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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입법부에 만연한 특권불감증
2018-12-26 06:00:00 2018-12-26 06:00:00
최서윤 정경부 기자
지난 6일 여당과 제1야당이 내년도 예산안을 밀실합의하면서 국회의원 세비를 인상한 사실이 알려져 여론이 들끓었다. 국회사무처가 다음날 고작 1.2%’ 올렸다는 취지로 해명하자, 국민청원 게시판에 반대가 쇄도하는 등 공분이 확산했다. 사무처의 해명은 1년 내내 일 안하는 국회지적을 받은 의원들이 세금으로 충당되는 월급은 스스로 올렸다는 분노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처사였다. ‘공항 갑질의혹’으로 지탄받은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도 마찬가지다. 줄지어 서서 탑승을 기다리는 승객들의 불편한 눈초리에도 끝내 신분증을 직접 꺼내지 않고 규정 가져와라” “사장한테 전화해라라고 고함칠 수 있는 게 단순히 개인의 용기와 배짱덕분이었을까.
 
기자는 지난 7월에 이어 두 차례 전직 국회의원 보좌진이 등록이사로 있는 의회정책아카데미의 특권과 인맥을 이용한 돈벌이 실태를 취재했다. 이들은 국회사무처 소관법인으로, 이사 중 한 명이 대표인 주식회사 여의도아카데미와 함께 전·현직 보좌진 인맥을 동원해 의원실이 대리 대관해준 국회의원회관 회의실에서 유료강좌를 진행했다. 섭외도 제대로 안 된 현직 국회의원을 강사로 내세워 고액강좌 수강생을 모집하기도 했다. 취재가 시작되자 전·현직 보좌관과 아카데미 관계자는 다 퇴근하고 비는 시간에 좀 쓴 게 뭐가 잘못이냐” “경제도 어려운데 왜 남의 사업을 방해하느냐며 무엇이 문제인지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반응을 보였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아무나 예약할 수 없는 의원회관 시설을 인맥과 특권을 이용해 무허가 교습돈벌이에 활용하는 건 명백한 불법이다. 강의요청을 아직 수락하지 않은 국회의원을 앞세워 고액강좌를 홍보하는 건 엄연한 기만이다. 특히 그 타깃의 한 부류가 기업·협회 등의 대관업무 담당자일 경우 냄새가 난다고 느끼는 건 합리적 의심이 될 수 있다. 경기침체로 자영업 교습소는 임대료를 못 내 문을 닫고 있다. 청년 구직자는 알바비를 쪼개 유료 스터디룸을 예약해 취업 준비를 한다. 대다수의 승객은 미리 탑승권과 신분증을 꺼내 들고 빠른 탑승에 협조한다. 노동자에겐 복지 늘려줄 테니 월급 좀 깎자면서, 차량에 운전기사까지 대동하며 특혜를 누리는 국회의원 수당이 오르면 중향평준화’ ‘광주형 일자리같은 대책은 설득력을 잃는다.
 
입법부 구성원이 특권을 공기처럼 느끼는 사이 불법과 기만, 잘못과 갑질에 대한 그들의 인식은 대중이 공유하는 일반적 개념과 상식에서 멀어지고 있다. 기왕에 말 나온 선거제 개편을 필두로 입법부의 특권 개혁이 필요한 이유다.
 
최서윤 정경부 기자(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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