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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범 110만원 짜리 보톡스·아내는 280만원 리프팅 뇌물로"
박채윤씨 "안 전 수석이 사업 돕겠다며 아부다비 출장 제의"
2017-05-12 14:14:32 2017-05-12 14:15:06
[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와이제이콥스메디칼 대표이자 김영재 원장의 부인인 박채윤씨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각종 뇌물성 금품들을 건넨 구체적인 경위를 법정에서 증언했다.
 
박씨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세윤) 심리로 11일 열린 안 전 수석에 대한 뇌물 사건 공판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신청한 증인으로 나왔다. 그는 스카프, 양주, 무료 성형시술 등을 안 전 수석에게 건넨 정황을 말했다.
 
이날 법정에서 공개된 안 전 수석과 박씨의 통화 내용에서 안 전 수석은 “선물도 주시고 덕분에 와이프한테 점수 많이 땄다”고 말했다. 박씨가 2014년 추석명절을 앞두고 약속을 잡으려고 하자 안 전 수석이 추석 전에는 어렵다고 했고, 이에 박씨가 “추석선물을 준비했는데 그럼 어떡할까요”라고 묻자 안 전 수석은 “지나서 받을게요”라고 답했다. 안 전 수석은 “수고 많으셨고, (사업이 잘 되도록) 연락토록 제가 해놨다”라고 말했다.
 
특검이 “통화에서 안 전 수석이 점수 많이 땄다고 말한 부분이 에르메스 스카프를 선물로 받아서 그런 게 맞는가”라고 신문했고, 박씨는 “네. 두바이에서 산 그 스카프다”라고 말했다. 이어 특검이 “별도의 추석선물을 준비했는데 그건 뭔가”라고 묻자, 박씨는 “그 양주”라고 답했다. 박씨는 “(안 전 수석이 이야기했던) 양주가 계속 마음에 걸렸던 게 맞느냐”는 물음에 “네”라고 말했다.
 
안 전 수석은 김영재·박채윤 부부의 실리프트 등 의료 사업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 이들과 2014년 8월 아랍에미리트 수도 아부다비에 출장을 갔다. 김영재·박채윤 부부에게 같이 가자고 먼저 제안했다고 박씨가 진술했다. 박씨 증언에 따르면 아부다비 공항에 착륙한 뒤 공항을 빠져나가는 곳에는 유명 브랜드들이 게시된 대형 광고가 있었다. 안 전 수석은 그 가운데 루이13세 양주를 가리키면서 “이 양주가 예단으로 많이 쓰인다. 딸 시집갈 때 예단으로 하고 싶다”며 허허 웃었다.
 
박씨는 “수석님이 관심을 가지셨고 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은 했다”며 “가격이 너무 고가라 양주를 사서 (국내로) 가져올 수는 없었다”라고 말했다. 대신 박씨는 에르메스 스카프를 구입해 동행한 남동생을 통해 안 전 수석에게 이를 건넸다. 아부다비 일정을 마치고 귀국 후 한 달쯤 지나 안 전 수석을 만난 박씨는 국내서 구한 루이13세 양주를 서울 모처에 있는 한 호텔 식당에서 건넸다.
 
이날 식사에서 안 전 수석은 박씨에게 “너무 젊어 보인다며 시술을 받아서 그런거냐”며 미용시술에 관심을 보였다. 박씨는 “수석님과 아내분 두 분 모두 관심을 가졌다”고 진술했다. 그는 또 “수석님 아내분이 ‘남편(안 전 수석)이 노무현 대통령처럼 주름이 깊은데 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라고 증언했다. 박씨는 안 전 수석 부부에게 병원에 한번 오라고 권유했고, 안전 수석 아내에게 브이라인 실리프팅 등 280만원 상당 무료시술을 해줬다. 안 전 수석에게는 110만원 상당의 보톡스 등 시술을 해줬다.
 
박씨는 지난해 5월 안 전 수석 딸 결혼식에 축의금으로 현금 1000만원을 건넨 사실도 인정했다. 그는 "안 전 수석이 결혼식 전에 전화해서 예단 관련 이야기를 했다"라고 말했다. 박씨는 “처음 3000만원을 주려했지만 어머니와 남동생 사이에 다툼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안 전 수석은 2014년 8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김영재·박채윤 부부에게서 김영재의원의 해외진출 지원 등과 관련해 총 490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박씨는 자신의 재판에서 안 전 수석에게 뇌물을 준 혐의를 자백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지난달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자신의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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