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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신시장의 리스크, 플레이어에 맡기자
2018-01-26 08:00:00 2018-01-26 08:00:00
인공지능과 센서 기술이 접목된 최첨단 무인 수퍼마켓 ‘아마존 고(Amazon GO)’가 이번주 미국 시애틀에서 일반인들을 상대로 영업에 들어갔다. 이곳에서는 별도의 계산대나 점원이 없다. 고객들은 가게에 들어가 원하는 물건을 골라잡고 그대로 나오면 된다. 단, 사전 등록이 필요하다. 스마트폰에 미리 아마존 고 앱을 설치하고 결제 수단을 지정해야 한다. 점포 입장시에는 앱에 깔린 QR코드를 찍으면 되며 점포 내에서 상품을 집으면 센서와 카메라가 이를 감지한다. 점포를 나오면 잠시 후 결제 내용이 앱으로 공지되는 시스템이다. 아마존은 1년여간 사전 테스트를 거쳐 정식으로 점포를 오픈했다. 테스트 과정을 통해 시스템을 개선할 수 있었고 각종 오류도 바로잡았다고 한다.
 
1년간의 점검을 거쳤다고는 하지만 예기치 못했던 문제점이 터져나올 수도 있다. 담당업무가 없어진 계산원들의 재배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 지도 지켜볼 문제다. 하지만 아마존 고가 등장함으로써 유통업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우버와 에어비앤비가 택시 사업과 숙박업에 몰고온 충격이 소매점에서도 재연될 수 있다.
 
올해 초 미국에서 열린 CES2018은 첨단 산업 분야에서 중국이 어디쯤 자리잡고 있는 지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참가 기업의 수는 한국과 일본을 압도할 정도로 많았고 인공지능, 자율주행, 전기차 등 최신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투자에서 다른 나라를 압도하고, 전자상거래와 모바일 결제 시장을 선도한다는 사실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하지만 한국은 이같은 흐름에서 어느 순간 한발 뒤쳐진 모습이다. 대기업으로 성장한 벤처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고 스타트업들이 개발하는 신규 사업들은 규제의 벽에 묶여 좌절하기 일쑤다. 첨단 기술의 발전속도는 나날이 빨라지는데 이를 뒷받침할 제도나 법률은 제자리다. 오히려 변화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현상마저 속출한다.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렸던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 전문가 강연에서는 웃을 수 만은 없는 촌극이 벌어졌다. 블록체인 관련 강연이 진행되자 “문과라서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왔다는 것이다. 특별위원회 소속 의원 18명 중 이과 출신은 단 3명에 불과해 벌어진 일이다. 4차산업혁명을 논의하는 특별위원회에서 주요 사안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국회의원이 그만큼 드물다는 것은 과학기술에 대한 우리 사회와 정치권의 인식이 여전히 낮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주재한 규제 개혁 토론회에서 신산업과 신기술을 우선 허용한 뒤 사후에 규제를 하는 ‘선 허용, 후 규제’ 방식으로 패러다임 변화를 주문했다. 근거규정이 있어야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전제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타당한 방향 설정이다. 법 규정이 없기 때문에 벌어지는 부작용은 당사자가 감수해야 할 몫이다. 당국은 그 과정에서 불공정 행위가 벌어지지는 않는지를 지켜보면 된다. 정부당국이 신산업의 유용성을 판정하기 이전에 시장에서 먼저 평가가 내려져야 한다. 아울러 시장 참가자들도 자신의 결정에 스스로 책임진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신기술의 결실을 누리기 위한 리스크는 플레이어의 몫이다.
 
손정협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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