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적폐청산의 적은 내부에 있다
입력 : 2017-12-07 06:00:00 수정 : 2017-12-07 16:31:33
개혁이 한창이다. 적폐청산이 아니라 정치보복이라며 딴지를 거는 정파가 여전히 존재하지만, 도둑이 제 발 저린 격이니 호소력이 없다. 하물며 적폐청산이란 단어를 유행시킨 이는 그들이 옹립한 대통령이었다.
 
적폐란 무엇인가. 쌓이고 쌓인 폐단 내지 폐습을 말한다. 경찰, 법무부, 검찰, 국정원, 국방부, 국세청 등 세칭 권력기관들이 권위주의 정권 하에서 그간 보여온 모습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철저한 상명하복과 조직의 기강을 중시하는 조직일수록 시민들에겐 상전처럼 군림하려 든다. 헌법과 법률에 반하는 권력자의 지시에 굴종하며 자리를 탐하고, 충성경쟁에 여념이 없던 부끄러운 모습을 과연 확실히 털어버릴 수 있을까.
 
적폐가 쌓일 대로 쌓인 인간이나 기관은 절대 스스로 적폐라고 인정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자인한다면 벌써 바뀌었을 일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높은 사람이 원하는데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당신 같으면 달랐을 것 같냐?”며 상황론을 앞세우고 현실론을 들먹인다. 그 뿐 아니다. 우리는 법대로 원칙대로 했을 뿐인데 그걸 정치적으로 악용한 권력 때문에 심한 오해를 받는다며 짐짓 피해자 행세까지 한다. 국민을 위해 무엇을 했고 어째서 그렇게 했다는 식의 변명은 없다. 늘 권력자만을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정부 안의 각종 개혁위 가운데 가장 활발하게 개혁의 청사진을 만들고 실천을 다짐하는 조직은 아무래도 경찰인 것 같다. 가장 먼저 설치되어 가장 많은 권고를 수용하고 가장 빨리 실행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그 이면엔 수사구조 개혁, 혹은 수사권 조정이라는 조직의 숙원이 자리하고 있으니 더욱 그럴 수 있다. 게다가 대통령 경호처도 청와대에서 분리하고 안보수사기능도 국정원에서 분리한다니 경찰의 역할이 더욱 커질 거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한다는 평가도 있겠지만, 어떻든 권력의 앞잡이로 시민에게 아픔을 주던 과거에서 벗어나겠다는 몸부림은 굳이 폄하해야 할 이유가 없다.
 
경찰개혁위원의 한 사람으로 지켜본 경찰의 모습은 예상과 달리 긍정적인 점도 많았다. 특히 정권의 시녀에서 벗어나 시민을 위한 진정한 공복으로 당당하게 서고 싶다는 젊은 경찰관들의 빛나는 눈빛은 참으로 소중하고 든든했다. 연일 이어지는 야근에도 경찰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서 개혁 작업에 참여한다는 자부심도 높았다.
 
하지만 어느 집단이나 기득권을 가진 세력은 존재하는 법이고 세상의 흐름이 어떻든 개인의 욕망에만 충실한 공직자들은 도처에 출몰한다. 그러니 경찰의 어이없는 행태를 알리는 보도들은 여전히 끊이지 않고, 국민들의 신뢰는 쉽게 나아지지 않는다. 여전히 과거에 머물고자 하는 이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지휘관의 수족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는 감찰부서는 힘없는 여경을 죽음으로까지 몰고 청장에게 사실관계를 따져 보자며 대드는 간부를 향해서는 집요하게 달라붙지만, 정작 팔이 꺾였다는 어이없는 연기를 통해 한 가정을 파멸로 몰아넣은 사건의 재심 무죄가 확정되기까지 진실을 가리기 위해 노력한 흔적은 없다.
 
수많은 시위현장에서 시민들과 마주하는 경비경찰의 모습은 어떤가. 아줌마라고 부르며 서명활동을 접으라 윽박지르다 국회의원이란 신분을 확인하고서는 갑자기 공손해지던 모습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과연 이 겨울 곳곳에서 노숙 농성을 이어가는 이들의 텐트를 짓밟고 최소한의 난방을 위한 은박매트를 빼앗아 달아나던 짓은 절대 없을 거라 장담할 수 있을까.
 
자타가 공인하는 실세, 정보경찰은 또 어떨까. 국정원과 기무사가 과거의 관행에서 탈피한다고 외치는 와중에도, 국정원이 안보수사권을 폐지하겠다 발표하는 와중에도 자신들은 상관 없다며 오불관언에 요지부동이다. 기득권을 지키려는 궤변은 검찰의 그것과 판박이다.
 
검찰과 국정원의 수사권이 폐지되어야 한다면 군검찰과 군사법원, 기무사도 폐지되어야 한다. 하지만 웬일인지 아무런 논의가 없다. 대체 언제가 되어야 군인은 제복입은 시민으로 그 권리를 온전히 누릴 것인가.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고 했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수호하려는 개혁은 어두운 과거의 부활로 탐욕을 채우려는 정치집단에 의해 번번이 발목을 잡힌다. 그래서 꼼꼼하고 성실한 감시와 응징이 필요하다. 못된 버르장머리를 확실히 고쳐놓아야 한다. 권력기관의 주인은 권력의 근원인 주권자라는 점을 분명히 새겨주어야 한다.
 
최강욱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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