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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지방의회 개혁, 제대로 하려면
2019-01-15 06:00:00 2019-01-15 06:00:00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경북 예천군 의회의 해외연수가 큰 물의를 빚고 있다
. 그러면서 지방의원 해외연수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그런데 대책이라고 나오는 내용이 부실하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13'지방의회 의원 공무국외여행규칙(표준안)'을 전면적으로 개선해서 지방자치단체에 권고하겠다고 발표했다. 내용을 보면, 공무국외여행 심사위원장을 지방의원이 아닌 민간위원이 맡도록 하고 심사기간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또한 국외연수 계획서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연수결과를 지방의회 본회의 또는 상임위원회에 보고하게 하며, 부당한 공무국외여행에 대해서는 비용을 환수조치 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모든 내용은 '권고'일 뿐이고, 이런 내용으로 '공무국외여행규칙'을 만들어야 하는 곳은 개별 지방의회라는 것이다. 전국의 모든 지방의회가 행안부의 권고내용을 전부 받아들여 규칙을 개정할 지도 불확실하지만, 설사 개정한다고 해도 실제 운영은 지방의회에서 할 수밖에 없다.
 
가령 공무국외여행 심사위원장을 민간위원이 맡는다 하더라도, 그 민간위원이 지방의회의 눈치를 보는 사람이라면 심사는 '통과의례'가 될 수밖에 없다. 환수조치를 한다고 하지만, 비용환수의 주체는 지자체가 돼야 하는데, 지자체가 과연 지방의원들의 국외연수 비용을 환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보공개를 확대한다고 하지만, 현재의 실태를 보면 계획서와 연수결과보고서 자체가 부실한 경우들이 많다.
 
따라서 이번에 발표된 개선방안으로 해마다 반복되는 지방의원 해외연수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보다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우선 공무국외여행 개선방안을 각 지방의회가 규칙으로 정하게 할 것이 아니라, 행안부령으로 공통기준을 정할 필요가 있다. 지방분권의 측면에서는 각 지방의회가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지만, 수십년동안 지방의회가 스스로 개선하지 못했다면 중앙정부가 일정한 개입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 지자체에서 사용되는 업무추진비의 경우에도 여러 가지 문제가 많이 발생하자 행안부령으로 '지자체 업무추진비 집행에 관한 규칙'을 제정했었다.
 
다만 행안부령으로 제정할 내용의 핵심은 주민참여를 확대하는 것이 돼야 한다. 지방의원을 뽑은 주민들이 지방의원을 통제하는 것이 지방자치 정신에 맞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지방의회가 공무국외연수 계획서를 최소 60일전에 홈페이지 등을 통해 주민들에게 공개하고, 전원 주민들로 구성된 '공무국외연수 심사위원회'에서 심사를 하게 할 필요가 있다. 사후결과보고도 공청회처럼 전체 주민들에게 공개된 자리에서 하게 해야 한다. 비용환수여부에 대한 판단도 주민들로 구성된 '공무국외연수 심사위원회'에서 하고, 지자체장은 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비용환수를 집행하는 역할을 하게 해야 한다.
 
또한 이번 기회에 주민소송 제도의 실효성을 강화해야 한다. 주민소송은 낭비된 지자체 예산을 주민이 제기한 소송을 통해 환수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그러나 이 제도는 지금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소송 제기 절차 자체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지금은 주민감사청구라는 절차를 거쳐야 주민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런 절차를 없애고 곧바로 주민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이번 예천군의회 사례의 경우에도, 곧바로 예천군 주민이 소송을 해서 국외연수비용을 환수할 수 있다.
 
주민소환 제도의 실효성도 강화해야 한다. 지금 예천군 주민들은 9명 군의원의 자진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의원이 자진사퇴를 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 방법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주민소환제도가 있지만, 절차가 너무 까다로워서 소환이 쉽지 않다. 현재 주민소환절차가 시작되려면 해당 지방의원 선거구 유권자의 20%이상 서명을 받아야 하는데, 이 정도 숫자의 서명을 받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다. 서명요건을 낮출 필요가 있다.
 
근본적인 지방의회 개혁을 위해서는 지방의회 선거제도도 바꿔야 한다. 지금처럼 1~2개 정당과 비슷한 성향의 무소속 의원들로 지방의회가 채워지면 이런 일이 발생하기 쉽다. 다양한 정치세력이 지방의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해야 지방의회 안에서도 견제와 감시가 가능해진다. 지금 국회에서 논의되는 비례성이 보장되는 선거제도가 지방의회에도 도입되고, 지역주민들이 만든 정치결사체(지역정당)도 지방선거 때 후보를 낼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런 개혁조치들이 이뤄져야 지방의회가 바뀐다. 이번 경북 예천군 의회 사태가 일회적인 사건으로 끝나지 않고 지방의회 개혁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변호사(haha96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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