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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 중소기업 뿌리 흔들어" vs "경영난, 다른 정책으로 풀어야"
헌재 공개변론…중소기업·정부, 한치 양보 없는 날선 공방
2019-06-13 17:06:55 2019-06-13 17:06:55
[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2018~2019년 최저임금 상승률을 두고, 인건비를 부담해야 하는 중소기업 측과 이를 고시한 고용노동부가 갑론을박을 벌였다. 중소기업 측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임금 지불능력이 없다고 호소한 반면, 노동부 측에서는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최저임금이 아닌 다른 정책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날 오후 2시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전국중소기업 중소상공인협회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을 침해당했다”며 헌법소원한 최저임금법 관련 고용노동부 고시 위헌 확인에 대한 공개변론이 열렸다.
 
2년새 최저임금 2배 인상…기업경영 불가능
 
중소기업 측 100여명을 대리하는 황현호 변호사는 “2017년 의결된 2018년 최저임금은 7530원으로 전년대비 16.4% 상승했고, 2019년 최저임금은 8350원으로 전년대비 10.8% 올랐다”며 “과거 인상률은 3~8% 범위 내에서 인상됐는데 2017~2018년은 그 2배가 인상된 수치다.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됨으로 기업경영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고 기업경영이 불가능한 한계상황에 직면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직접적인 이해관계자임에도 최저임금안 고시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5개 경제단체에 속하지 않아 최후 수단으로 헌법소원을 냈다”며 “외국에서는 연령별, 업종별 등 최저임금을 달리 적용하는데 우리나라 같이 단일한 기준에 의해 적용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 최저임금은 학력이나 숙련도를 따지지 않은 임금으로 위헌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황 변호사는 또 “직종별로 최저임금을 달리 적용할 수 있음에도,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산업구조상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최저임금을 정했다”며 “행정소송보다는 헌재의 적극적인 헌법수호기능에 비춰 헌법소원 대상으로 보여지고, 헌재 결정 이후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책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념 치우친 '시급 만원', 오히려 근로자 위협"
 
청구인 측 참고인으로 나온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학 교수는 “지난 대선에서 정치인들이 전부 경제능력을 감안하지 않은 ‘시급 만원’을 검증 없이 정치 이슈화한데서 사단이 시작됐다”며 “최저임금 위원회 독립적 결정에 이미 정부가 개입했고, 정상적인 법에 의한 결정이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소득주도성장론을 주장했던 ILO 보고서를 보면 임금을 과하게 올리면 고용을 해치게 돼 우리나라에서 임금주도 성장을 시행하면 안되며, 개방경제에서 시행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며 “점진적으로 적용해야 하고 상당히 낮은 수준에 유지돼야 하는데, 이념에 치우친 정책으로 경제이론과 국제기구가 보고한 위험성이 그대로 나타난 게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기업 인건비가 올라가면 해고가 쉬운 사람부터 해고한다. 고용노동부 측에서는 기업과 근로자의 권리가 상충되는 것이라고 말하는데 근로자의 고용을 위협하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덧붙였다.
 
'최저임금 인상' 위헌 여부 공개변론이 열린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유남석(왼쪽 네번째)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자리에 앉아 있다. 사진/뉴시스
 
"중소기업 위한 임대차보호법·골목상권 보호 노력 중"
 
고용노동부를 대리하는 김진 변호사는 “최저임금 결정과정은 그동안 많은 법률적 논의를 거쳤고, 적용범위가 많이 바뀌었다”며 “2018년 기준은 2017년 고용노동부 장관이 심의를 요청하면 연구를 진행하고 간담회와 현장방문을 토해 전원위원회를 거쳐 투표로 결정한다. 결정기준으로 고려하는 건 최저임금법 4조 1항대로 생계비 유사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을 검토한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유사근로자 임금인상률를 3.8%, 소득분배 개선분 4.9%, 협생배려분1.2% 등으로 추산해 산정했고 이 지표는 수년간 사용하던 것”이라며 “지난해 소득분배 개선분의 수치가 높았던 원인으로 우리사회 임금 양극화와 저임금 근로자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고 분석했고, 2017~2018년 위원회에서 노동시장 구조를 개선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던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또 “최저임금위원회는 노사양측에서 정책적이고 기술적인 판단을 고려했고, 심사의 전제는 정책적 기술적 판단, 경제적 자유였다”며 “업종에 대한 차등 역시 다수결로 적용하지 않기로 판단했고, 소상공인 문제는 건물임대료 인하나 골목상권 보호 등 다른 정책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최저임금만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최저임금은 사회적 대화로 결정했던 정책과제이지 위헌심판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라고 마무리했다.
 
"최저임금 너무 낮아 올려야…임금격차 축소에 긍정적"
 
고용노동부 측 참고인으로 나온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최저임금 만원은 달성시점에 있어 각 당마다 차이가 있었지만 사회적 합의였다"며 "2020년에 최저임금을 만원으로 올리려면 매년 15% 인상이 필요한데 2019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10.9%로 줄어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인상률이 높았어도 만원에 못 미친 것은 그 동안 최저임금이 너무 낮았다는 것"이라며 "최근 각국에서 임금격차 확대나 저임금 축소 일환으로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 쉽게 생각해 최저임금을 올리면 고용 줄어드는 것으로 보이지만, 불완전경쟁시장을 가정하면 사용자가 노동자보다 우월한 교섭력을 갖고 있어 완전경쟁시장보다 낮은 수준에서 임금이 책정되고, 정부가 개입해 끌어올리면 오히려 고용이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금까지 너무 낮은 임금이었던게 오르면 노동공급이 늘어나는 측면이 있지만 무한정 늘어나는 건 아니고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며 "실증분석을 통해서만 확인가능한 사안이며, 최저임금 인상이 임금격차 축소하는데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견해가 많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판부는 양측에 “최저임금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각 의견과, 지난 2년간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이 사회의 긍정적, 부정적 효과가 무엇인지 소명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청구인 측에는 “최저임금법과 관련해 사용자 지불능력이 반드시 고려돼야 하는지, 정부의 공권력행사로 어떤 기본권을 침해받았는지, 최저임금위원회의 절차적 문제가 어떤 것인지 등에 답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피청구인 측에는 “최저임금 결정에 업종 구분 여부에 대해 논의가 있었는지와, 이를 결정할 통계 인프라가 충분히 있었는지”를 질문했다.

고용노동부의 최저임금 고시의 헌법 위배 여부 공개변론이 열린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 참석한 원고측 관계자들이 재판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영지 기자 yj11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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