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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어주는기자)변화하는 세계 경제, 거시적 관점으로 분석하라
브렉시트·트럼프는 단기적 불확실성…신흥국·선진국 상황 포괄적 분석해야
‘거대한 전환’ 제러드 라이언스 지음|김효원·김혜민 옮김|골든어페어 펴냄
2017-04-13 08:00:00 2017-04-13 08:00:00
[뉴스토마토 권익도기자] “브렉시트와 트럼프 당선은 매우 다른 사건이었지만 꼬리 위험(일어날 가능성은 적어도 거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 실현된 경우다. 그러나 이러한 꼬리 위험이 전부는 아니다. 세계경제가 상당히 발전하리라 생각할 근거는 충분하다.”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이코노미스트 제러드 라이언스는 늘상 주류 경제학자들의 통념에 도전해 온 전복자다. 1980년대 영국의 버블 붕괴와 1990년대 파운드화 폭락,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매 시기 때마다 다수 학자들과 다른 견해를 펴면서 주목 받았고 그의 전망은 세계 경제의 새로운 변화 흐름을 읽는 척도로 자리매김 해왔다.
 
최근 한국에 번역 출간된 ‘거대한 전환’ 역시 그가 걸어온 행보의 연장선상에 놓인 경제 전망서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정확히 예측했던 라이언스가 그 이후 20년간 펼쳐질 세계 경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하고 조망한다.
 
원문이 2014년에 출간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책은 오늘날 불확실한 세계경제 상황을 온전히 담고 있진 못하다. 다만 저자는 최근 쓴 한국어판 서문에서 3년 전 집필한 책이 오늘날 한국을 포함한 세계에 여전히 의미가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한다. 브렉시트와 트럼프의 당선 등 현재의 불확실성은 단기적인 요소에 불과하며 포괄적이고 거시적 관점에서 분석할 때 세계 경제의 성장 가능성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는 것. 그는 이러한 주장을 펴면서 부정적인 전망을 쏟아내는 주류 학자들과 언론의 통념에 다시 한번 반기를 든다.
 
저자는 서두에서부터 향후 세계경제의 핵심 동력들을 다양한 관점에서 조망하라고 주문한다. 그 중 주의 깊게 보는 것은 중국과 인도를 포함한 아시아 국가의 부상이다. 지난 10년간 고속 성장해 온 중국은 저성장에 직면한 서구를 대신할 국가로서의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일대일로, 12차5개년 계획 등 국가 차원의 경제 진작 전략과 민간, 내수 중심 경제로의 전환을 동시에 펴면서 신자유주의의 한계를 극복할 모델로 평가 받고 있다.
 
인도 역시 최근 델리-뭄바이 산업 회랑 등의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남아시아, 아세안, 중동과 아프리카 등 주변 지역의 경제를 동반 성장시킬 채비를 하고 있다. 저자는 “중국의 일대일로와 인도의 회랑 등은 이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 주변국에게도 혜택으로 돌아간다”며 “이처럼 혜택을 입은 다수의 국가가 앞으로는 세계의 성장세를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신흥국의 도시화, 중산층 확대 등의 상호작용도 경제 권력을 서양에서 동양으로 이동시킬 요인으로 꼽는다. 이미 중국에서만 100여개 도시가 신도시로 자리잡아가고 있고 인도에서는 오는 2039년 중산층이 전체인구의 10% 이하에서 90% 규모로 불어날 예정이다. 라이언스는 “이는 이들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져 세계 경제의 성장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해서 유럽과 미국 등 서구권 국가가 몰락할 것이란 견해를 펴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아이디어와 교육 등 비군사적 수단으로 국가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역량인 ‘소프트파워’ 개념으로 서구 경제의 점진적 성장을 예측한다.
 
“세계 어디를 방문하든 우리는 라디오를 통해 다프트펑크, 원 디렉션의 노래를 듣고 할리우드 영화를 관람하며 다국적 브랜드의 제품을 구매한다. 이처럼 서구는 소프트 파워 부문에서 지배적인 역할을 선점하고 있기에 자국 경제에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군사적 수단을 동원하는 ‘하드파워’ 관점에서 서구권의 끊임 없을 성장 가능성을 예측하기도 한다. 특히 군사력과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지배적 위치에 있던 미국은 중국과 의존, 견제의 관계를 이어가면서 아시아 전역의 친미를 유도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저자는 “역사적으로 미국은 막강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세계 무역의 요충지를 쥐어 왔던 만큼 앞으로도 이를 바탕으로 경제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분석한다.
 
말미에는 ‘바람직한 글로벌 기구’의 확립도 세계 성장을 위한 필수 요소로 거론한다. 규모가 너무 비대해 제대로 된 의사결정을 이루지 못하는 G20, 유럽인들이 총재 자리를 독점하는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개편 필요성을 제기한다.
 
이처럼 거시적이고 포괄적으로 접근할 때 그가 보는 세계 경제의 전망은 어둡지 않다. 다양한 시나리오 분석을 바탕으로 보면 세계 경제 규모는 현 74조달러에서 20년 후 147조달러 정도로 증가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라이언스는 “최근 수십년 간 경제학은 수리경제학 모형을 바탕으로 과학적 학문으로 자리잡고자 노력해왔지만 2008년 위기를 거치면서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확인했다”고 지적한다.
 
이어 “최선의 해결책은 수리적 접근법을 넘어 글로벌 시각, 행동경제학, 네트워크 등 다양한 관점을 바탕으로 통찰하는 것”이라며 “가까운 미래에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불확실성과 어려움이 있지만 그 속에 숨겨진 성장 가능성을 놓쳐선 안된다”고 말한다.
'거대한 전환'. 사진제공=골든어페어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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