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어주는기자)'정의'가 숨 쉬는 대한민국 미래를 상상하다
법조윤리·검찰·국민안전…”문재인 정부 시대에 필요한 개혁들”
정의가 희망인 이유|김인회 지음|굿플러스북 펴냄
입력 : 2018-05-03 18:00:00 수정 : 2018-05-05 00:01:13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무능력한 정부는 불안의 원천이다. 자연재해나 인공재해가 불안의 원천이 아니라 무능력한 정부 자체가 더 큰 재난이다. 재해를 초대형참사로 만들고 불운을 ‘부정의’로 만들어버리기 때문이다.”
 
김인회 한국미래발전연구원장은 세월호 사건이 발생하고 2주도 안돼 쓴 칼럼에서 ‘무능한 정부’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당시 안전불감증, 규제완화의 신화에 빠져있던 박근혜 정부를 향한 날 선 비판이었다.
 
동시에 그는 국가와 정치의 제대로 된 역할이 시민의 참여에서 가능하다고 봤다. 국가와 정치의 구성, 활동, 평가에 이르는 전 과정에 국민주권주의로 무장한 시민이 적극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그렇게 ‘정의’가 바로 설 때 국가는 최소한 국민들의 갈등을 조절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진짜 ‘국가’로 존재할 수 있게 된다.
 
김 원장은 최근 펴낸 신간 ‘정의가 희망인 이유’에서 ‘부정의’로 점철돼 왔던 대한민국의 지난 날들을 돌이켜 본다. 지난 4년(2013~2017년) 간 유린됐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심각성을 짚고 ‘정의’로운 사회가 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다. 한국미래발전연구원 홈페이지와 뉴스토마토의 시론으로 실린 과거 칼럼들이지만 ‘아직 개혁이 필요한 세상’이기 때문에 다시 엮었다. 서두 그의 언급대로 대체로 글들은 “새로운 민주정부 시대에 필요한 개혁 내용들”이다.
 
변호사 출신답게 저자가 책의 절반 정도를 할애해 설명하는 부분은 ‘법’에 관한 내용이다. 특히 정부라는 이름으로 함부로 법률에 개입해 온 ‘폭력적 법치주의’에 관한 글들이 많다. 갈등해결보다 ‘응징’에 초점을 맞췄던 전국철도노동조합의 파업 사태, 긴급조치 제9호를 위헌으로 규정해 놓고서도 당사자와 국가에 책임을 면했던 대법원 등의 사건들을 예시로 들고 있다.
 
특히 법조인들의 잘못된 도덕적 관념은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어 온 ‘부정의’다. 고위직 법관들은 행정부로 계속해서 진출했고 대법원장의 눈에 들기 위해 그의 요구대로 판결을 해야 했다. 사법부는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켜주는 독립된 역할이 아닌, 법원장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행정부에 지나지 않았다. 검찰은 수사과정을 의식적으로 왜곡함으로써 정치권력과 함께 사실상 국가를 통치해 왔다. ‘법치주의의 몰락’이 민주주의의 파괴로, 국가의 부패로 끝없이 이어졌다.
 
법조비리의 해결책을 제도개혁과 교육에서 찾겠다는 저자의 시각은 오늘날에도 유의미하다. 제도 개혁 방법 중 하나로 저자는 법무부가 나서 ‘검찰개혁’ 잡지를 만들 것을 제안한다. 검찰개혁 이론과 검찰개혁 경과, 국민 의견이 하나로 묶인 플랫폼을 만들어 대화하고 토론하자는 것이다. 여기서 다듬어진 결과를 소셜미디어(SNS)로 국민들과 공유할 수도 있다.
 
“국민과 함께 만드는 ‘검찰개혁’은 국민주권주의를 실천하는 상징이다. (중략) 검찰개혁의 근본적인 힘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고위공직자 비리 조사처를 신설해 항상 감시하거나 배심재판제, 국민참여재판제를 도입해 근본적인 권력 분산을 시도하는 것도 안으로 내세운다. 현직 판사와 변호사, 검사를 위한 직업 윤리 교육을 필수로 지정하자는 대책도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짚어볼 만한 부분들이다.
 
국가재난과 관련해서는 세월호 사건과 그 이후 국민의 안전을 다룬 과거 글들이 주로 엮였다. 정부의 ‘부정의’로 원인조차 규명도 못된 사건임을 인정하고 ‘시민의 힘’으로 국가와 정치를 개혁하자는 주장이 일관성 있게 이어진다.
 
그에 따르면 정부는 국가적 재난에 대한 대책을 만들고 이를 관리하는 컨트롤 타워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시민들은 들러리가 아닌 당당한 권리자로 참여해 국가를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저자의 칼럼은 최근 문재인 정부가 재해, 재난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인 여론 조사 결과를 의식하며 국가안전대진단 등 대책과 개선 방안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과도 맞아 떨어진다.
 
1996년부터 변호사 활동을 시작한 저자는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사회조정비서관, 시민사회비서관을 거쳤다. 민주주의와 인권, 법치주의와 법조윤리를 꾸준히 고민해 온 만큼 책에는 관련 주제들도 많다. 위의 내용 외에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을 함께 두는 자치경찰제 도입, 노동자의 근로시간을 줄이는 대신 정부가 기업에 보조금을 지원해 대량해고를 막는 일자리 나누기 정책 도입, 종군위안부 동원과 4·3사건을 비롯한 동아시아 역사 바로잡기 등의 제안이 고루 담겨 있다.
 
그는 “이 글은 과거의 이야기지만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미래의 구상들로 읽힐 수 있다고 판단해 책 출간을 결정하게 됐다”며 “새로운 민주정부가 들어선 지금 이 글에서 밝힌 내용들, 구상과 철학을 실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한다.
 
또 “글들이 유효하다는 의미는 발표 이후로 우리 사회가 그리 크게 변하지 않았음을 의미할 수도 있는 것”이라며 “개혁이 필요한 지금 개혁에 필요한 내용들을 상당수 담았다. 과거의 글이 필요 없어지는 시대가 빨리 오기를 바란다”고 덧붙인다.
 
'정의가 희망인 이유'. 사진/굿플러스북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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