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시민 미디어 교육 충분했으면 '드루킹 조작' 없었을 것"
서명준 언론소비자주권행동 대표, '비판적 의식' 중요성 강조…"시민 목소리 반영된 '일상의 개혁' 필요"
"포털, 언론 기능 인정하고 제도권 편입돼야" 주장도
입력 : 2018-05-14 06:00:00 수정 : 2018-05-14 06:00:00
[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일명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의 후폭풍이 거세다. 이번 사건에 가장 난감해하는 당사자 중 하나는 바로 포털이다. 지난 9일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오는 3분기부터 네이버 모바일앱의 뉴스 편집을 그만두고 아웃링크(뉴스 클릭 시 언론사 홈페이지로 이동) 도입 논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10일에는 여수용 카카오 공동대표가 이용자 편의성을 고려하며 아웃링크 도입을 지켜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드루킹 댓글 조작'으로 촉발된 아웃링크 논란의 종지부를 찍었다고 평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웃링크보다 좀더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지난해 7월 언론소비자주권행동(언소주) 대표로 취임한 후 언론계와 포털 업체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고 있는 서명준 건국대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시민 미디어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국내 미디어 교육이 탄탄했다면 이번 드루킹 사건과 같은 여론 조작은 없었을 것이라 말했다. 네이버의 뉴스 개편안이 나온 직후 주말 서 대표를 만나 앞으로 언소주 활동 계획을 들었다.
 
서명준 언론소비자주권행동 대표·건국대 교수. 사진/본인제공
 
언소주에서 처음 활동하게 된 계기는.
 
1997년 독일 유학 후 2012년 귀국해 대학 강의를 하는 한편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으로도 활동했다. 그러다가 언소주가 시민 호응 속에서 진행한 보수언론 폐간 운동과 시청료분리고지 운동을 접했고 크게 감명받았다. 이후 언소주 정책위원으로 활동하며 언소주와 연을 맺게 됐다. 정책위원으로 활동하며 좀더 치밀한 언론시민운동을 만들겠다는 생각에 직접 대표직을 맡게 됐다. 시민의 목소리가 반영된 일상의 개혁을 만들어 갈 계획이다.
 
직접 대표 자리를 맡고 단체에서 활동하며 겪는 현실적 어려움은 무엇인가.
 
최근 시민단체 수장을 맡으며 비로소 시민단체의 현실을 보고 있다. 촛불 정권 교체 이후 시민단체는 다소간 소강상태다. 시민운동이 주장할 의제가 정치권으로 흡수됐다. 하지만 시민 요구는 물밑에 있어도 늘 생기를 품고 있다. 절차적 민주주의, 정권교체가 일어났지만 이제부터 시민사회의 정당한 요구가 제기될 것이다. 정치권이 건전하다면 시민운동은 다소 소강상태를 보여도 좋다. 시민운동이 일상의 문제를 다루는 신사회운동으로 전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 운영에서 고민하게 되는 경제적인 문제는 부차적인 요소다. 가장 큰 어려움은 시민들과 내 생각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발견할 때다. 과학적 이론에 근거해 언론 관련 교육을 하고 싶다. 그러나 활동하는 시민들은 실천적이고 시의적절한 활동을 원한다. 물론 이렇게 서로 다른 생각이 표출되는 건 발전을 위한 건강한 고민이라 생각한다.
 
현재 정치권을 향한 언소주의 의제는 무엇인가.
 
우선 사회의 합리성을 바탕으로 언론 합리화를 생각해야 한다고 본다. 언론시민운동은 현업언론인, 언론노조, 정부 기관, 국회 등과 교류 속에서 가치 있는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협치(governance)를 지향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을 제도로 관철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얼마 전 여야 정치권이 KBS·MBC 등 공영방송 이사진 구성안 합의에 나섰다. 여야가 합의를 시도한 안은 각 방송사 이사를 13명으로 늘려 여당 7명, 야당 6명을 추천하는 것이다. 공영방송사 사장 임명도 이사진 5분의3 찬성으로 추천하는 방향으로 논의했다. 한국 정치권은 방송 독립성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의 입지를 최소화하고 시민사회의 영역을 넓혀야 한다. 우리는 이사진에 시민단체 등의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시청료분리고지 운동도 벌이고 있다. 언소주가 법적 소송도 제기했으나 아쉽게 패소했다. 시청료분리고지는 언론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시스템이다. 앞으로도 계속 전개할 생각이다. 고 장자연 사건 재수사 촉구 1인 시위도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진행 중이다.
 
시민단체 활동과 강단에서 제자를 양성하는 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 두 가지를 병행하는 데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바쁘다는 점 말고는 어려움이 없다. 현장에서 학생을 가르치다 보면 그들이 마케팅 방법론 등을 강조하는 미국식 학문·학업에 염증을 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나는 국내에 언론의 본질을 다루는 독일식 학문과 시민사회를 건설하고 싶은 의지가 강하다. 독일 유학 과정에서 직접 그들의 장점을 체험했기 때문이다. 시민과 학생이 주체로 서가는 과정에 내가 일조할 수 있어 행복하다.
 
현 언론 생태계에 대해 평가한다면.
 
디지털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많은 혼돈과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한국은 서구에 비해 언론의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지만 급속한 시장경제 확장과 함께 미디어 시장도 급속히 팽창했다. 이에 따른 부작용들이 지금 터져 나오고 있다. 서울 중앙 신문, 지역신문, 방송, 통신 시장, 콘텐츠산업 등 많은 이슈가 있다. 이러한 이슈들에 대한 답은 현실 자본주의 시장경제 위에서 과학적 사고를 하면 간단하게 나온다. 언론을 둘러싼 정치 세력 간의 갈등을 지워내야 한다. 시민사회가 힘을 합해 시민의 이익을 가져올 수 있는 언론 환경으로 바로 서도록 해야 한다.
 
최근 네이버가 아웃링크 도입에 원칙적으로 합의한다고 했지만 구체적 실천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카카오 역시 아웃링크 도입에 부정적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여론 독과점이다. 독과점은 반드시 해체돼야 한다. 자본과 정보 편집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답을 찾자면, 우선 현재 생산(언론사)과 유통(포털)이 하나의 통일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하나의 동일한 상품이 가치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생산·유통은 분리되지 않는다. 두 영역 모두 규제를 받아야 하는 이유다.
 
생산된 기사가 편집을 거쳐 '뉴스 상품'이 된다. 따라서 유통 과정에 편집 행위가 발생하면 뉴스 상품을 생산하는 기업과 사실상 같은 업종, 즉 언론사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포털은 사업 가운데 하나인 뉴스 플랫폼 사업을 통해 언론사가 제공하는 콘텐츠를 선별·등록·편집·배열 등 언론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뉴스 플랫폼 사업을 하면서도 언론의 의무를 부정하려면 구글처럼 검색 서비스만 제공하면 된다. 포털이 앞으로도 뉴스 상품을 계속 다루고자 한다면 스스로 뉴스 사업자임을 인정하고 제도권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
 
앞으로 언소주 활동 계획은.
 
회원 배가 운동보다는 회원의 질적 의식 향상에 주의를 기울이려 한다. 언론 행동은 이제 제2의 도약이 필요한 때다.
 
회원과 비회원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미디어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 생각이다. 기존의 미디어 교육이라 하면 언론인 양성이나 미디어 제작 방법 등 2가지가 있었다. 언소주는 평생교육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가짜뉴스 구별, 뉴스 이면에 담긴 내용 파악 등 비판적 의식 형성이 먼저 돼야 한다. 기본 미디어 교육이 이뤄지지 않아 드루킹 사건과 같은 일이 발생했다. 스스로 뉴스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하는데 교육이 되지 않아 다른 사람에 동조하고 넘어가는 것이다. 자기 생각을 하게 만들어야 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시민들이 가진 생각을 표출하도록 하는 데까지 생각하고 있다. 시민 개개인이 1인 미디어 활동을 해서 스스로 기자가 되도록 만들고 싶다. 이미 스마트폰 등 기기가 발전돼 환경은 갖춰졌다.
 
지난 3월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포털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 참석한 서명준 대표(오른쪽에서 두번째). 사진/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es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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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동현

게임·인터넷 속 세상을 깊이 있게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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