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태의 경제편편)재벌개혁, 천민적 족벌경영 정리부터
입력 : 2018-05-09 06:00:00 수정 : 2018-05-09 06:00:00
우리나라가 본격적인 경제개발을 시작한지 반세기가 흘렀다. 그 과정에서 몇몇 기업인들은  그야말로 뚝심과 맨몸으로 기반을 닦았다. 오늘날의 재벌은 그렇게 세워지고 성장했다. 정부의 지원도 적지 않게 주어졌다. 그렇지만 단순히 정부 지원만 갖고 이들 재벌이 성장한 것은 아니다. 창업자들의 남다른 노고와 끈질긴 집념이 분명 존재했다.
 
반면 재벌 2세와 3세들에게는 창업의 노고가 없었다. 대체로 경영능력이 부족함은 물론이거니와, 사물을 분별할 지혜도 경험도 갖추지 못했다. 창업자 시대와 달리 지금은 고도의 전문성과 합리성 없이는 기업을 경영하기 어렵다. 자격을 갖추지 못했으면 뒤로 물러나 있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재벌 2세와 3세들은 겁도 없이 경영일선에 나선다. 창업자가 일으킨 기업에 들어가 손쉽게 초고속으로 승진한다. 입사한지 불과 수년 만에 임원 반열에 오른다. 뿐만 아니라 여러 계열사의 임원으로 이름을 올린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재벌의 족벌경영이라는 독버섯이 자라난다.
 
더욱이 이들 가운데는 인격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았으며, 준법정신도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이들은 수없이 많은 물의를 일으켜 왔다. 최근 물벼락 사건으로 경찰의 조사를 받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차녀로서, 창업자 조중훈의 손녀다. 언니 조현아 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이 이른바 땅콩회항 파문을 일으킨 데 이어 조현민 전 전무의 물벼락 일탈마저 드러나자 여론은 폭발했다. 조양호 회장 일가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한항공 직원들의 촛불집회까지 열렸다. 
 
조현민 전 전무에 대해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은 검찰에서 기각됐다. 그렇지만 조 회장 일가의 비행에 관한 제보가 쇄도하는 등 불길은 오히려 들불처럼 번졌다. 관세청은 조 회장 일가의 밀수와 관세포탈 의혹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조양호 회장의 부인 이명희씨도 폭언과 횡포 등 갑질 영상이 드러나 경찰에 입건됐다. 조 회장 자신도 지난해 자택 인테리어 공사를 위해 30억원가량의 회삿돈 횡령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다. 가족 대부분이 사정당국의 수사를 받은 것이다. 유례를 찾기 힘든 경우다. 
 
족벌경영이라는 독버섯이 자라나는 재벌에는 ‘일감몰아주기’ 등 갖가지 독초와 독소도 창궐한다.  조양호 회장과 한진그룹도 그런 경우다. 채이배 의원(바른미래당)이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조양호 회장은 재무상태가 좋지 않은 대한항공과 계열사로부터 성과에 관계없이 고액의 보수를 받아왔다. 한진칼과 대한항공으로 회사가 분할된 후에는 양쪽 회사에서 보수를 받았다. 또한 싸이버스카이와 유니컨버스 등 조 회장 자녀들이 지분을 보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줘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이번에 물벼락 사건이 터지자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한항공의 기내 면세품을 이용해 총수 일가 회사에 부당이익을 주었는지 조사에 나섰다. 
 
파문이 커지자 조양호 회장이 마지못해 지난달 22일 사과문을 발표했다. 물의를 일으켰던 조현아 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를 모든 직책에서 사퇴시키겠다는 게 요지다. 그리고 전문경영인을 부회장에 임명해 이사회 중심으로 경영하겠다고 밝혔다. 분노한 여론에 떠밀려 내놓은 대책으로, 얼마나 진심이 담겨 있는지는 모르겠다.
 
사실 지금까지 재벌의 2세와 3세들은 너무나도 많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왔다. 오죽하면 ‘오너 리스크’라는 조어까지 생겨났을까. 그런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해당 기업의 신인도가 추락하고 주가가 하락하는 바람에 소액주주들이 억울하게 피해를 당했다. 얼룩진 족벌경영은 기업의 존립까지 위태롭게 한다. 이를테면 전문성이 전혀 없는 최은영씨가 단지 총수 일가라는 이유로 경영을 맡았다가 파산한 한진해운은 가족경영이 빚은 비극이라고 채이배 의원은 지적했다. 
 
족벌경영의 폐해는 1차적으로 사외이사들이 막아줘야 한다. 그렇지만 재벌기업의 사외이사들은 대부분 ‘고무도장’ 노릇만 해왔다. 요즘에는 기관투자가가 주주총회 등을 통해 총수 일가의 족벌경영을 견제해야 한다는 기대와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그렇지만 과연 그런 기대대로 될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재벌의 족벌경영은 전근대적이고 천민적이다. 대한민국 경제의 건실한 발전을 가로막는다. 따라서 그 적폐를 근절하고 합리적인 경영질서를 확립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절실한 과제다. 재벌개혁이 정말 필요하다는 주장은 그 어느때보다 거세다. 그 첫걸음은 천민적 족벌경영부터 우선 정리하는 것에서 시작돼야 하지 않을까.  
 
차기태(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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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진양

안녕하세요. 뉴스토마토 산업1부 김진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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