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대담)정운찬 전 총리 "경제 정책 '선의'로 성공못해, 소주성 속도조절 시급"
"한국경제 가장 큰 위기"…저성장·양극화 타개책은 '동반성장'
남북간 경제협력, 우리 경제 새로운 돌파구
입력 : 2019-06-16 20:00:00 수정 : 2019-06-16 20:00:00
[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축이 무너지고 있다. 1분기 성장률은 마이너스(-0.4%)를 기록해 10년만에 최저점을 찍었다. 경상수지는 6개월 연속 줄어든 수출 감소에 7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취업자 증가폭은 지난 달 20만명대를 회복했지만 실업률 지표는 개선되지 않았다. 최악과 최저로 추락하는 지표들은 실물 경제 침체 상황을 증명한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한국 학계를 대표하며 외국에서도 유명한 경제 석학이다. 미국 프린스턴대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1976년부터 3년간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이어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와 총장을 지냈다. 2009년 제40대 국무총리에 취임해 국정을 운영한 다음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과 한국야구위원회(KBO)총재를 맡고 있다. 그에게 물었다. '경제 정책, 무엇이 문제인가?'
 
정운찬 전 국무총리(현 KBO 총재)가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집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올해로 3년 차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평가를 내린다면.
경제 정책은 선의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가 기득권 계층보다는 소외된 계층에 관심을 기울이고 이를 경제정책에 반영하려고 한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또 재벌의 권력 유착을 해소하고 경제력 집중을 개선해,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균형 발전하도록 경제를 운용하겠다는 방향도 좋다고 본다. 그러나 성과가 별로 없다. 정권 초기 대기업 갑질 개선과 프랜차이즈 관행 개혁 등의 일부 성과가 있었지만, 그 정도로는 많이 부족하다. 공정거래법 개정 실패에서 보듯이 전반적인 제도 개혁은 지지부진하다. 무엇보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분수효과를 기대했으나, 취약계층의 소득이 오히려 줄어드는 반대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인권 정책'이라고 말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취약 계층에 대한 인도적 배려라는 차원에서 비롯된 점에서 인권정책이라는 표현을 썼다. 취지에는 공감하고 방향도 맞다고 본다. 문제는 속도다. 특히 최저임금을 예로 들면 2018년 16.4%, 2019년 10.9%, 2년 동안 복리로 29%를 인상한 것은 일종의 과속이라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중소기업의 경우 인건비 부담이 높은 업종 가운데 어떤 기업은 베트남이나 태국과 같이 인건비 부담이 적은 곳으로 상당 부분 이전했고, 변화에 대처하기 힘든 기업들은 휴·폐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는 제조업 중심의 주요 산업단지 가동률이 크게 저하된 것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사회적 정의 구현과 약자 배려 필요하다. 그러나 경제 정책의 역점을 여기에만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않다.
 
선한 의도를 가지고 한 정책이 오히려 나쁜 결과를 낳는 셈이라는 뜻인데, 정책 전환이 필요한가.
반드시 해야 한다. 소득이 오른다고 해도 소비가 오른다는 보장이 없다. 왜냐하면 가계부채가 1500조원을 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의 인상 속도뿐만 아니라 수준도 고려해야 한다. 올해 우리나라 최저임금이 시간당 8350원인데,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월 유로화 기준으로 경제협력기구(OECD) 회원 국가의 평균인 6.4유로(8546원)와 같아졌다고 한다. 따라서 앞으로는 최저임금의 가파른 상승 속도와 함께 최저임금 수준도 고려해야 한다.
 
일각에선 경기가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안 좋다는 전망을 한다. 
공급측면에서 1998년과 2008년은 큰 차이가 있다. 외환 위기를 겪으면서 대기업들은 비주력업종을 중심으로 부실한 회사를 대거 매각하거나 정리했고, 부채비율을 대폭 낮추는 등 재무건전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에는 이렇다 할 구조조정이 없었다. 이것이 결국 현재 우리 경제의 주력산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 원인이다.
수요측면에서 보면 외환위기 당시 '신경제'로 불렸던 미국 경제의 호황이 있었고, 2008년에는 중국의 대대적 경기부양정책 효과가 우리 경제를 살렸다. 그러나 현재 미국은 보호무역주의로 장벽을 더욱 강화하고, 중국은 '제조2025'로 수입대체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우리 경제는 공급과 수요측면에서 1997년이나 2008년보다 훨씬 더 큰 위기에 직면해있다고 본다. 
 
지금 시점에서 필요한 경제 정책을 제안한다면.
경제는 유기체다. 또 모든 경제주체가 작용과 반작용을 주고 받기 때문에 동반적 시각을 가져야 한다. 제가 지금까지 줄곧 외친 '동반성장'은 누구를 배제하거나 포용하는 것이 아닌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같이 성장하고 과실을 공유하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다. 세계 기업 생태계를 보면 대기업과 협력 중소기업이 같은 배를 타고 움직인다. 그러나 한국의 수출 대기업은 어떤가. 원가 절감을 위해 납품대금을 후려치고, 구두로 주문하거나, 기술을 탈취하는 등 같은 배를 탔다면 할 수 없는 불공정 거래를 지속하고 있다. 중소기업을 성장하지 못하게 만드는 제도 고치는 동시에 대기업의 잘못된 관행을 혁파하고 성과를 공유하는 ‘이익공유’를 도입해야 한다. 이익을 많이 냈으면 후려치기 등 불공정 거래를 당한 중소기업에 보상적 차원에서 돌려줘야 한다. 대기업으로 흘러 들어간 돈이 중소기업에도 흐르도록 유도해야 중소기업이 투자에 나설 수 있다. 그래야 경제 전체의 수요가 살아나고 투자 증대와 소득 증가, 그리고 소비 증가의 선순환이 작동될 수 있을 것이다. 

남북간 동반성장도 주창했다.
북한과의 경제 협력은 우리의 신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이 보호무역주의적으로 나아가는 와중에 우리가 수출을 지금보다 크게 늘리기는 쉽지 않다. 경제 위기의 돌파구로 남북 간 동반성장을 위해서는 우리 내부의 양극화를 먼저 해결할 수 있는 동반성장의 생태계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 현재 북한은 공업개발구 14개, 농업개발구 3개, 관광개발구 6개, 수출가공구 3개, 첨단기술개발구 1개 등 27개의 특수경제지구를 지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한 기업들의 설비와 기술, 그리고 북한의 양질 노동력이 결합한다면 남북이 동반 성장을 할 수 있다. 북한내 제2와 제3의 개성공단을 만드는 것과 동시에 남한의 고성, 철원, 파주 등 휴전선 접경지역에 공단을 만들어 북한 노동자들이 남한 땅에서 근무하게 하는 것도 경제공동체로 가는 지름길이라 생각한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배제와 포용이 아닌 모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가계와 기업, 남측과 북측, 주변 국가 등 모든 경제주체가 동반성장하는 경제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올해 소망하는 바와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
우리 경제가 어렵고 앞으로 상황이 더 나아지기보다는 더 나빠질 것으로 우려되는 시점이다. 평소 강조해 온 동반성장이 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도록 동반성장 ‘전도사’로서 역할을 더 활발히 할 것이다. 이사장을 맡고 있는 동반성장연구소가 그 중심 축이 될 것이다. 많은 관심과 지원을 부탁한다. 아울러 한국야구위원회(KBO) 커미셔너로서 2년차를 보내고 있다. 최근 프로야구 상위팀과 하위팀 간의 격차가 확대됨에 따라 재미가 반감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프로야구에도 동반성장이 필요하다. 프로야구에도 통합마케팅을 통한 비용 절감이라는 경제학적 개념을 도입해 산업화를 확대해야 한다. 남은 임기 동안 투명하고 개방적인 KBO를 만들겠다는 목표도 달성하고 싶다. 
 
대담=권대경 정책부장 kwon213@etomato.com
정리=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 사진=한수진 미디어토마토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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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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