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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엄마들 “미세먼지 때문에 일상이 멈췄다”
야외활동 막힌 아이들에 엄마들은 답답함·우울감 호소
2018-01-23 14:47:52 2018-01-23 14:47:52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육아로 허덕이는 학부모들이 사회적 재난 수준의 미세먼지를 맞닥뜨리면서 일상 속 고통을 호소했다.
 
박원순 시장은 23일 오전 서울시 NPO지원센터에서 영유아를 자녀로 둔 학부모 등 50명과 ‘아이들이 맘껏 숨 쉬는 서울’ 타운홀 미팅을 갖고 미세먼지 정책과 관련한 의견을 나눴다.
 
이날 미팅에는 실제 아이를 키우며 미세먼지로 고통 받는 학부모들이 다양한 의견과 정책 제안을 내놓았다.
 
두 아이 엄마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지현 씨는 서울시가 아이들이 언제든 마음 놓고 놀 수 있는 공공형 실내놀이터를 설치해야한다는 의견을 제안했다.
 
이 씨는 “애들은 한창 뛰어 놀아야 하는데 일주일 내내 야외활동을 하지 못하니 공기청정기가 있는 곳이라면 백화점·박물관, 어떤 엄마는 공항까지 찾아 가는 실정”이라며 “상업용 실내놀이터는 너무 비싼 상황에서 맘놓고 실내에서 놀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천구에서 세 아이를 키우는 고지현 씨는 미세먼지로 인해 우울한 일상을 얘기하며, 다른 엄마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고 씨는 “애들 외출은 물론이고 엄마들 모임도 연기돼 집에만 있다보니 답답하고 일상적인 소소한 행복을 잃은 기분”이라며 “뛰어놀지 못해 힘들어 하는 아이 보기도 힘들고 ‘이러다가 이민가야 되나’라는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라고 말했다.
 
서울시의 서울형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에 대해서는 시도 자체에는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영유아나 학부모 형편에 맞춘 제도적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처음이라 저조할 뿐 캠페인을 강하게 해야 한다”, “유모차를 이용해 지하철 타기 힘들다”, “오전 9시 이후에도 적용해달라”,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기 힘든 지역이 많다” 등의 의견이 제시됐다.
 
특히, “미세먼지가 심하면 어린이집(유치원)까지 자가용을 이용하게 된다”라는 한 학부모의 얘기에 여러 학부모들이 공감을 표시하면서 제도와 현실 사이의 격차를 보여줬다.
 
중랑구에서 아이 둘을 키우는 학부모는 “대중교통 무료 정책이 시행돼 미세먼지 공론화가 시작됐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언론에선 ‘100억 짜리 포퓰리즘’이라고만 말한다”며 “우리 엄마들은 일상이 정지되고 멈출 정도의 심정인데 서명운동으로 힘을 모아 우리 의견을 전달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어린이집 실내공기질 관리 운영 정보 제공, 어린이집 야외활동 제한 가이드라인 마련, 어린이집 공기청정기 설치 의무화 및 비용 지원, 식당 등 공중이용시설 공기질 관리규정 마련 등이 제안됐다.
 
박 시장은 “오늘 학부모들의 얘기를 들으니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작은 문제까지 알 수 있었다”며 “공공형 실내놀이터는 당장이라도 추진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3일 오전 서울시 NPO지원센터에서 열린 '아이들이 맘껏 숨 쉬는 서울' 타운홀 미팅에서 학부모의 얘기를 듣고 있다. 사진/박용준기자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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