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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4차 혁명 이후 지식재산권 더 부각"
"기술 발전 할 수록 중요성 커질 것"
"국내 지위는 세계적 수준…주도적 자세 필요"
김시열 지식재산권법연구센터장(숭실대 겸임교수)
2017-01-03 08:00:00 2017-01-03 15:40:19
[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지적재산권 또는 지적소유권이라고 불리는 지식재산권은 과거 유형의 상품 중심으로 운영되던 시장이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을 융합한 4차 산업혁명 이후 무형의 상품까지 취급하면서 급속도로 중요성이 부각됐다.
 
이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무형물에 관한 권리와 법적 지위 등에 대한 의견은 여전히 분분하다. 김시열 지식재산권법연구센터장은 이와 관련된 분쟁 시 법조인들이 자문을 구하는 해당 분야 국내 대표 전문가다.
 
UN 특별기구인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 조정인으로도 활동 중인 그는 국내 뿐만 아니라 국가별 지식재산권 관련 법령을 주지시키고 구제협정 체결을 장려하고 있다. 특히 최근 산업의 핵심 축인 소프트웨어 관련 저작권 분야에 특화된 그를 만나 나날이 커져가고 있는 지식재산권의 의미와 국내 실정 등에 대해 들어봤다.
 
-지식재산권. 분명 흔히들 접하는 단어는 아닌데 설명하자면.
 
우리가 무언가를 손에 쥐고 갖는다는 것은 손에 쥔 물건을 다른 사람의 간섭 없이 이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물건의 소유권을 갖는다는 의미다. 특히 아이디어, 노하우, 지식 등과 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소유권을 지식재산권이라 한다.
 
, 무형적인 것으로서 법을 통한 소유를 인정할 수 있도록 특정된 권리를 의미한다. 지식재산권은 통상 특허권, 저작권, 디자인권, 상표권 등으로 구성되는데, 구성 권리는 확정된 것이 아니라 식물신품종, 영업비밀 등으로 점차 확장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에 접목되고 있는지.
 
지식재산권은 그 자체로 소유권으로서의 가치를 갖지만, 이와 동시에 다양한 매개에 내포된 인프라적 성격 역시 갖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특징은 최근 큰 화두가 된 4차 산업혁명을 통해 그 중요성이 높게 인식됐다.
 
기술과 기술 간 혹은 기술과 콘텐츠 간의 연계와 융합 등 다양한 새로운 가치창출 활동이 이뤄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연계 및 융합의 대상이 되는 기술, 콘텐츠 등을 매개하는 핵심적 요소인 지식재산권이 다시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고 보인다.
 
최근의 지식재산권은 권리 간 연계와 신기술 대두에 따른 지식재산권 적용 문제의 두 가지 과제를 던지고 있다. 전자와 관련해 지식재산권의 이용 및 거래, 특허 포트폴리오 등 기존의 권리창출 중심에서 벗어나 창출된 권리를 활용하는데 좀 더 초점이 맞춰지고 있으며, 후자와 관련해서도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영역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유형의 기술 등에 지식재산권 적용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해외 선진국들과 비교해 국내 지식재산권 입지와 제도적 장치 등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
 
한동안 사무용소프트웨어연합(BSA)가 매년 발표하는 소프트웨어 불법복제율이 우리나라의 지식재산 현황을 대표하는 지표처럼 인식되기도 했다. 오랜 기간 우리나라는 여전히 불법복제가 많고 이를 선진국 수준으로 낮추지 못하니 아직 지식재산권과 관련하여서는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갖게 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한 국가의 지식재산권 제도의 수준은 제도적 구성과 관련 시장의 상황, 국가정책 등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해 살펴야 하는 문제다. 우리나라는 지식재산권 분야에 있어서는 세계적 수준의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전 세계 지식재산권 출원 수를 기준으로 상위 5개국인 IP5의 구성국가로서 우리만이 아닌 전 세계의 지식재산권 발전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국내에서 손에 꼽히는 지식재산권 전문가인 김시열 교수는 UN 특별기구인 세계지식재산권기구 조정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사진/김시열 교수
 
 -각 국가들 사이의 지식재산권 문제를 다루는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가 존재한다. 현재 조정인으로 활동 중인데 해당 기구가 하는 일은. 또 국내에 지식재산권과 관련한 분쟁해결기구가 있는지.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는 유엔(UN)의 특별기구 중 하나로 창조활동을 증진하고 지식재산권 제도를 전 세계적으로 마련하기 위해 1967년에 설립됐다. 우리나라는 1979년에 가입했다. 해당 기구는 회원국 각국 간 지식재산권 관련 법령을 주지시키고, 국제협정의 체결을 장려, 지식재산권에 대한 연구 및 홍보 등을 주요한 활동으로 하고 있다.
 
현재 조정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곳은 기구 내에 설치된 WIPO중재조정센터다. 지식재산권의 국제적 분쟁을 원활하게 종식시키기 위해 특허, 상표 및 저작권 등에 대한 국제분쟁 발생 시 중재 및 조정을 수행한다. 특히 인터넷도메인 관련 분쟁해결 역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강점을 갖진 분야는 저작권 분쟁인데, 저작권 분야에서 국제적 분쟁은 SW라이선스, 저작물의 무단 사용, 프로그램저작권분쟁 등이 대표적 유형이라 할 수 있다.
 
다만 매우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인터넷도메인 관련 분쟁해결 분야 등과 달리 저작권 분야는 WIPO에서도 이제 활성화하려는 단계이므로 앞으로 점차 제도적 확대가 기대된다.
 
국내도 산업재산권분쟁조정위원회와 저작권분쟁조정위원회 등이 존재하며 그 외에도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 반도체배치서계심의조정위원회 등과 같이 연관분야를 다루는 기구들도 다수 존재한다.
 
-지식재산 기술 발전이 거듭되며 이를 둘러싼 분쟁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국내 역시 저작권 분야서 공적감정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산업재산권 등을 비롯한 다른 분야로 도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최근 전문소송의 특징은 기술 발전 등으로 인해 법관의 영역이 점차 줄어들고 전문가의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는 해외 주요국과 달리 법적 근거를 갖는 공적영역에서 소송감정을 수행하는 소위 공적감정의 활용이 저작권 분쟁을 중심으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법관 입장에서는 전문적으로 알지 못하는 영역에 대한 당사자의 설득에서 벗어나 중립적 견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 장점이 있으나, 대리인 등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사실상 제3자의 판단에 의해 결론이 좌우될 수 있다는 부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타 분야의 전문소송에서도 점차 소송감정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점에 비춰 보면 지식재산권 분야 역시 이러한 제도적 흐름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통일과 관련한 저작권 이슈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저작권 등 지식재산권 분야에서도 주기적으로 통일과 관련한 이슈가 부각된다. 통일이 되면 우리의 저작권 등 지식재산권법제와 북한의 법제를 어떻게 통합할 것인가와 같은 통일 이후에 대한 대비가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사회주의 법제와 자본주의 법제를 통합하는 것은 그리 간단히 말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통일은 결국 단일한 시장을 가져올 것이고 시장 관점에서 양측이 얼마나 충격을 줄일 수 있도록 호환될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이에 현재의 남북 저작권 문제 역시 일단은 합리적인 거래가 가능할 시장이 형성되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상이한 체제하의 경제를 단일 시장으로 엮는다는 것은 통일 이전에 마련돼야 할 조건이기는 하나, 그것이 당연히 쉬운 작업은 아니라 생각된다.
 
김시열 교수(맨 왼쪽)과 동료들이 지난달 8일 숭실대 지식재산권법연구센터 창립 기념 세미나를 맞아 사진을 찍고있다. 사진/김시열 교수
 
-겸임교수로 재직 중인 숭실대학교에서 지식재산권법센터를 설립 했는데 어떤 배경과 목적이 있고 현재 하는 일과 본인의 역할은.
 
지식재산권 논의가 점차 세분화되고 전문화되고 있는 환경 변화는 점차 관련 연구 역시 전문화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숭실대는 기존에 법학연구소를 통하여 많은 연구를 수행하고 있었는데, 그 하부에 지식재산권에 관하여 전문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다양한 현안에 대한 연구와 이를 교육과 연계, 지식재산권 분야 전문 인재를 양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특히 최근 학생들의 저작권, 콘텐츠에 대한 학문적 또는 진로로서의 관심 증가로 각종 관련 공모전에서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데, 이러한 단기적 성과를 조금 더 장기적 관점에서 이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입문 단계(학부)와 전문화 단계(대학원 이상)로 구분해 입문 단계에서는 기존 학생들의 지식재산권 관련 학회를 활용한 체계를 구축하고, 이들이 대학원 이상의 과정에서 본 센터를 통하여 발전할 수 있는 연속적 체계를 구상했다.
 
초대 센터장으로서는 기관의 내실을 충실히 하고 체계를 갖춰 가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아울러 각각 나름의 전문성을 구축하고 있는 타 대학과의 교류를 통하여 상호보완적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에 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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