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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권 회복, 법부터 바꿔야 한다)'현실과 괴리' 노동관련 독소조항은 박물관에
제조업·정규직 보호 위주…'사용자 의무 회피' 편법 조장
2017-10-30 06:00:00 2017-10-30 06:00:00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정부의 일자리 로드맵 발표를 계기로 노동법 전면 개편이 가시화하고 있다. 주로 법적 근로자의 범위 확대 등 1953년에 머물러 있는 노동법을 현 노동시장 상황에 맞게 정비하는 방향이다.
 
노동법은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 노조법 등 노동권 보장을 위해 제정된 30여개 사회법의 총체다. 대부분의 법률이 제조업·정규직이 노동시장의 주류이던 1960~1970년대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기간제로 대표되는 비정규직과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 간접고용 노동자, 영세사업장 노동자 등을 보호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는 사회 각계에서 노동법 개정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먼저 근로기준법의 적용 대상은 5인 이상 사업장에 고용된 법적 근로자다. 따라서 모든 노동자가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진 못 한다. 140만명에 이르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법적 근로자에 해당하지만 일부 조항만 적용받고, 특례업종 종사자 330만여명은 노동·휴게시간 적용에서 예외된다. 230만여명으로 추산되는 특고 노동자는 애초에 법적 근로자가 아니다.
 
특히 사내하청 등 간접고용 노동자는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에 해당함에도 법적 사용자와 실질적 사용자가 달라, 권리를 행사할 때 진정이나 소송을 통해 사용자를 따져야 한다.
 
이는 법적 사용자가 아니라면 고용주로서 책임이 면제되는 근로기준법의 맹점이기도 하다. 하청·협력업체에 고용 책임을 전가하거나, 근로계약 대신 도급계약 또는 가맹계약을 체결하면 노동법상 사용자의 의무에서 자유로워진다. 모두 사용자와 근로자의 기준이 협소해 가능한 일이다. 우리 노동법에선 사용자 종속성이 충족돼야만, 다시 말해 업무 내용·장소·시간 등과 관련해 구체적인 지휘·명령이 있어야만 사용·근로관계가 인정된다.
 
도재형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파리바게뜨 사건에서 보듯 근로계약관계를 둘러싼 혼란을 줄이기 위해선 근로자·사용자의 개념을 확대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이와 관련한 연구가 아직까진 충분치 않아 앞으로 조금 더 체계적인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보험제도도 비정규직을 외면하고 있긴 마찬가지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비정규직의 사회보험 가입률은 고용보험이 72.1%, 국민연금은 56.7%에 불과하다. 고용보험법과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등은 실업급여, 육아휴직급여 등의 수혜 대상을 고용보험 피보험자로 한정하고 있다. 국민연금보험법 또한 임시·일용 노동자, 경력단절여성 등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도 비정규직의 노동권 행사를 가로막는 요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 법적으론 산업별 교섭이 아닌 사업장별 교섭만 인정돼 노동운동이 대기업·정규직 위주로 전개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교섭력이 약한 중소기업 노조는 소외된다. 파업은 근로조건과 관계된 이익분쟁만 가능하다. 사업주가 부당노동행위 등 노동관계법을 위반했을 때, 공공기관의 경우 기관의 공공성을 심각하게 침해했거나 막대한 경영손실을 초래했을 때 노조는 어떤 권리도 행사할 수 없다.
 
도 교수는 “우리나라는 노조 조직률이 낮고, 그나마 있는 노조도 정규직 중심”이라며 “사업장 중심의 근로자대표 제도를 개편해 비정규직의 이해관계 대변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며 “특고에 대해서도 인권위 권고처럼 조직화가 가능하게끔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26일 청와대 사랑채 옆 도로에서 민주노총이 노동법 제개정을 촉구하며 투쟁사업장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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