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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기자)“자폐증, 완치 가깝게 치료 가능하다”
'자폐, 이겨낼 수 있어'|김문주 아이토마토한방병원 대표원장 지음|와이겔리 펴냄
조기 발견·조기 치료·올바른 치료법 꾸준히 시행 전제
2017-09-27 16:53:01 2017-09-28 10:11:59
[뉴스토마토 권익도기자] “자폐는 치료 가능하다. 완치에 가까운 상태로 치료 가능하다. 조기에 치료하면 거의 대부분 그렇다. 늦게 치료해도 한계가 있을 뿐 노력하는 만큼 호전되는 질환이다. 필자는 이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 책은 그 노력의 첫 번째 결과물이다.”
 
김문주 아이토마토한방병원 대표원장의 신간 ‘자폐, 이겨낼 수 있어’는 자폐 치료에 대한 김 원장의 확고한 신념으로 시작한다. 그에 따르면 자폐증은 완치에 가까운 상태로 치료가 가능하다. 정확하게는 자폐 아동들이 무리 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단, 조기 발견과 조기 치료, 그리고 올바른 치료법이 꾸준히 시행돼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다.
 
하지만 오늘날 국내의 주요 의료기관과 의료발달센터, 사회에서는 제대로 된 기본적인 치료 프로그램들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형병원에 자폐증을 담당하는 전문의의 숫자는 턱없이 부족하고 이들이 해줄 수 있는 일도 대부분 진단에 머무른다. 언어치료와 감각통합치료 등으로 아동발달센터들이 주요 의료기관의 치료를 대신하지만 그 역시 효과를 보기엔 제한적이다. 아동에게 불필요한 자극과 강제를 하며 폐쇄적인 성향만 키우는 부모들, 사회의 잘못된 인식은 치료의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게 김 원장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조기 발견과 조기치료, 올바른 치료법은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 김 원장은 실제로 그간 진료실에서 자폐를 넘어 정상적으로 성장해가는 많은 아동들을 봐오면서, 그리고 5살까지 말을 하지 못했던 아들을 ‘스승’ 삼아 키워오면서 느낀 확신을 책에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자폐스펙트럼장애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치료 경험을 바탕으로 증상에 따른 맞춤형 치료법을 알려준다.
 
가령 오늘날 대형 병원 등의 의료기관에서 쓰고 있는 전통적인 감각통합치료법은 사실상 운동 치료법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그는 대신 단일감각을 정상화하고 다양한 연합처리능력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둔 감각처리강화치료법을 강조한다. 훈련적 치료법 행동수정치료(ABA)의 문제점과 한계를 지적하며 ‘관계강화에 기초한 사회성발달 치료법’이라고 표현한 ‘플로어타임(FLOORTIME)’을 보완책으로 내세우기도 한다.
 
“아이가 자폐증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것은 백일 사진을 촬영한 사진사 때문이었다. 사진사는 아이가 눈맞춤이 안 되고 아이의 집중을 유도할 수가 없으니 아이에게 이상이 있는 것 같다고 알려 주었다. (중략) 이후 유명한 자폐 전문 병원을 찾아 치료를 의뢰하니 생후 18개월이 지난 다음에 오라고 했다고 한다. 조기 발견과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고 하면서 10개월 더 지난 다음에 오라고 하는 의사에게 부모는 분노와 좌절감을 동시에 느꼈다고 했다. (자폐증을 완치시킨 엄마와의 만남(24~25쪽)”
 
“단비는 멀리 지방에서 올라와 치료를 받았던 여자아이다. 48개월 즈음 치료를 시작했는데 중증 자폐스펙트럼장애 증세를 그대로 보이고 있었다. 눈맞춤이 안 되었으며 호명반응도 잘 안 되었고 사람들에게 호기심과 관심을 전혀 보이질 않았다. (중략) 단비는 치료를 시작하며 급속히 변화를 시작하였다. 눈맞춤, 호명반응, 사회성 등이 빠르게 나아졌다. 단비 부모는 단비의 치료 과정이 공개적으로 공유되기를 바란다면서 되도록 블로그에 공개 포스팅을 원하였다.(잠꼬대에서 말을 하는 무발화증 단비, 156~157쪽)
 
책 중간 중간에는 ‘치료 사례’라는 카테고리를 달아 저자 자신이 직·간접적으로 치료한 다양한 환자들의 사례를 모아 제시하고 있다. 무표정, 학습 장애, 언어 지연, 호명반응의 소실, 이상행동, 편식, 운동장애, 공감능력 부족 등 자폐증이 유발하는 문제들을 꼼꼼히 살피며 원인과 치료법을 제시한다. 
 
책 말미에서는 희망이 보이는 미래 자폐 치료에 대해서도 논한다. 최근 많은 진전을 보이고 있는 자폐스펙트럼장애 연구 성과와 뇌-면역치료의 가능성 확장, 컴퓨터 뇌파 입력기의 개발 등에 대한 논의를 다룬다.
 
저자는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정보처리 능력을 극도로 향상하고자 하는 진화의 산물로 파악한다. 다만 그 능력이 현재의 사회적 표현 방식과 조화되지 못해 어려움이 나타날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사실 자폐 아동들의 전두엽 뇌세포는 일반인에 비해 아주 우월하다”며 “다만 면역 이상에 의해 유발된 감각처리이상이 자폐 아동들을 자폐적인 세계에 고립시키고 있을 뿐”이라 말한다.
 
그는 이어 “그 고립을 풀 수 있게 되면 아이들의 능력이 꽃피는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이라며 “실리콘밸리에서 데이터 분석을 하며 새로운 이론을 정립해야 할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다. 수많은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경험하고 연구하며 알아갈수록 자폐증은 병이 아니라는 생각이 뚜렷해진다”고 덧붙였다.
 
'자폐, 이겨낼 수 있어'. 사진제공=와이겔리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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