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토마토 칼럼)한국경제와 패러다임 쉬프트
2017-08-02 10:46:51 2017-08-02 10:46:51
[뉴스토마토 권순철 기자]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지난 1970년대(연 평균 10.3%) 고도성장 이후 지금까지 계속 떨어지고 있다.
 
문제는 하락폭이다. 1970년대부터 1995년까지는 성장률이 연 평균 0.08%포인트 완만히 둔화됐다. 하지만 1995년 이후 IMF 외환위기 등을 겪으면서 지금까지 성장률은 연평균 0.26%포인트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이렇게 성장률이 빠르게 떨어지는 가운데 분배까지 악화되며 우리경제는 저성장 고착화·경제적 양극화 심화의 구조적이고 복합적인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렇게 볼 때 기존의 경제 패러다임 즉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해 물적자본을 투자함으로써 양적성장 결과를 중시하는 모방·추격형 성장전략이 한계에 직면했다고 할 수 있다. 과거 정부는 양적성장을 위해 대기업·제조업·수출 지원에 집중함으로써 대·중소기업 간의 차이 확대, 내수·수출 불균형 등을 야기했을 뿐이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는 최근 새 경제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정부가 처방책으로 내놓은 것은 이른바 소득주도 성장론이다. 임금을 중심으로 가계소득이 늘어나면 가계의 소비증가와 기업의 투자확대로 이어져 경제성장의 선순환 고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역대 정부에서 추진해온 ‘선 성장, 후 분배’ 기조와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현 정부가 우리 경제의 체질 개선에 나서는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는 그동안 낙수효과(트리클다운 이펙트)에 대해 맹신을 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대기업을 집중 지원하면 그것이 기업의 성과로 연결되고, 이 성과는 다시 연관 산업에 전달되고 후발 낙후 부문에 까지 유입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 낙수효과다. 하지만 이런 이론은 성장론자들의 주장에 불과할 뿐 이를 증명할 사회과학적 근거는 부족하다.
 
소득주도성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재원의 뒷받침이 필요다. 정부는 가계의 소득증대를 위해 향후 5년 동안 재정지출 증가속도를 경상성장률(5% 내외)보다 높게 관리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사회 지출 비중을 확대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저 수준인 재정의 분배개선율(2015년 기준 13.5%)을 20% 대로 높이겠다고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해 반대하거나 반신반의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가계소득이 늘어나도 실제로 소비로 연결되지 않을 것이다. 정부의 무조건적 지원이 자칫 도덕적 해이를 부를 수 있다. 재정이 적자가 되면 정책의 지속성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등이다.
 
이런 우려도 틀린 말은 아니다. 또 우리가 여지껏 가보지 않는 길을 가는만큼 앞으로 반대 목소리도 늘어날 것이다. 특히 재정 확보차원에서 증세를 단행한다면 보수기득권층의 저항은 생각보다 더 클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당장 내년 지방선거부터 표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이럴 경우 정치인들은 지금은 증세의 깃발을 먼저 들고 있지만 슬그머니 내려놓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정부가 이미 천명한 경제개혁 작업을 멈추거나 당초 계획했던 것을 변질시킨다면 더 많은 부작용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우리경제가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없게 됐던 것은 주요 선진국들과 달리 장기적인 경제정책 부재와 정책기조 전환을 지체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좌고우면하지 말고 과감히 경제개혁에 나서야 한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권순철 정경부장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