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부동산 대출 죈 결과, 실수요 내 집 마련 꿈도 꺾여”
박인호 숭실사이버대 교수 "공시가격, 실거래가 대로 하면 시비 논란 없어"
“막기만 하는 정책, 시장은 순환해야…리츠 등 간접투자로 투기 예방 가능”
입력 : 2019-04-08 13:59:41 수정 : 2019-04-09 10:42:26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집값 하락세가 꾸준하다. 이에 대해 정부의 부동산 규제 때문라는 분석이 쏟아진다. 그렇다고 집을 쉽게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대출길이 좁아졌기 때문이다. 일부 현금 부자들은 문제가 없다. 대출 받지 않고도 집을 살 수 있는 여력이 있다.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저소득 중장년층은 얘기가 다르다. 대출 없이는 집 사기가 힘들다. 주택 거래절벽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박인호 숭실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같은 규제일변도 정책 대신, 저소득층뿐 아니라 중산층을 위한 임대주택을 해법으로 제시한다. 임대주택을 늘려 공급을 확대하고 리츠 등 부동산 간접투자를 유도해 투기 열풍을 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집이 부족한 서울 내에서 노후 주택의 재건축 승인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박인호 숭실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가 지난해 열린 '제3회 부동산산업의날 컨퍼런스'에 참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박인호 숭실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
 
정부가 9.13 대책을 내놓은 지 6개월 가량 흘렀다. 정책이 시장을 어떻게 바꿨는가
 
매수자 우위 시장이 됐다. 전방위적으로 규제에 나서니 서울 아파트값이 연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집을 사고 싶어도 돈을 빌릴 수가 없어 수요가 묶인다. 이런 상황에 송파 헬리오시티에서 1만여 세대 물량이 쏟아졌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진 것이다. 그 결과 헬리오시티 전셋값이 떨어졌었다. 지금은 공급폭탄으로 인한 전세 충격에서 회복하고 있긴 하지만 현재 부동산 시장은 매수자, 즉 집을 사려는 사람이 우위에 있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집값이 떨어져도 집을 사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다
 
대출을 죈 결과다. 문제는 자금이 넉넉하지 않은 수요자다. 청년, 신혼부부 등의 '내 집 마련 꿈'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사회초년생 월급만으로는 서울에서 집 사기가 힘들다. 대출이 필요한데 대출 규모를 축소시켜버렸다. 부부도 자녀를 낳고 기르다 보면 큰 집으로 이사가야 할 필요성이 생긴다. 이사 가고 싶어도 돈을 못 빌리니 좁은 집에서 살 수밖에 없다. 저소득 중장년층도 마찬가지다.
 
이런 규제 영향으로 거래절벽이 나타나는 것 같다
 
유례없는 거래빙하기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거래는 1만3813건이다. 지난달 거래량은 1791건에 불과하다. 9분의 1 수준으로 크게 떨어졌다. 거래한파가 매섭다. 거래절벽은 단순히 매수자, 매도자 사이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부동산 거래와 관련된 산업이 많다. 후방산업의 피해가 불가피하다. 거래중개업자가 대표적이다. 거래 수수료로 먹고 사는 이들인데 거래가 없으니 수익이 끊긴다. 거래절벽으로 이사하는 수도 급감하니 도배 시장이나 인테리어, 이삿짐센터, 가전, 가구 등도 타격을 입는다. 집 사려는 이들에게 대출해주던 금융기관도 대출 건수가 줄어 이자 수익이 감소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세입에도 영향을 준다. 지난해 서울시 지방세의 91%를 차지하는 보통세 중 취득세 비율이 39%로 가장 높았다. 2017년에도 취득세가 43%, 재산세가 19%였다. 부동산 거래가 급감하면 취득세 감소로 이어져 지자체의 세입을 위축시킬 소지가 있다. 거래절벽 이면의 부작용이 우려된다. 거래 숨통은 지금보다 틔워줄 필요가 있다. 
 
집값 하락 국면이 언제까지 이어질까
 
올 가을까지는 계속될 거라고 본다. 지금 정부는 집값 하락과 안정화에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에 정책 기조가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변수는 내년 총선이다. 지금도 부동산 시장에서 곡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침체가 이어지면 시장 반발이 지금보다 심해질 수 있다. 총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시장 상황이 어려우니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나설 수 있다. 그 분수령이 가을이 되지 않을까 한다.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도 부동산 규제에 적극적이다
 
서울시가 재건축 승인을 미루는 게 대표적 사례다. 집값이 오를까 봐 서울시가 재건축 승인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은마아파트와 잠실주공5단지 등 일부 관심을 크게 받는 단지에 재건축을 승인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무기한으로 승인을 거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주민들이 계속 요구하면 최소 3년에서 5년 이내에 재건축을 승인해주지 않겠느냐는 목소리가 현장에서 나오고 있다. 시장이나 정권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기본적으로 강남 매수세력이 탄탄한 상황이다. 집값 인상은 시기의 차이일 뿐이다. 그렇다면 재건축 승인은 차라리 빨리빨리 처리하는 게 옳다고 본다. 공급 물량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 재건축 규제를 완화해 물량 공급을 늘릴 필요가 있다.
 
서울 주택 공급이 부족하다고 보는 것인가
 
그렇다. 서울과 경기도는 집이 부족하다. 2017년 기준 전국의 주택보급률은 103.3%다. 하지만 서울은 96.3%, 경기도는 99.5%다. 100% 미만인 지역이 여기 두 곳뿐이다. 실질적인 공급물량이 부족한 상황이다. 국내 부동산 문제는 이같은 공급 부족에서 기인한다.
 
공시가격 인상은 어떤가. 공시가격이 실거래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올리는 방향은 맞다고 본다. 문제는 얼마나 올리느냐다. 시비 가릴 여지가 적은 건 실거래가 그대로 하는 거다. 단독주택은 정부가 표준 공시가격을 결정하고 지자체가 개별공시가격을 또 산정한다. 그러나 개별공시가격은 지자체가 표를 의식해 올리는 데 주저한다. 실거래가를 온전히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다. 결국 공시가격을 얼마나 올리느냐를 두고 갈등이 생긴다. 대만은 우리와는 다른 방식으로 집값을 매긴다. 집 소유주가 직접 거래가를 신고한다. 다음해에는 기존 신고가격의 5% 범위 내에서 올리거나 내려서 신고한다. 올해 1억원으로 신고했다면 내년엔 9500만원~1억500만원 내의 가격으로 신고하는 시스템이다. 주택 소유자와 공시가격 산정을 두고 다툴 여지가 없다. 집값을 일부러 내려서 신고하면 나중에 양도차익이 커져 양도세가 많아진다. 올려서 신고하면 양도세는 줄어도 보유세가 커진다. 국내에선 세금을 더 낼까봐 공시가격을 두고 논란이 많지만 외국 사례를 참고하면 논란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다.
 
전체적으로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이 잘못 돼 있다는 입장인 것 같다
 
시장은 순환해야 한다. 지금은 모든 걸 막아놓기만 하고 있다. 아마추어 정부라는 지적이 나오는데 타당하다고 본다. 참여정부 시절 부동산 대책을 만든 이들이 지금 그대로 청와대에 입성해있다. 그들이 과거에 썼던 부동산 규제를 지금 다시 재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시장상황이 많이 다르다. 경제성장률이 내려갔고, 베이비부머가 정년 은퇴를 앞두고 있으며, 독신과 1인 가구가 늘었고 저금리 시대에 들어섰다. 상황이 바뀌었으니 그에 맞는 제도를 강구해야 하는데 이런 고민 없이 집값만 잡으려 한다. 자칫 정책 실패로 이어지기 쉽다. 변화는 고려하지 않고 아집을 부리는 ‘정책꼰대’와 같은 행태다.
 
그럼 어떤 부동산 대책이 필요할까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중산층을 위한 임대주택이 필요하다. 중산층 임대주택을 늘리면 우선 공급을 증가시켜 시장 가격을 안정화할 수 있다. 또 임대주택에 리츠 등 간접투자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아파트를 직접 구매하고 되팔아 시세차익을 남기는 기존의 직접투자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안정적인 수익률을 확보할 수 있게 제도를 정비한다면 부동산 투기를 줄이고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도 기여할 수 있으리라 본다.
 
박인호 숭실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난 5일 <뉴스토마토>와 만나 “임대주택에 리츠 투자를 유도해 투기를 막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사진/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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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응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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