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박주민 "정치가 더욱 국민 눈치 봐야…국민발안제 발의 예정"
"사회적참사법, 세월호·가습기살균제 진상규명 실마리…법 통과 지난한 과정"
"기대 많이 받지만 일 진행 안될때 죄송…가슴 아프고 답답한 경우 많아"
입력 : 2017-12-04 06:00:00 수정 : 2017-12-04 06:00:00
[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에게 따라붙는 별명은 많다. 국회 입성 전 약자들을 대변한 현장 변론에 앞장선데 따른 '거리의 변호사'와 많은 법안을 발의하는데서 착안한 ‘박주발의’를 비롯해 부지기수다. 심지어 허름한 옷차림에 헝클어진 머리로 일하는 일이 잦았던 그를 ‘거지갑’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별명에서 유추할 수 있듯, 박 의원은 바쁘다. 국회 의원회관 내 박 의원실 앞에는 의원실 주최 각종 토론회·공청회 포스터가 한가득 붙어있다. 의원실 내에 박 의원이 사용하는 야전침대가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얼마 전에도 가습기살균제 피해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사회적 참사법’ 발의 준비를 위해 국회에서 쪽잠을 자는 사진이 SNS상에서 화제가 됐다. 박 의원은 “두 사건 모두 다시는 재발되면 안되기에 제대로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며 법안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박 의원은 “힘들기는 무지하게 힘들다. 가슴이 아프고 답답한 경우도 많다”는 말로 1년6개월여 국회 생활을 돌아봤다. 그러면서도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이뤄지고 약간이나마 기여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보람을 느낀다”며 “전에는 비관적이었다면, 지금은 차라리 마음을 밝게 하고 열심히 일하자고 생각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국회 의원회관 내 박주민 의원실 앞에 붙어있는 각종 토론회·공청회 포스터(왼쪽)와 의원실 한켠에 있는 야전침대. 사진/뉴스토마토
 
‘사회적 참사법’ 수정안이 지난달 24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안 통과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지.
 
세월호 참사와 가습기살균제 모두 다시는 재발되면 안되는 사건이다. 두 사건은 아직 진상규명이 되지 않았다는 공통점도 있다. 제대로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안전을 위한 제도개선을 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기구가 이제 만들어진다고 보면 된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에서는 그런 기구가 없었고, 세월호의 경우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1기가 많은 방해를 받았다. 문제해결을 할 수 있는 최초의 독립된 기구가 생기는 거다.
 
세월호 문제를 놓고 봤을 때, 사회적 참사법을 통해 구성되는 2기 특조위가 1기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보나.
 
많은 부분이 보완·강화됐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활동 기간이다. 1기 특조위는 (법으로 보장받은 활동기간이) 1년6개월 이라고는 했지만, 공무원 파견과 예산편성 등이 늦어져서 실제 가동된 기간은 8개월 남짓이었다. 그 8개월 동안도 많은 방해를 받지 않았나.
이번에 통과된 법에서는 특조위가 활동기간 2년을 보장 받는다. 위원회 준비에 필요한 기간은 활동기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제부터 우리가 실제로 일을 시작할 수 있다”고 할 때, 위원회 의결로 개시 시점이 정해진다. 대부분의 운영관련 내용을 위원회 규칙으로 정하도록 해 외부 방해를 덜 받는 장치도 마련했다. 특별검사(특검) 요청 권한의 경우, 1기 특조위에서와 달리 무제한으로 요청할 수 있으며 소관 상임위(법사위)에서 3개월 내에 심사를 해주지 않으면 본회의에 자동상정해 표결에 부칠 수 있도록 했다.
 
사회적 참사법 마련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이 있었다면.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의 반대 속에 법을 본회의에 상정하는 방법부터 생각해내야 했다. 처음부터 신속처리 법안 지정을 고민했던 것은 아니다. 국회의장 직권상정 등 다른 방안에 대해 토론하고 시뮬레이션을 해봤는데, 답이 안나오더라.
가습기살균제 문제까지 함께 다루기로 하면서 피해자들을 설득하는 과정이나 법안이 환경노동위원회로 보내지도록 내용을 고치는 작업, 국민의당·정의당 등 다른 당 의원들을 설득하는 작업 등도 기억에 남는다.
 
‘언제까지 세월호, 가습기냐’라는 사회 일각의 목소리도 있다.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다는 것 알지만, 세월호 관련해서 진상규명이 됐느냐고 반문하고 싶다. 속 시원하게 진상규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줬거나 하다못해 내버려뒀다면 이런 이야기가 오히려 안나왔을거다. 조사를 방해했던 것이 분명한 사실로 드러나고 있지 않느냐. 가습기살균제 피해 문제는 언제 진상규명을 했나.
 
20대 국회 입성 후 발의한 법들을 보면 ‘국회의원 면담법’이나 ‘국민소환제’, 재정민주화를 위한 ‘국민소송법’, 검사장 직선제를 골자로 하는 ‘검찰청법 개정안’ 등 직접민주주의 요소 구현에 많은 관심을 두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겨울부터 올해 봄까지 촛불집회에 많은 사람들이 나왔던 이유는, 단순히 박근혜 전 대통령이 미워서만은 아니었다. 1990년대 중·후반,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았던 무렵부터 우리나라의 불평등·불균형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한 번도 되돌려진적 없이 격차가 벌어진다. 많은 국민들이 힘들어하며 이 나라를 ‘헬조선’이라고, 밖에서도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가 한국을 ‘집단자살(collective suicide) 사회’라고 말하지 않나. 그런 점까지 얽혀 촛불집회로 이어진 것으로 본다.
국민의 뜻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 정치이고 민주주의임에도,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거나 흐름을 제어하려는 움직임이 없었다. 정치가 조금 더 국민의 눈치를 보고 목소리를 들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국민들이 권한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에 관련 제도를 고민하게 됐고 국민소환제나 국민소송제 등을 발의하게 됐다. 앞으로 국민발안제를 발의할 계획도 있다.
 
동료 의원들의 반응은 어떤가.
 
우리당 의원들의 경우, 국민소환제에 동의하는 의원들은 오히려 많았다. 국회의원 면담법의 경우 한두 명이 “지금도 바쁜데 법 통과되면 더 바빠지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 정도였지 직접적으로 반대한다는 말은 없었다. 국민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하는 분들도 있더라.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왼쪽 세번째)이 지난달 28일 국회 정론관에서 진행된 ‘재정민주화를 위한 국민 소송법안’ 발의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발의한 법안이 본회의까지 통과하는데 걸리는 어려움을 호소하며, “일을 많이 한 것은 맞지만 성과를 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지금도 비슷한 생각이다. 다만, 내가 발의한 법안들이 쉽게 통과될 것들이 아니기에 지쳐있을 필요는 없을 듯하다. 법안 통과를 위해 계속 노력 중이다.
19대 국회 통계를 보니 국회의원들이 자기가 발의한 법의 5% 정도를 통과시켰더라. 지금까지 86개 법안을 발의했는데, 오늘까지 6개 통과시켰으니 통과율이 5%는 넘지 않나. ‘평균보다는 조금 더 하고 있네’라고 자문자답을 해본다. 사회적 참사법도 힘든 과정을 거치기는 했지만 통과되는 것을 보며 열심히 하면 된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위원으로 있었다. 최근 박 전 대통령이 보이는 행동에 대한 입장이 있다면.
 
(한숨을 쉬며) 사실 답답하다. 여러가지 혐의에 최근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의혹도 추가되지 않나. 재판을 성실하게 받고, 국민들에게 사과할 부분이 있다면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이 본인에게나 국가적으로나 좋을 듯 하다. 그렇지 않고 자꾸 재판을 정치화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아쉽다.
 
주로 전국적인 이슈들로 주목을 받다 보니 지역구(서울 은평갑) 주민들로부터 아쉬운 목소리가 나오는 것 아닌가.
 
최근에 큰 일들을 몇 개 해놨다. 얼마 전까지 지역 내에 서대문세무서 별관만 있었는데, 계속 이야기를 해서 최근에 은평세무서로 승격이 결정됐다. 서부경찰서 신축청사가 올해 착공되고 지역구 내 고등학교에 급식실이 없는 곳에 예산확보를 해드리는 등의 일들도 있었다. 기타 지역민원도 1년 반째 꾸준히 상담해드리니 ‘지역 일도 열심히 한다’는 인식이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다.
 
1년6개월 여 국회의원 생활을 해본 소회는.
 
많이 힘들다. 가슴이 아프거나 답답한 경우가 많고, 추진하는 일이 잘 안될까봐 조마조마 한 것도 있다. 스텔라데이지호 가족 분들의 경우가 대표적이지 않겠나.
사람들이 보기에 국회의원이 많은 권한과 힘을 갖고 있는거 같지만 사실 그렇지만도 않다. 사람들의 기대는 크지만 일이 잘 안돼서 죄송스러울 때가 많다. 각종 일정도 가혹할 정도로 많고. 다만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 일들이 조금씩 이뤄지고, 약간이나마 기여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보람을 느낀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지난달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박주민 의원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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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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