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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혼다 '녹 이슈' 대응 유감
2017-12-20 06:00:00 2017-12-20 13:09:50
산업2부 배성은 기자.
[뉴스토마토 배성은 기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
 
적은 노력으로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일에 쓸데없이 많은 힘을 들이는 경우를 비유하는 말이다. 녹·부식 논란에 대한 진정어린 사과와 함께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보다는 책임 회피로 시간을 끌던 혼다코리아의 성의없는 태도가 소비자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일부에서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형사고발까지 이어지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3월 출시한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CR-V의 신형 모델과 올해 출고가 이뤄진 어코드에서 다량의 녹이 발견되면서부터였다.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불만제기에도 혼다 측은 사실상 별 대응을 하지 않았다. 이에 소비자들은 분노했고 시민단체가 나서 사기혐의로 고발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문제가 제기된 지 50여일 만에 혼다는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심려를 끼치게 되어 진심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며 녹 이슈에 대한 공식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혼다의 사과문은 소비자들의 분노를 더욱 증폭시켰다. 진정어린 사과와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는 변명에 그쳤기 때문이다. 혼다는 "이번 녹 발생 현상이 차량의 안전운행, 성능 및 기능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 행거 빔의 녹 제거와 방청작업을 무상으로 진행해준다"고 밝혔다. 혼다는 또 문제가 된 차량을 최대 500만원 할인해주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녹·부식은 단순히 이를 제거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차량의 직접적인 사고원인이나 주행에 불편을 주지는 않지만 에어컨을 통해 호흡기에 유해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자동차의 기계적인 결함과 안전사고를 유발할 수도 있다.
 
자동차업계 한 전문가는 "녹이라는 것이 방청작업을 해도 속은 완전히 없어질 수가 없다. 특히 녹이 한번 발생하면 완전히 제거하기 힘든 데다 번지는 속도가 빠르다는 점을 감안할 때 부품교체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한다"고 설명했다.
 
혼다의 이같은 태도는 곧 판매량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9월 1022대를 판매했던 혼다는 10월 930대, 11월 854대를 기록하며 3개월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소비자들로부터 한번 신뢰를 잃게 되면 이를 회복하는 데에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 최악의 경우 시장에서 퇴출될 수도 있다. 문제를 회피하기보다는 현재의 상황을 직시하고, 품질에 대해 다시 한번 되짚어보는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배성은 기자 seba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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