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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의 관문, 베트남을 가다)스타트업 열풍…지원체계는 미비
2018-05-09 06:00:00 2018-05-09 06:00:00
[하노이·호치민(베트남)=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스타트업 열풍에서 베트남도 예외는 아니다. 성공을 향한 청년들의 열망이 스타트업 붐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지원 의지도 강하다. 다만, 규모를 갖추고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스타트업은 아직 많지 않다. 유망한 스타트업을 지원할 만한 체계도 미비하다.
 
베트남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의 신생기업 수는 12만7000개. 국민 1인당 스타트업 창업 수는 중국이나 인도를 압도한다. 베트남의 스타트업 붐은 2014년 게임 퍼블리싱사 '플래피버드'의 성공이 시발점이 됐다. 이를 목도한 많은 젊은이들이 스타트업 창업에 뛰어들었다. 제2의 플래피버드를 표방해 모바일 게임을 중심으로 열풍이 일기 시작했다. 현재는 VNG가 모바일 앱 시장에서 절대적인 지위를 점하고 있다. VNG는 게임 퍼블리싱은 물론 기존 앱들을 베트남 상황에 맞게 커스터마이징하는 작업도 한다. 베트남의 국민 메시지 앱 '잘로(ZALO)'도 이들 작품이다. 한국의 '카카오톡', 중국의 '위챗'으로 통한다.
 
또 다른 모범 사례는 엠서비스가 개발한 모바일 결제 앱 '모모'다. 베트남은 아직까지 현금 결제가 보편적이다. 돈뭉치를 들고 다니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모모의 전자지갑 서비스는 충전만으로 그간의 불편을 모두 해소할 수 있다. 현재 500만명이 모모를 이용하고 있으며, 베트남 내 5000개 상점이 모모를 결제 방식으로 택했다. 골드만삭스, 스탠다드차타드(SC) 등으로부터 300억원 이상의 투자도 유치했다. 평범한 해외 유학파의 성공에 많은 대학생들이 자극을 받았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다. 이외에도 콜택시 앱 '바토(VATO)', 식당 예약 앱 '푸디(Foody)', 모바일 쇼핑 앱 '쇼피(Shopee)' 등 베트남에서 개발된 앱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달부터 베트남에서는 그랩에 인수가 된 우버가 운영을 중단했다. 그랩은 오토바이가 많은 베트남의 특성에 착안해 '그랩 오토바이' 서비스도 제공한다. 사진 속 초록색 자켓을 입은 사람들이 그랩 오토바이 기사들이다. 사진/김진양 기자.
 
스타트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으려는 정부의 의지도 강하다. 직접적인 자금 지원보다는 LTE 통신망 구축 등 인프라나 규제 완화 등의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 베트남 현지 스타트업 '핑거비나' 최광일 매니저는 "제조업의 경우 허가가 까다로운 반면 IT는 국가 장려사업으로 규제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IT 솔루션 판매에 대해 소득세를 면제해 주는 등 자율성도 최대한 인정해준다. 이는 자연스레 앱 개발 붐으로 이어졌고 개발자에 대한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iOS 개발자의 처우는 상상을 초월한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도 인력 유출 문제는 심각하다. 3~5년이 지나면 독립을 하려는 경우가 잦다. 유망한 스타트업의 육성을 지원하는 시스템도 부족하다. 대체로 전쟁 후 태어나 미국에서 공부하고 구글, 골드만삭스 등에서 경험을 쌓은 금수저들이 해외 자금을 유치해 베트남 정부와 매칭 투자를 진행한다. 베트남의 인큐베이터, 엑셀러레이터, 이노베이션 랩은 24개로 싱가포르에 이어 동남아 2위지만, 혜택을 기대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하노이·호치민=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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