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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해 고민할 것들
2018-05-04 06:00:00 2018-05-04 06:00:00
전재경 사회자본연구원장
4월27일의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 이후 당시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노력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언론보도를 보면 우리 정부는 판문점 선언에 대해 국회동의 절차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역사적 선언을 이행하기 위해 오래간만에 초당적 협력과 동의가 이뤄지면 더없이 좋겠지만, 선언문 자체를 두고 시비를 일삼거나 찬반 양측이 무엇인가를 주고받아야 하는 일이 생긴다면 바람직스럽지 않다. 원래 선언문은 국회동의가 필요 없다. 설혹 동의를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2015년 12월 파리기후변화협약처럼 국회동의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를 바란다. 선언문 이행이 당장 "통일하자"는 것도 아니므로 남북 교류협력에 필요한 법 체계를 구축하는데 국력을 소모하지 않아야 한다. 판문점 선언 이행과 남북경제발전 구상을 위해 고민할 것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우선 법 체계 측면에서 보자면 판문점 선언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법이 아닌 종래의 국내 법률과 남북합의서를 활용할 수 있다. 1990년 8월1일에 제정된 '남북교류협력법'은 남북교역에 관한 방법과 절차 등을 규정했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조세의 부과와 징수·감면·환급 등에 관한 현행 법률들을 준용할 수 있다. 또 협력사업과 이에 수반되는 거래에 대해서는 외국환관리법과 외자도입법, 한국수출입은행법, 수출보험법, 대외경제협력기금법, 법인세법, 소득세법, 조세특례제한법, 수출용원재료관세환급법, 그밖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법률을 준용한다고 규정했다. 대통령령은 이 준용에 관한 특례를 규정할 수도 있다.
 
남한과 북한은 1991년 12월13일에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 이른바 남북기본합의서를 작성한 바 있다. 기본합의서에 따르면, 남한과 북한은 평화상태가 이룩될 때까지 현재의 군사정전협정을 준수한다고 했다. 군사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일이 시급하지만 우리나라는 군사정전협정의 당사국이 아니므로 우리나라가 평화협정의 당사자로 참여하는 일이 긴요하다. 남북기본합의서 제12조에 따른 남북군사공동위원회도 재가동시켜야 한다. 이 위원회는 대규모 부대 이동과 군사연습의 통보·통제,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 군 인사 교류와 정보교환, 대량살상무기와 공격능력의 제거를 비롯한 단계적 군축실현, 비핵화 검증 등 군사적 신뢰 조성과 군축을 실현하기 위한 문제들을 협의하고 추진할 수 있게 한 기구다.
 
판문점 선언에서는 분쟁이 잦았던 북방한계선(NLL) 주변 수역을 평화수역으로 조성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남북 공동어로 구역으로 설정하는 것만으로는 미흡하다. 공동어로 구역을 수산자원 보호구역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아울러 비무장지대(DMZ) 일원을 생물권 보전지역이나 유네스코 세계복합유산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적극 추진되어야 한다. 한발 더 나아가 한강 하구의 수역으로써 그 한쪽 강안이 일방의 통제하에 있고 다른 한쪽 강기슭은 다른 일방의 통제 아래 있는 곳은 서로 간 민용선박이 운행할 수 있도록 개방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
 
남북 경제협력과 관련해서 북측에 제시된 이른바 '신경제구상'에 어떠한 내용들이 담겼는가는 아직 비공개다. 하지만 판문점 선언으로 미뤄보면 여러 가지 방안들을 전망할 수 있다. 남북 철도와 도로의 연결 외에 전기와 통신과 같은 인프라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개발도상국가들에 대한 세계은행(WB)의 권고처럼 북한의 자연자본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북한의 식량난을 해소하기 위한 농업을 발전시키려면, 세계농업기구(FAO)가 권장하는 농생태학(Agroecology)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FAO의 농생태학은 지속가능하고 공정한 식량 체계를 확보하는 데 필요한 사회적 측면을 고려하면서 식물과 동물, 사람, 환경의 상호작용을 최적화시키려는 생태적 개념과 원리를 말한다. 농생태학은 시너지 효과를 도모하면서 식량생산과 식품안전 그리고 영양을 지원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지속가능한 농업에 필수적 생태계 서비스와 생물다양성의 복원을 돕기도 한다. 농생태학은 복원력을 형성하고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남북을 단일 시장권으로 조성하자면, 행정비용과 거래비용을 줄여야 한다. 이렇게 하려면 먼저 인적자본과 같은 무형의 자본을 조성하고 활용해야 한다. 세계은행은 자연자본과 함께 사회자본(Social capital)을 증진시킬 것을 권장한다. 여기에서 사회자본은 사회 구성원들의 상호 신뢰와 협동 및 네트워크와 같은 무형의 자본을 활용할 수 있는 집단의 능력을 말한다.
 
전재경 사회자본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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