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①국정교과서 유예···'연구학교' 지정 놓고 혼란 가중
전국 교육감, 보이콧 선언…올해도 갈등 불가피
입력 : 2017-01-05 06:00:00 수정 : 2017-01-05 06:00:00
정부가 국정 역사교과서 전면 적용 정책은 철회했지만 새해에도 국정 역사교과서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지난해 11월28일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 검토본을 공개했으나 탄핵 정국 속에서 더욱 심화된 반대 여론에 부딪쳤다. 이에 교육부는 한 달여만에 2017학년도에는 희망하는 학교를 '연구학교'로 지정해 국정 교과서를 시범적으로 적용하고 2018학년도부터 국정과 검인정 교과서를 혼용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새롭게 '연구학교' 카드를 꺼냈지만 대부분 시도교육청 등은 '연구학교 보이콧'을 선언하며 학교 현장의 혼란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또 교육부의 질주를 막을 수 있는 '국정 교과서 금지법안'도 변수가 되고 있다. 교육부가 책임을 교육현장에 떠넘김에 따라 교과서 선택을 둘러싼 혼란은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편집자주)
 
연구학교 지정 갈등
교육부는 이달 중순부터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모집에 나설 예정이다. 연구학교 선정은 다음달 말쯤 마무리될 것으로 교육부는 예측했다.
 
그러나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서울, 경기, 인천 등 14개 교육청이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방침에 거부 입장을 밝히면서 연구학교 지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교육부가 신청학교를 전부 연구학교로 지정해 연구지원금 1000만원 지원, 교직원 가산점 부여 등을 약속했지만, 연구학교 지정 최종 승인을 담당하는 시교육청이 반대할 경우 행정절차 진행을 두고 두 기관의 마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일선학교가 교육부에 연구학교 지정을 신청해도 시교육청이 이를 승인하지 않으면 시교육청의 권한을 두고 법적 다툼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연구학교 지정은 교육부 계획에 따라 교사, 학교운영위원회 등 학교 내부 구성원 논의를 거쳐 학교장이 신청하면, 이를 시도교육청의 심사를 통해 최종 승인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이에 따라 교육계에선 교육부와 교육청이 연구학교 지정을 놓고 또 한 번 갈등을 빚을 것으로 예상했다.
 
조희연 "연구학교 지정권자는 교육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달 28일 "연구학교를 지정하거나 하지 않을 권한이 교육감에게 있다"며 "학교 현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 연구학교 지정에 협력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도 지난달 29일 기자간담회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계획 자체가 불법적이며 교육적 가치도 없어 폐기되어야 한다"며 "교육부의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방침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연구학교 지정 결정권은 교육감에 있다. 교육부령 '연구학교 지정규칙 4조'에 따르면 교육감은 학교교육의 전반적인 개선 및 지역교육발전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학교의 장의 신청을 받아 연구학교를 지정할 수 있다. 다만 '교육감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요청에 응해야 한다'고 예외 근거를 두고 있다. 이재정 경기교육감은 "국정교과서의 불법성, 반 교육적 이유가 특별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며 특별한 사유를 설명한 바 있다.
 
이에 교육부 관계자는 "특별한 사유를 누가 판단하는지, 또 그 사유가 상당한지 등은 법적 판단이 필요하다"면서 "교육감이 특별한 사유없이 연구학교 지정을 거부하면 교육감에게 시정 조치 및 계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학교 지정돼도 혼란 계속
연구학교로 지정되더라도 학생들은 혼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경남도교육청 관계자는 "국정교과서는 새로 개정된 2015 교육과정을, 기존 검정교과서는 현행 2009 개정교육과정을 적용하는데, 같은 학년의 학생들이 서로 다른 교육과정에 따라 수업을 하게 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연구학교 고1 학생들이 배우는 국정교과서는 1948년을 '대한민국 수립'이라고 했지만, 검정교과서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라고 하는 등 서술이 달라 대학수학능시험을 위해서는 두 가지 교과서를 모두 공부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 교육계는 해당 시도교육청이 연구학교 지정에 찬성입장을 밝혀도 학교 현장의 혼란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 인천, 경기 등 13개 교육청을 제외한 대전, 대구, 경북, 울산 등 4개 시도교육청은 연구학교 지정에 사실상 찬성 또는 유보한 상태다. 그 중 경북의 경우 고교 128곳, 중학교 16곳이 한국사와 역사 과목을 1학년 과정에 편성해 놓을 정도로 다른 지역에 비해 국정 역사교과서를 채택한 학교가 많다.
 
이에 대해 전교조 경북지부 관계자는 "경북도교육청이 국정 역사교과서 일괄 도입에 확고한 찬성 입장이어서 학교에선 눈치가 보이지 않겠느냐"며 "다른 지역에 비해 채택한 학교가 크게 존재하며 교육현장의 혼란은 클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교육부, 혼용 강행
교육부가 지난달 29~30일 역사교과서 국·검정 혼용을 위한 행정절차에 착수했다. 교육부는 중학교 '역사' 및 고교 '한국사'의 2015개정 교육과정 적용 시기를 2017년 3월로 1년 늦추는 교육과정 수정고시와 2018학년도부터 국·검정 교과서 혼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교과용도서 국검인정 구분 수정고시를 각각 지난달 29일과 30일 입법예고했다. 2015 개정 교육과정 수정 고시는 교육부가 중학교 역사와 고교 한국사의 국정교과서 적용시기를 올해 3월에서 내년 3월로 1년 유예한 데 따른 것이다.
 
국민여론 수렴기간은 통상 20일이지만 교육부는 일주일간의 의견 수렴 기간에 들어갔다. 현재 교육부 고시는 2017년 3월부터 국정교과서를 적용하고, 국정교과서만 사용하도록 돼있다. 교육부는 조만간 국정교과서가 있을 경우 무조건 쓰도록 한 대통령령도 개정 절차에 들어가 다음달 말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등 야3당과 한국사국정화저지네트워크, 시도교육감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로 구성된 '국정교과서 폐기를 위한 교육·시민사회·정치 비상대책회의'는 지난 2일 입장문을 내고 "교육부가 지금 할 일은 국·검정 혼용 고시가 아닌 국정교과서 폐기 고시"라며 "국정교과서 추진 발표 이틀 뒤 이같이 속전 속결로 고시 공고를 한 것은 국민 의견을 제대로 수렴할 의지가 없고 요식적인 행정 절차만 밟겠다는 불통행정"이라고 지적했다. 
 
"학계·교육계 의견 다시 수렴하라"
이들은 이어 "교육부는 국정교과서 추진을 중단하고 개악된 2015 개정교육과정의 편찬 기준을 다시 바로잡으라"며 "학교 현장을 혼란으로 몰아넣는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시행을 중단하고 학계와 교육계의 의견을 다시 수렴하라"고 촉구했다.
 
교육부는 고시 시점부터 일주일 간 행정예고 기간을 거친 뒤 확정된 고시 내용을 관보에 게재할 예정이다. 이에 야당은 국정 역사교과서 금지법 입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대여론에 아랑곳하지 않는 교육부의 질주를 저지할 수 있는 방법인 국정교과서 금지법 입법 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국정 교과서 문제는 결국 해를 넘겨 다음 정부의 몫이 됐다. 교육부가 책임을 미룬 채 공을 교육현장에 넘김에 따라 교과서 선택을 둘러싼 혼란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3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국정교과서 폐기에 나서기를 촉구했다. 사진/뉴시스
 
 
 
윤다혜 기자 snazzy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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