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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돌봄전담사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
2018-04-17 06:00:00 2018-04-17 06:00:00
 지난 12일 오전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사무실에 초단시간 초등돌봄전담사 10여명이 모였다. 각 지역에서 수년째 전담사로 근무해온 이들은 이날 자신들의 근무환경을 발표했다. 몇몇 전담사들은 이야기 내내 연신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닦았다. 분명 지나온 시간에 대한 서러움 내지 억울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초등돌봄교실은 방과 후부터 부모들이 귀가할 때까지 학교에서 아이들을 돌봐주는 제도다. 현재 전국 초등학교 1∼2학년 중 약 24만명의 아이들이 돌봄교실을 이용하고 있다. 특히, 비싼 사교육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소외계층이나 맞벌이 부부들에게 인기가 높다. 하지만 공급이 수요를 못따라 가면서 이른바 ‘돌봄로또’라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실제로 초등학생 267만명 가운데 돌봄교실을 이용하는 비율은 33만명(12.5%)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는 지난 4일 돌봄시설 이용가능 인원을 현재 33만명에서 52만명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초등돌봄전담사들의 확충이 필요한 상황에서 초단시간전담사들이 대거 양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날 모인 초단시간전담사들 역시 이 점을 우려했다. 이는 지난 2014년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확인할 수 있다. 당시 정부는 초등돌봄교실 확대를 발표했는데, 1년 사이 초단시간전담사들은 전국적으로 약 3000명이 증가했다. 
 
더욱이 전담사들의 열악한 처우는 곧바로 질 낮은 돌봄서비스로 이어진다. 주어진 업무 시간에 비해 과한 업무를 떠안은 전담사들이 온전히 아이들에게 집중하기란 어렵다. 또 이를 버티지 못해 수시로 떠나는 초등돌봄전담사들을 겪어야 하는 아이들도 힘들긴 마찬가지다. 
 
또 초단시간 전담사 중 전용 수업 공간이 없는 경우 수업시작 시간까지 아이들과 복도에서 시간을 내기도 한다. 같은 학교 내에 운영되는 초등돌봄교실도 위탁이냐 직영이냐에 따라 제공되는 간식부터 차이가 난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들 맡길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만족해하는 학부모들이 이런 문제를 알 길이 없다. 
 
이런 이유 때문에라도 돌봄교실 확대에 앞선 초단시간 전담사들의 처우 개선은 반드시 필요하다. 초단시간 전담사들을 돌보지 않은 채 아이들만 잘 돌보길 바란다면 이는 강요된 희생일 뿐이다. 심한 경우 정부가 나서 경력단절 여성들의 약점을 악용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초단시간 전담사 역시 전담사이기 이전에 누군가의 학부모이고 국민이다. 
 
조용훈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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