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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계열사 지원 '밑빠진 독에 물붓기'…정용진 부회장 신사업 성과 '우려'
편의점·주류계열사 등 대규모 출자 반복…이마트 부담 가중 속 '이마트24' 적자행진
2018-02-01 06:00:00 2018-02-01 06:00:00
[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신세계(004170) 이마트(139480)가 최근 유상증자를 통한 대규모 출자를 반복하며 성장 기로에 놓인 계열사 지원에 올인하고 있다. 특히 이들 계열사 대부분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최근 몇년 사이 야심차게 시작한 신사업이라는 점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일각에선 오너의 경영지표에 오점을 남기지 않기 위한 출자 감행이 '밑빠진 독에 물붓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마트는 편의점 '이마트24'를 포함한 계열사 4곳에 대해 총 1055억원 규모의 출자를 결정했다.
 
특히 이마트24는 이번에 가장 많은 500억원 규모의 출자 지원을 받는다. 이마트측은 이에 대해 "가맹점 출점 확대에 따른 투자재원 확보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로써 이마트는 '위드미' 시절이던 2014년 이후 '이마트24'로 도약을 노리는 현재까지 총 8차례나 유상증자에 나서며 총 2080억5000만원이나 되는 자금을 편의점사업에 쏟아붓고 있다.
 
또한 정 부회장은 지난해 7월 이마트24를 그룹 핵심사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3년 동안 3000억 원을 투자한다고 밝히기도 해 투자는 출자 지원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우선 공격적인 투자로 인해 이마트24의 외형은 커진게 사실이다. 점포수가 2014년 501개에서 ▲2015년 1058개 ▲2016년 1765개, 그리고 지난해 2653개까지 늘어났다. 지난해 10월엔 점포수 기준으로 미니스톱을 제치고 4위로 올라섰고, 올해 4000개, 2019년 5000개까지 늘린다는 목표다. 매장 수 증가는 매출 신장으로도 이어져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매출은 5060억원으로 전년도 같은기간 2653억원보다 97.4% 늘어났다.
 
다만 여전히 4년째 적자행진을 이어가며 내실은 악순환의 연속이다. 2016년까지 이마트24의 누적손실은 751억원에 달했다. 지난해에도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도 343억원을 기록하며 증권가에선 지난해 손실 규모가 400억원대로 진입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마트24는 미래를 내다보고 투자하는 곳"이라며 "사명을 변경하며 리브랜딩 등 공격적으로 비용을 집행할 수밖에 없어 이 과정에서의 손실을 불가피하고 곧 성장세로 돌아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마트가 100% 지분을 보유한 와인유통 계열사 '신세계L&B' 역시 이번에 운영자금 확보 목적으로 100억원 규모의 출자를 받는다.
 
2008년 출범한 신세계L&B는 '애주가'로 알려진 정용진 부회장의 첫 주류사업이나 다름 없다. 지난해 전문점 '와인앤모어'의 공격 출점으로 소매시장까지 공략하는 등 도약에 나서고 있지만 동종업계에서 주도권을 지닌 금양인터내셔날, 아영FBC에 이어 수년째 3위 자리에 머물고 있다.
 
'정용진 소주'의 등장을 알리며 2016년 말 이마트가 인수한 제주소주 역시 자금 지원을 계속 받고 있다.
 
이마트는 이번에 제주소주에 운영자금 확보 목적으로 50억원을 추가 출자하기로 했다. 이마트는 지분인수를 통해 190억원에 제주소주를 품은 이후 설비증설을 위해 150억원을 추가 투자했고, 지난해 6월에도 또 다시 100억원을 추가 출자하기도 했다.
 
제주소주는 이마트 인수당시에도 물음표가 많았다. 인수 당시 시장점유율 1% 미만에 그쳤고, 그해 영업손실 19억원을 냈을 정도로 재무상태도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여전히 진입장벽이 견고한 소주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그러나 정 부회장은 소주시장 진출에 드라이브를 걸었고, 인수 1년이 넘은 시점에서 아직까지는 투자만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일각에선 최근 이마트가 계열사에 대한 잇따른 출자 지원을 감행하는 것을 두고, 우려의 시선을 나타내고 있다.
 
실제 이마트는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자금 부담이 매년 커지고 있다. 2011년 6225억원이던 투자활동을 위한 현금 유출액은 2015년 1조622억원, 2016년에는 7418억원에 달했다. 투자를 위한 현금유출은 상당수 차입으로 진행됐다는 점도 부담요인이다. 지난해 이마트가 코스트코의 보유 지분과 부동산을 모두 코스트코코리아에 일괄 매각한 것도 이같은 자금 부담을 해소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의 신규 사업 진출 과정을 들여다보면 어느 기업보다 오너 의지가 깊숙히 반영되는 편"이라며 "편의점의 이마트24의 경우에도 포화상태에 인건비 인상, 정부 규제 등 악조건 속에서 적자가 이어지고 있지만 오너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차원에서 무분별한 지원사격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마트24 매장 전경. 사진/이마트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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