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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달라진 '북 신년사', '한반도 운전자론' 탄력받나
"과제 많으나, 천금같은 기회"…보수야당은 "화전양면 의도" 비판
2018-01-01 18:21:39 2018-01-01 18:21:39
[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1일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문제를 의논하기 위한 남북대화 가능성을 시사함에 따라 그 결과가 주목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주창해온 한반도 운전자론이 추진 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의 발언 내용을 놓고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헤쳐 나가야 할 과제가 산처럼 쌓여 있지만 그야말로 천금 같은 기회”라고 설명했다. 북측은 문 대통령이 지난해 6월 무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축사를 통해 평창 올림픽에 북한 선수단 참여를 제의한 것을 시작으로 7월 독일 쾨르버재단 연설, 8월 광복절 경축사 등 수 차례의 대화 제의에 무대응으로 일관해왔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 기조가 별다른 성과 없이 시간만 보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이 와중에 북한은 더욱 철저히 고립을 자초해왔다. 2월에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형인 김정남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화학가스로 암살당했다. 현장에서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출신 여성들이 용의자로 체포됐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범행 배후에 북한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현지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 말레이시아와 북한은 한동안 외교적 대립을 이어갔다. 6월19일에는 북한에 억류 중이던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뇌사 상태로 귀국했지만 결국 사망하며 미국 행정부 내 대북 강경기류가 한층 강화됐다.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발사와 김 위원장의 ‘국가 핵무력 완성’ 발언 뒤 북한이 대화제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있어왔지만 시점은 미지수였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26일 내신 브리핑에서 “북한이 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평창은 성공적인 올림픽이 될 것”이라며 기대를 접는 듯한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김 위원장의 전격적인 대화 제의로 상황은 급변하게 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늘 김 위원장의 응답을 계기로 남북관계에 물꼬가 터지기를 소망한다”며 “소통 채널 가동 등 모든 것들이 시작되지 않겠나”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평창 패럴림픽 기간 중 한미 연합훈련 연기 가능성에 대해서도 “북한의 입장변화가 있으면 이에 대응하는 시그널이 있을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김 위원장의 제안에 대해 정치권은 상반된 입장을 나타냈다. 더불어민주당 김현 대변인은 “정부는 장관급 회담 제안 등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에 필요한 제반 사항을 논의할 수 있도록 차분하게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환영했다. 김 대변인은 “평창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이 평화올림픽으로 성공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뒷받침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보수 야당은 북한의 ‘화전양면 전술’일 가능성이 높다며 대북정책 기조에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 대해 “핵 병진 노선이나 유화책 등을 일부 언급한 정도”라며 “지금의 남북관계를 해소할 수 있는 획기적 변화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고 평가 절하했다. 바른정당 유의동 대변인도 “새해 첫 아침 북한의 대화 제의는 그 저의가 의심스럽다”며 “오늘의 대화 제의가 레드라인 앞에서 마지막 시간벌기여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1일 해군 작전사령부에서 출항한 독도함 갑판에서 시민과 해군장병들이 평창 동계올림픽 성공개최를 기원하며 엠블럼을 만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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