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보도개입' 이정현, 집유…방송법 처벌 첫 사례
법원 "권력의 방송개입은 민주주의 존립 위해…누구든 형사처벌"
입력 : 2018-12-14 15:41:17 수정 : 2018-12-14 15:41:17
[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 시절 KBS의 세월호 보도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이정현 의원이 유죄를 선고받았다. 방송법 위반한 혐의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은 첫 사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 오연수 판사는 14일 세월호 사건 당시 해경에 대한 비판 보도를 막기 위해 김성곤 전 KBS 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압력을 넣은 혐의(방송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의원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방송법 4조가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간섭할 수 없다'고 규정한 것은, 사회의 다양한 세력들로부터 방송의 자유와 독립성과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함"이라면서 “방송되는 사항·내용·분량 등에 부당하게 영향력을 미치려 했다면 방송법을 위반한 범죄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보도국장은 뉴스 아이템 선정 및 구체화와 내용 배열 등에 직접적인 결정권을 행사한다"면서 "당시 이 의원으로서는 김 전 국장에게 방송편성 결정권이 없었다면 전화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이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행위에 대해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서의 공보활동'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이는 결국 개인이 아닌 대통령 직속기관인 청와대 홍보수석으로서의 활동임을 자인한 것"이라며 "당시 김 전 국장으로서는 이 의원의 발언에 대통령 뜻이 반영돼 있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의원이 세월호 사고와 관련한 해경에 대한 비판보도 직후 이에 항의하며 보도 자제를 요청했는데 당시 이 의원의 목소리와 억양을 들어보면 반복적으로 항의하는 것으로, 단순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이 의원의 방송편성 개입 시도가 실제 방송편성에 영향을 주지 않았더라도 이는 방송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기본 전제인데 특정 권력이 방송 내용에 개입하는 것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면 민주주의 존립에 위해를 가하게 되므로 누구든지 법을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방송법 시행 이후 상당 기간이 지나도록 기소 및 처벌이 전무했는데, 이는 아무도 위반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관행 정도로 치부하거나 본연의 업무 수행으로 여기는 의식이 만연했기 때문"이라며 "이 의원 역시 언론사와 쉽게 접촉하고 방송내용을 바꿀 수 있다는 안일하고 위험한 인식을 드러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이 의원이 자신의 행위에 대한 잘못을 모르고 있고 반성도 없지만, 초범이고 범행으로 방송 편성에 영향이 없었던 것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된다”며 집행유예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 의원은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직후 KBS가 해경 등 정부 대처와 구조 활동의 문제점을 주요 뉴스로 다루자 김 전 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뉴스 편집에서 빼달라”, “다시 녹음해서 만들어 달라”며 편집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검찰은 결심에서 “피고인이 청와대 홍보수석이라는 지위에서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해 해경에 대한 비판 보도를 중단하고 변경하라고 요구하는 식으로 편성에 간섭해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침해했다"며 이 의원에 대해 징역 1년을 구형했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 홍보수석 시절 KBS의 세월호 보도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정현 국회의원(무소속)이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영지 기자 yj11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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