 공사가 없는데도 필요한 것처럼 이사회에 허위로 보고했으며, 이 과정에서 이씨는 허위 공사계약서, 이중 주문서, 용역계약서 등을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만법인이 이러한 방법으로 지원받은 자금 3760만달러는 이후 고철 처리된 값을 뺀 나머지가 모두 손실 처리됐으며, 특별수사단은 이와 관련된 남 전 사장의 혐의를 조사한 후 추가로 기소할 예정이다.
 
이씨는 캐나다에 있는 자신의 작은 형이 일식집을 운영하도록 현지에 법인을 세운 후 16억원을 지원하고, 아들의 사업을 위해 돈을 보내는 등 디에스온 자금 26억원 상당을 횡령한 혐의도 적용됐다.
 
디에스온이 2012년 8월 62억원에 취득한 용산구 한남동 유엔빌리지를 이후 2013년 11월 자신과 가족 등 6명의 명의로 50억2000만원에 매도하는 등 디에스온 자금 17억원 상당의 배임 혐의도 포함됐다.
 
이 밖에도 특별수사단은 이씨가 디에스온 관련 청탁 명목으로 남 전 사장에게 7억~8억원을 공여한 혐의에 대해 수사를 진행한 후 추가로 재판에 넘길 계획이다. 
 
특별수사단 관계자는 "이씨는 대우조선해양건설 등기이사면서 디에스온 대주주란 이중 지위로, 주요 지위를 가지게 한 후 이득을 얻는 회사의 대주주로 만들어 주는 이상한 구조"라며 "이런 구조를 만든 것을 남 전 사장이 용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수사 과정에서 강만수(71) 전 산업은행장이 연루된 정황을 포착한 특별수사단은 지난 2일 강 회장의 사무실, B사, W사 등 압수수색에 이어 현재 B사 임직원과 산업은행 실무자를 조사하고 있다.
 
특히 특별수사단은 대우조선해양이 바이오업체인 B사에 2011년 9월 4억9999만8000원, 대우조선해양의 자회사인 BIDC가 4억9999만8000원을 투자 형식으로 지원한 사실을 발견했다.
 
대우조선해양은 2012년 2월 B사와 50억원 규모의 '해조류를 이용한 바이오 에탄올 생산 상용 플랜트 기술 개발' 용역을 체결하고, 2012년 18억7000만원, 2013년 25억3000만원을 지원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대우조선해양의 임원과 실무자는 사업과 무관하고, B사의 재무 상황이 열악해 기술력과 사업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강력히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강 전 행장의 요구에 남 전 사장은 정상적인 투자가 어렵다고 판단해 이사회의 승인을 피하면서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하고, 사장 전결인 R&D 방식으로 지원한 것으로 밝혀졌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의 진술에 따르면 10억원을 초과하는 신규 투자나 출자 참여는 의사회 의결 거치고, 이를 산업은행에 보고하도록 한 것을 피하기 위해 2000원씩 뺀 후 B사에 지원했다.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의 비자금 조성 창구 역할자로 지목되는 등 대우조선해양 비리의혹에 연루된 건축가 이창하 씨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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