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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건보대책에 웃을 수만 없는 보험사
2017-08-11 06:00:00 2017-08-11 06:00:00
[뉴스토마토 이종호 기자] 문재인 정부가 건강보험 대책으로 모든 의학적 비급여를 건강보험에서 보장하기로 했다. 실손의료보험을 판매하고 있는 보험사들은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비급여 항목이 대폭 줄어들면서 지급보험금이 줄어들게 된다. 
 
실제로 지난 2015년 기준 총 의료비 69조4000억원 가운데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은 의료비 규모는 13조5000억원에 달한다.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비급여 의료비가 4조8000억원으로 64%(8조7000억원)나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실손보험 가입률이 65%고, 실손보험의 비급여 보장률이 80%인 점을 고려하면 단순 계산으로 보험사가 부담해야 할 비급여 의료비가 4조5000억원 가량 감소한다.
 
보험금 지출이 줄어들면 손해율이 개선되고 손해율이 개선되면 당연히 보험료 인하 여력이 생기는 것이다. 보험사 입장에서 환영할만한 일이다. 정책발표 후 보험사들도 실손보험료 인하 여력이 생길 것이라는 공통적인 의견을 내놨다.
 
골칫거리였던 비급여 문제가 해결됐지만 보험사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정부와 시민단체의 보험료 인하 압박과 보장성 확대에 따른 실손보험의 수요 감소로 수익 하락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따른 보험사의 반사이익이 1조5000억원 가량 된다며 실손보험료를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험사는 손해가 막심하다고 반발했지만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로 더 큰 손해를 막았다는게 정부의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번 대책 발표로 손해율 하락이 예상되면서 더이상 손해율을 운운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보험사는 실손보험료 인하 여력이 생겼다는데에는 공감하지만 실손보험 손해율 정상화에 시간에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실손보험 정상화를 기다려줄 리 없다. 특히 대통령의 공약사항인 만큼 실손보험료 인하가 빠르면 빠를수록 문재인 정부에게는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실손보험의 매력이 떨어져 신계약은 물론 기존 계약이 해지되는 것도 문제다. 당장 이런 문제를 운운하는건 섣부르다는게 업계의 중론이지만, 보험 가입자들이 건강보험으로 보장이 충분하다는 인식이 퍼지면 실손보험의 존폐 위기가 올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이제 보험업계에서는 지난 십수년간 효자였던 실손보험을 대신할 대체 수익상품을 찾는 것이 중요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IFRS17이라는 보험역사상 가장 큰 변화가 예정된 상황에서 실손보험을 대체하는 상품을 찾기는 쉽지 않은게 현실이다. 혹자는 그동안 편하게 먹고 살았던 보험업계가 이제는 더이상 편하게 먹고 살기 힘들어졌다고 말한다.
 
과거 보험업계는 90년대까지 판매하기 쉬운 저축성보험만을 판매하다가 IMF 이후 보장성보험과 변액보험으로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위기를 돌파해 고객의 건강과 자산을 지켜주는 든든한 보험사가 되길 바란다.
 
이종호 기자 sun12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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